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2017
두려워하지 마라, 벌레 같은 야곱아 구더기 같은 이스라엘아!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이사야 41:14
Do not fear, you worm Jacob, you maggot Israel, I will help you.
Isaiah 41:14
야곱이 베텔에 도착하자 하느님께서 나타나시어 “너의 이름은 야곱이다. 그러나 더 이상 야곱이라 불리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제 너의 이름이다”라고 말씀하시며 자식과 땅의 축복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십니다. 그리고, 야곱은 세 명의 죽음을 맞게 됩니다. 레베카의 유모인 드보라가 죽어 참나무 밑에 묻힙니다. 그리고 다시 베텔을 떠나 에프라타로 가는 도중 라헬이 심한 산고끝에 벤야민을 낳고 죽습니다. 라헬은 이렇게 죽어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 가에 묻히자 야곱은 라헬의 무덤에 비석을 세웁니다. 또다시 길을 떠나 헤브론에 이른 야곱은 아버지 이사악에게 다다르게 됩니다. 이사악은 백여든 살을 살다가 선조들 곁으로 가자 에사우와 야곱이 그를 안장합니다.
야곱은 4명의 아내에게서 12명의 아들을 두게 됩니다. 레아에게서 르우벤, 시메온, 레위, 유다, 이사카르, 즈불룬을 라헬에게는 요셉과 벤야민을 레아의 몸종인 질파에게서는 가드와 아세르를 라헬의 몸종인 빌하에게서는 단과 납탈리를 얻게 됩니다. 야곱으로부터 퍼진 이들은 이스라엘 12지파를 형성하며 자손들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아집니다. 에사우는 두 명의 가나안여자와 이스마엘의 딸인 미스맛사이에서 5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이들이 에사우 곧 에돔의 선조들이 됩니다.
낯선 신들을 버리고 새로워진 야곱앞에 불행이 잇다릅니다. 오랜 세월 타향에서 살아온 그는 사랑하는 어머니 레베카의 장례때도 없었습니다. 아마 그 아픔 때문인지 어머니의 유모가 죽자 나무밑에 묻고 그 나무를 통곡의 참나무라 부릅니다. 레베카는 자신에게 장자권을 주기 위해 아버지를 속이도록 도와주었던 그리운 어머니와 연결된 유모의 죽음은 과거와의 단절입니다.
그리고 이어 라헬의 죽음이 닥칩니다. 14년을 일한 댓가로 얻은 아름다운 라헬은 야곱에게 있어 영원한 연인입니다. 이미 중년이었던 라헬이 베들레헴으로 가는 도중 난산끝에 마지막 숨을 내쉬며 아이의 이름을 벤 오니(내 고통의 아들)로 지었지만 야곱은 벤야민(오른손의 아들)으로 부릅니다. 야곱은 사랑하는 아내가 죽어가며 낳은 아들에게 장자에게 지어줄 만한 '오른손의 아들'이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그리고 낯선 땅에 홀로 묻힌 라헬을 생각하며 성경의 어떤 인물도 가지지 못한 비석을 세워줍니다. 야곱은 비통한 심경으로 마음에도 묘비를 세우며 다시 길을 떠납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보게됩니다. 한껏 살다가 숨을 거둔 이사악이 죽음으로 아브라함과 이사악으로 이어온 하느님의 축복의 계보가 이젠 온전히 야곱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세 명의 죽음과 르우벤의 추행은 야곱의 삶에 변화를 의미합니다. 어머니로 이어진 관계와 의지할 수 있는 끈의 상실, 사랑하지 않은채 그저 아내이기 때문에 같이 지내왔던 다른 아내들을 바라보며 더욱더 라헬을 그리워하며 보내야할 인생의 말년, 아버지의 죽음으로 장자권이 이제 자신에게 넘어왔다는 엄연한 사실과 책임감,아버지인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 르우벤과 라헬이 남긴 어린 아이들... 야곱은 여전히 가족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지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철저히 혼자입니다. 그는 이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합니다.
주님, 당신은 외로운 야곱에게 말씀하십니다. 속임수를 쓰고, 잔꾀를 쓰기도 하고, 비겁한 침묵을 하기도하고, 축복을 받으려고 뼈까지 부러진 그에게, 인생의 빛과 어둠을 넘나든 그에게 "벌레같은 야곱아, 구더기같은 야곱아 내가 너를 도와 주리라"
주님, 당신은 벌레같고 구더기같은 야곱을 이스라엘로 만들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가야 하는 그와 동행하십니다
그러니 벌레같고 구더기같은 저에게도 말씀해 주소서.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와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