11/21/2016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
요한 1서 3:18
Children, let us love not in word or speech but in deed and truth
1 John 3:18
말과 혀로 사랑한 사람,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안에서만 사랑을 실천한 사람, 진리를 거스린 빗나간 사랑을 한 사람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우리가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듯이 그의 내면에 잠식했던 빛과 어둠으로 말미암아 그의 통치아래 수많은 사람들도 빛안에서 또는 어둠안에서 살아갔습니다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자이며 ‘명상록’의 저자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합니다. 121년에 태어나 3살때 아버지가 죽자, 할아버지에게 양육됩니다. 어릴때부터 영특했던 아우렐리우스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눈에 띄게 되었고,하드리아누스는 안토니누스를 후계자로 삼으면서 전부터 눈여겨 보았던 아우렐리우스를 안토니누스의 양자로 삼게 합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모든 학문을 두루두루 공부했고 스토아철학에 심취해 쓰러질 정도로 밤낮없이 공부했을 뿐 아니라 검술과 체육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그는 집정관을 지내며 차근차근 제왕교육을 받게 되었고 안토니우스 피우스와 딸 파우스티나와 결혼합니다.
서기 161년,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가 죽자, 40세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의 자리를 계승합니다. 그가 황제에 올랐을 때에는 로마가 서서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 무렵이었습니다. 자연재해, 반란, 외부의 침략과 전쟁등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황제에 올랐으나 그는 대부분의 외부의 침입을 잘 막아내었고 내정에도 힘을 기울여 로마의 평화를 지속시킵니다. 그는 많은 시간을 전쟁터에서 보내게 되면서 틈틈히 ‘명상록’을 저술합니다. 전쟁터에서 전투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남긴 그는 여러모로 예사로운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총 12권으로 된 ‘명상록’의 내용중 몇 구절을 소개합니다.
***남을 원망하고 환경을 탓하는 것은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표징이다.
***네 마음은 네가 자주 떠올리는 생각과 같아질 것이다. 영혼은 생각에 의해 물들기 때문이다.
***복수하는 최선의 방법은 네 적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
***인생에서 아직 육신이 굴복하지 않고 있는데 영혼이 먼저 굴복한다는 것은 치욕이다.
***건강에는 육체의 건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의 건강도 중요하다.
***인생은 짧다. 지상에서의 삶의 유일한 결실은 경건한 성품과 공동체를 위한 행동이다.
***네 몫으로 주어진 사물들에 적응하고, 운명이 네게 정해준 사람들을 사랑하되 진심으로 사랑하라.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만을 선한 것이나 악한 것들로 판단한다면, 그 때는 신들을 탓하거나 인간들을 적대시 할 이유가 전혀 없으리라.
자비롭고 백성을 사랑했던 황제였지만 다신교를 믿었던 그는 다른 종교인들과 타협하지 않는 그리스도교인들을 박해합니다. 그는 로마 속주에 있는 그리스도교인뿐 아니라 로마 시민권을 가진 그리스도교인조차 고문하여 죽이거나 짐승의 밥이 되게 합니다. 그리고 죽은 시체를 거두어 장례조차 지내지 못하도록 엄한 명령을 내립니다. 이때 수많은 순교자가 나오게되고 많은 그리스도교인들은 순교를 피해 사막으로, 지하로, 머나먼 땅으로 숨어들게 됩니다.
뿐더러 후계자를 지정함에 있어서도 오점을 남기게 됩니다. 그는 전투에서 돌아오는 길에 열병에 걸려 서기 180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네르바황제 이후부터 능력있는 자를 양자로 입적시켜 그에게 제위를 넘겨주는 관행을 깨고 자신의 친아들인 코모두스를 후계자로 지명합니다. 이후 코모두스는 칼리굴라, 네로에 버금가는 폭정을 행사하다 결국 암살되고, 안토니우스 왕조가 종말을 맞이함과 동시에 군인 황제 시대로 접어듭니다.
명상록에서 그는 ‘운명이 네게 정해준 사람들을 사랑하되 진심으로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그가 말한 사랑은 자신의 테두리안에서 벗어난 사람은 제외했습니다. 세상적으로 현명하고 특출났던 그로 인해 순교했던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죽어가면서도 진리를 사랑했고 신앙을 고백하며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을 죽인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던 진정한 사랑의 증거자였습니다. 다른 종교, 다른 인종,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해서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으며 ‘나 만’’내 가족만’을 보호하고자 얼마나 많은 벽쌓기를 했는지 되돌아 봅니다. 그리고 운명이 네게 정해준 사람만 사랑했던 그와,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던 예수님의 사랑방식을 묵상해 봅니다.
베네딕트 16세 교황님께서는 ‘진리 안의 사랑’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진리 안의 사랑’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의 죽음과 부활로써 증거한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모든 개인과 온 인류의 참된 발전을 이뤄내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진리를 넘어서지만, 진리는 사랑에 의미와 가치를 더해주는 빛이다’에서도 알 수 있듯, ‘진리 안의 사랑’은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의 핵심이며, 이는 ‘정의’와 ‘공동선’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교황님은 강조하십니다.
주님, 때로는 말과 혀로 하는 인간의 사랑에 허망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세상이 끝난다해도 남는 건 사랑일진대 …..이제는 허망한 사랑보다 당신이 보여주셨던 사랑이 제 가슴에 잔잔히 스며듭니다
주님, 앞으로 남은 제 삶은 진리 안의 사랑에 잠겨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사랑방식을 쫓아 주변을 따뜻하게 비쳐줄 빛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