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871
2016년 12월 31일 토요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요한 1, 1-18)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 14)
이제 달력의 날도 하루가 남았습니다.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교차점에 서 있습니다. 그냥 지내다 보니 일년이 지났다는 느낌이 옵니다. 세월은 화살과 같이 지나갑니다. 언제나 시간을 쫓아가다 보면 시간의 노예가 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주님 안에서 살아가면 시간의 주인이 됩니다. 주님의 품에 안겨있는 삶은 일분도 천년같고 천년도 일분같기 때문입니다.
피정을 마치면서 참가자 여러분들께 피정에서 받은 은총을 간직하고 이 은총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은총의 힘은 쓰면 쓸수록 소진 되는 것이 아닌 늘어나는 것입니다. 지침이 없습니다. 하지만 쓰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사용하더라도 나를 위한 사용이어서는 안됩니다.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야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 요한복음 1장 1-18절에서는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세상 밖의 존재가 세상 안으로 들어오시는 것입니다. 우리의 이성 너머에 있던 존재가 이성 안으로 들어왔기에 인간의 이성으로써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이해 할 수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시간과 믿음이 필요합니다. 믿음은 인간으로 향하던 모든 것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는 것입니다.
말씀이 인간이 되신 이유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당신의 아들인 말씀을 보내주셨다고 합니다. 죄인인 인간을 위해서 당신의 아들머저도 내어 놓으시는 이러한 사랑은 우리 인간에게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 자신의 아들마저도 내어놓는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이 자기 중심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사랑으로 오신 말씀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 사람은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누림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깨달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한가지 유일한 방법은 바로 예수님이 하느님이시고,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믿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이 전제가 되면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가졌던 우리의 의문들이 하나 하나씩 , 풀려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말씀이 사람이 되심’에 대해서, 하느님은 우리와는 별개의 존재로 즉, 하느님이 나같이 부족하고 한계적이며 죄 많은 인간의 삶 안에 들어 오신 하느님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의 하느님은 어떠한 하느님이십니까? 우리 가운데 사시는 하느님, 죄인 가운데 오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아무리 좋은 것을 배우고 좋은 환경을 만들고 아무리 좋은 것을 주입시켜도 주입하면 주입하는 데로 다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사람은 밑 빠진 항아리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내 있는 모습 그대로 예수님 품에 안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은혜의 연못 속에 내 삶 전체를 잠기게 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주님이 나를 변화시키게 하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우리의 존재를 그분에게 완전히 맡기고 그분이 내 삶의 주인이 되시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의지 하지 마십시오.
그러므로 말씀이 사람이 되심의 참된 의미는 한계적인 존재인 인간이 한계 밖의 존재인 하느님께 갈 수 없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셔서 우리를 한계 밖의 존재인 당신께서 우리를 하느님께로 데려가기 위해서 한계 안으로 들어오셨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 하느님은 우리를 한계 밖으로 데려가실 것입니다. 그 한계 밖이 하늘나라입니다. 이 하늘나라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진 나라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심의 참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오늘 한해의 마지막 날을 맞으며 말씀이 사람이 되심의 참된 의미를 깨닫는 하루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