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루오꽝
신학과 중국 철학의 상통점 찾는 데 주력
루오꽝(羅光, 1911~2004) 대주교는 중국 후난(湖南)성 헝양(衡陽) 난샹 태생으로 자(字)는 달의(達義)인데 세례명인 스타니슬라오(Stani slaus)를 음역해 지었고, 호(號)는 '작조'인데 그 뜻은 '그리스도는 세계의 빛'이다.
집안이 대부분 천주교 신자였기에 루오 대주교도 자연스럽게 유아 세례를 받았다. 6세부터 천주교 위더(毓德) 소학교에 다녔는데 항상 수석을 했다. 13세에는 성심수도원 중등학교 과정을 수학했고, 19세에는 수도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931년 성심수도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교황청 우르바노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2세라는 젊은 나이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은 후에도 계속 신학, 법학 등을 공부해 신학박사와 법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이렇게 세 가지 학문을 공부한 결과 자연스럽게 이 세 분야를 회통하게 돼 일가를 이루게 됐다.
루오 대주교는 우르바노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26세 나이로 중국 문학, 철학 교수를 맡게 됐다. 그 기간 동안 문학, 철학 방면의 창작 활동도 멈추지 않아 35세에 교황을 알현할 기회가 있어 교황에게 「유가사상 대강」(儒家思想大綱), 「논중국 외유 법규」(論中國外儒法規)란 책을 바쳤다. 그 후에도 여러 작품을 저술했는데, 창작 활동 외 번역 활동도 열심히 해 중국 고전인 「중용」(中庸), 「대학」(大學), 「논어」(論語) 등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다.
1991년 루오 대주교는 자신의 인생을 헝양(衡陽)시절 19년, 로마 31년, 타이완 30년으로 나누었는데 헝양(衡陽) 19년 중 12년은 난샹(南鄕)의 고향에서 보냈고 7년은 황샤오완(黃沙灣)수도원에서 보냈다. 로마의 31년 중 9년은 공부를 했고, 25년은 교수 생활을 했으며, 십수년간은 주 교황청 대사 종교고문으로 지냈다. 타이완의 30년 중 5년은 타이난(臺南)교구 주교로, 12년은 타이베이(臺北)대교구 주교로 봉직했으며, 13년은 푸런대학교(輔仁大學) 총장으로 지냈다. 80세 이후는 일체의 세속적 직분을 마다하고 오로지 주님과 함께 하는 생활만 했다.
루오 대주교가 봉직했던 천주교 푸런대학교는 1925년에 베이징에 설립됐는데 1949년 베이징이 공산당에 함락되자 중국 교육부가 접수해 1952년 베이징사범대학과 병합함으로써 폐교됐다. 1956년 푸런대학교 재타이완 동창회가 설립돼 타이완에서의 모교 복교를 위한 서한을 교황에게 보냈다. 1961년에는 푸런대학교 철학연구소(철학 대학원)에서 형이상학을 강의하는 등 당시 총장이던 위빈(于斌) 대주교의 가장 큰 조력자였다. 1978년 8월 위빈 추기경이 서거하자 푸런대학교 총장직을 이어받아 타이완 복교 후 제2대 총장으로 1992년 1월까지 재임했다. 루오 대주교는 위빈 추기경의 이념을 계승하여 적극적으로 규모를 확충해 9개 학과 13개 대학원 과정을 증설해 푸런대학교를 7개 대학 42개 계열학과, 22개 대학원 과정의 종합 대학으로 만들었다. 이런 학교 구조적인 부분 외에 임기내 많은 건물을 완공해 푸런대학교 캠퍼스의 오늘날 모습을 만들었다.
루오 대주교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공헌은 비단 학교 건물 건립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학생들의 인격 도야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푸런대학교 총장 재임 시 '인생철학'을 전교생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필수 교과목으로 개설하고 직접 강의도 했다. 루오 대주교는 '인생철학' 강의에서 당대를 살아가는 젊은 엘리트로서 사회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라는 주제에 대해 유가와 천주교 사상을 융합한 관점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중시하고 스승을 받들며 부모에게 효도하는 심성을 배양하고, 또 유가 사상과 천주교 사상이 현실에서 언행일치가 되도록 해 장래 사회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배양하는 데 밑거름이 되게 했다. 이런 분위기는 향후 푸런대학교 교학 특색 중 하나가 됐다.
루오 대주교는 중국 문화와 천주교 문화의 융합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다. 1971년 구정(春節) 교구청 대성전에서 조상에 대한 제사, 분향, 헌화, 헌과(獻果) 의식을 주재하고 단배(團拜)도 했다. 그 다음 해는 주교단 상임위원들과 제사 의식에 관해 토론을 하고 제사 의식을 행하면서 헌화, 분향, 제주(祭酒) 의식도 행하고 성경도 봉독했다. 당시 천주교 신자들은 중국인들이 행하는 조상 제사를 미신, 우상숭배 등으로 치부하고 교리에 어긋난다고 배척하며 금지해 조상 제사는 늘 논쟁의 발단이 됐다. 루오 대주교의 이런 행동은 중국인 천주교 신자들이 조상에 대한 예를 다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해결해주는 계기가 됐다.
루오 대주교는 1961년 41세에 타이난 신설 교구의 주교로 임명됐으며, 그 이듬해에는 삐유에 신철학원(碧岳神哲學院, 1992년 타이베이 성토마스 총원과 병합돼 천주교 타이완 연합 총수도원이 됐음)을 건립했다. 또 타이난 교구 교구청을 비롯해 삐유에수도원, 다륀(達義)수도원을 세웠으며, 성공대학교 인근에 학생 활동 센터를 건립하고 더광여중(德光女中), 승공여중(聖功女中), 츠요중학(慈幼中學), 리밍중학(黎明中學)을 설립했다. 루오 대주교는 타이난교구 주교로 재임한 지 5년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업적을 이뤘다. 1966년 루오 대주교는 타이베이대교구 대주교로 임명됐고, 대주교 재임 중에 타이베이 교구청을 건립하고 교우 선교 사목회를 만들었으며 겅신(耕莘)간호학교도 세우고 산샤(三峽)에 천주교 공원묘지도 만들었다.
루오 대주교는 사목하는 틈틈이 여가 생활로 중국화(中國畵)에 심취했다. 특히 말, 대나무 등을 즐겨 그렸다. 화집도 발간할 정도로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2년 루오 대주교는 푸런대학교 총장직을 내려놓았고, 건강이 비록 좋지 않았지만 열심히 저작활동을 하다 2002년에 병세가 악화돼 2004년 2월 28일 주님 품안에 안겼다.
루오 대주교 저작
루오 대주교의 저작물<사진>은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세상에 나온 저작 중 제일 유명한 것은 「루오꽝 전서」(羅光全書)다. 루오 대주교의 작품은 대부분 푸런대학교 신학원과 작조관에 소장돼 있다. 「루오꽝 전서」는 철학과 종교 두 가지 내용으로 이뤄져 있는데, 철학은 대부분 중국 철학이다. 서양 철학을 소개하는 책은 두 권에, 비교 철학도 세 권에 불과하다. 종교 부분은 전기(傳記), 영성에 관한 것, 교리 등이 있으며 그 외 문학과 시집도 이 유형에 속하는 것이 있고 루오 대주교 자신의 사진과 그림 작품도 들어있다.
루오 대주교는 「루오꽝 전서」에서 "…작품을 쓰는 데 있어 유일한 관심사는 '천주교가 중국 문화 속으로 어떻게 들어가느냐?' 하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루오 대주교는 하느님과 중국 철학의 상통하는 점을 찾는 데 전력을 다했다.
푸런대학교는 「루오꽝 전서」로 총 42권, 66종 저작을 1996년에 펴냈는데, 루오 대주교의 1993년까지의 저작들을 수록했고 1994년부터 임종하기 전까지의 작품들은 아직 전서에 수록하지 못했다.
「루오꽝 전서」의 근본 골격을 이루는 저작은 역시 「생명철학」(生命哲學)이란 책이다.
중국 유가와 가톨릭의 인간관 관통한 '생명철학' 주창
생명철학(生命哲學)
루오 대주교의 「생명철학」(Metaphysical Philosophy of Life, 사진)은 모두 3번에 걸쳐 쓰였다. 이 책 초판은 1985년에 출판됐는데, 루오 대주교가 50여년 동안 전력을 다해 연구한 결정체로, 그는 자신의 철학을 「생명철학」이란 이름의 책으로 펴냈던 것이다.
초판 머리말에서 "철학으로서 생명을 말한 것이 아니고 생명으로서 철학을 이야기한 것이다"라고 밝힌 바와 같이 루오 대주교는 중국철학과 서양 사림철학(士林哲學, 스콜라학)을 관통하려고 했지만 이때까지는 전통적인 사림철학의 관점에서 저술했기에 사림철학의 전통 관념을 되풀이해서 얘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었다. 그 후 1988년에 수정본을 출판해 생명을 해석하는 데 중점을 뒀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은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생명뿐만 아니라 정신 생명까지도 포함한다.
생명은 인간 생활의 본체이고 인생의 중심이다. 중국철학의 유가 사상은 인류 생명의 의의와 생명의 가치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하는데, 생명 철학은 유가 사상에 일찍부터 그 개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유학에 '생명철학'이란 명칭은 없다. 루오 대주교는 이렇게 말한다. "생명철학이란 단어는 중국철학사 중에는 없었고, 서양철학에서도 현대에 와서 비로소 이런 철학 명칭이 생겼다. 그러나 중국의 유가 사상에는 생명철학 사상이 도처에 표현돼 있었다."
1990년에 재수정본을 출판하면서 보충하고자 한 것은 바로 '생명'의 근원과 발전의 문제였다. 생명의 근원은 절대자유 실체의 창조주인데 창조주는 '창조력'으로 우주를 창조했고, 우주 창조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었으며, 우주 즉 '창생력(創生力)'은 만유(萬有:만물)를 낳아 기르고 만유를 관통하며 만유를 지지한다. 생명의 발전은 주로 인간 생명의 발전을 말하는것으로, 인간 생명은 최고이며 최고로 복잡하며 최고 완성이다. 인간 생명은 만유의 생명과 서로 관련되는데, 태어나면 곧 가정이 생기게 되고 가정에서 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사회에서 국가와 인류에까지 확장된다. 동시에 인간 생명도 자연계와 상호 연관이 있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생명은 우주 중 인간에서 사물로, 사물에서 인간으로 주유(週遊)하게 된다. 인간 생명의 발전은 우주 안으로 국한되지 않고 생명은 결국 조물주 하느님께로 돌아간다.
사상의 관점에서 보면 루오 대주교의 '창조력'과 '창생력'은 우주의 독립성 문제도 해결할 수가 있다. 동시에 또 창조주의 우주 개입 가능성을 확보할 수가 있다. 별도로 루오 대주교는 사림철학의 개념을 인용해 중국철학 사상을 해석한다. 그래서 사림철학의 '본체(本體: substantia,혹은 자립체(自立體)'를 '체(體)'로 해석하며 '부체(附體: accidente)' 혹은 '의부체(依附體)'를 '용(用)'으로 해석했다.
루오 대주교가 「생명철학」이란 책을 쓰고 수정한 시간을 살펴보면 제1판을 75세에, 수정판은 78세에, 그리고 재수정판은 79세에 저술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생명의 잠재력이 루오 대주교의 몸에서 실현됐다. 더욱이 1991년 80세 때 「생명철학 속편」을, 1994년 83세때 「생명철학 재속편」을,1998년 88세의 고령에 「생명철학의 미학」을 저술해 「생명철학 재수정판」에서 충분히 밝히지 못한 문제를 보충 설명했다.
루오 대주교의 사상
루오 대주교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중국철학의 유가 사상과 그리스도교 사상이 융합해 있는데, 특별히 유가의 생명철학(儒家生命哲學)을 중시하고 있다. 루오 대주교는 유가 사상과 그리스도교 사상을 관통하는 것을 종지(宗旨)로 삼았다. 루오 대주교의 사상 중 핵심 개념은 생명철학인데 그는 생명철학에 대해 "생명으로 철학을 말하는 것이고, 철학으로 생명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가 사상은 인간 생활에서 소위 말하는 '인도(人道)'가 중심이다. 인도는 인간 생활의 도를 말한다.
가톨릭도 인간을 중요시한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인간은 ① 본체의 인간 ② 사회 속의 인간 ③ 영생의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중 본체의 인간은 인간의 형상학적 구조를 설명한 것으로, 인간은 육체와 영혼을 가지고 있고 그 영혼은 천주의 창조로 이루어진다.
또 인간의 본체는 마음과 물체(心物)가 합해져 이성(理性)을 지닌 동물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물체는 신체(身體)를 말하고 마음은 영혼(靈魂)을 말한다. 인간의 영혼은 생명의 근본이며 불멸하기에 영생을 말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 초상(肖像)에 따라 인간을 창조하신 것이다. 하느님의 초상이 바로 인간의 영혼이다.
사회속의 인간은 혼인 가정, 국가, 자연계 공동으로 구성된 인간 사회 환경을 설명하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바로 가정 속에서 '생(生)'한다. 가정은 혼인으로 인해 형성되며, 국가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발전된 것이고, 인류는 하느님이 사물을 창조하신 것에서 권리와 사명을 획득해 만물을 관리하고 만물을 이용한다. 영생의 인간은 인간 영혼이 불멸하고 인간 사후에도 영혼은 여전히 활동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생명철학에서는 천주교의 인간론에 기초해 '삼아론(三我論)'을 내놓았는데 '본체아(本體我)', '사회 속의 나(世間我)', '영생아(永生我)'다.
나(我)는 구체적 인간인데, 인간은 하나의 관념이다. 구체적 인간은 바로 한명 한명의 나(我)다. 나(我)도 하나의 관념인데 나(我)라는 관념은 인간이라는 관념에 재(在)라는 관념을 더한 것이다. 인간은 단지 본성이고 나(我)는 인간 본성과 '재(在)'가 결합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나(我)라는 관념에는 완전한 인간이라는 관념이 들어 있다.
생명철학은 천주교 교의(敎義)와 서로 부합하는 철학인데 인간이라는 관념에서 생명철학은 천주교 사상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의 해석은 사림철학의 형상학의 연역이라고 할 수 있다.
'삼아론(三我論)', 즉 본체아(本體我), 사회속의 나(世間我), 영생아(永生我)를 대략적으로라도 좀 더 살펴본다면 생명 철학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루오 대주교에 얽힌 일화
루오 대주교 본인은 유가 사상과 사림철학을 관통하는 생명철학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루오 대주교는 「생명철학」을 자신의 철학 사상을 대표하는 저서로 여겼다. 그러나 루오 대주교의 자조적 이야기가 의미를 던진다.
루오 대주교에 따르면, 어느 날 자신이 죽는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천당 문 입구에 도달했다.
대주교는 서슴지 않고 천당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베드로 사도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당신은 일생 동안 공자, 맹자를 얘기하면서 지냈으니 공자가 있는 곳으로 가십시오." 이 말을 듣고 공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공자를 만났더니 공자가 하는 말,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당신은 천주교 주교로서 일평생 그리스도의 복음을 말했으니 역시 예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루오 대주교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천당 문 앞에서 노 부부 한 쌍을 만났다. 노 부부는 "루오 대주교님 아니십니까? 저희에게 세례를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어찌 천당에는 가시지 아니하고 여기서 방황하고 계시는지요?" 하고 물었다. 루오 대주교가 실상을 이야기하자 그 노부부는 그를 위해 베드로 사도에게 청했다. 그러자 베드로 사도가 말했다. "이 노부부 교우가 추천했으니 당신은 천당에 들어와도 좋습니다!"
이 우스개 이야기는 대학자인 루오꽝 대주교가 학술 생활과 실제 생활을 엄격히 구별했음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일곱성사와 기도 통해 주님 은총 얻고 신앙적 본성 키워
마지막으로 삼아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본체아(本體我)에 대해 설명하면,
1. 본체
인간의 본체는 마음과 물체가 합쳐진 하나의 이성적 동물이다. 물체가 신체(身體)이고 마음이 영혼(靈魂)이다. 사림철학(스콜라 철학)의 견해에 따르면 영혼이 '원형'(元形)이고 신체가 '원질'(元質)이다. 마음과 물체가 합쳐진 본체는 곧 마음과 물체가 합일된 생명이고, 마음과 물체가 합일한 생활을 가지게 된다.
인간의 신체와 영혼은 분리될 수가 없으며 만약 한번 분리되면 인간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본체는 분리될 수가 없기 때문에 본체의 성분이 분리되면 본체는 곧 없어진다. 인간의 신체와 영혼은 하나의 생명을 이룬다. 영혼과 신체가 분리되면 사망, 곧 생명이 끝나게 된다.
모든 사람의 생활은 영혼과 신체의 생활인데 모든 활동은 모두 영혼과 신체가 서로 합해져서 움직이는 것이다. 인간 활동은 보통 생리적 활동과 감각 활동 및 이성의 활동으로 나누는데 생리적 활동과 감각 활동은 신체의 활동이고 이성의 활동은 영혼의 활동이다. 실제로 이 세 종류의 활동 모두 영혼과 신체를 가지고 있다. 생리 활동은 소화 작용, 혈액의 흐름 등과 같이 모두 생명의 활동이고, 생명이 없다면 당연히 소화 작용, 혈액의 흐름 같은 작용도 없다. 감각 활동은 말할 필요가 없이 영혼과 신체가 같이 동작한다. 이성 활동도 역시 영혼 신체가 같이 합해진 동작이다. 사고와 정서는 모두 뇌신경을 사용하는데 뇌신경이 작용을 잃어버리면 인간은 바로 식물인간이 되고 이성 생활과 감각 생활은 모두 정지돼 버린다.
2. 영혼
영혼은 인간 본체의 '원질'(元質)이고 인간 생명의 근원이며 정신체이다. 중국 철학에서는 심(心)을 영혼의 대표로 보고 그래서 인간은 심물(心物)의 합일체라 말한다. 또 중국 철학에서는 혼(魂)을 말하는데 혼은 생명의 근원이라 한다. 사림철학에서도 영혼을 말하는데 이때 영혼은 중국의 심과 혼을 포함한다.
영혼은 전신에 충만해 분열이 될 수가 없고 크고 작음도 없다. 태아의 영혼도 완전한 것이고 성인과 노인의 영혼도 동일하게 완전한 영혼이다.
영혼은 생명의 기초다. 인간의 일체 활동은 모두 영혼의 동작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생명력이다. 영혼은 자기 본유의 활동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지(理智)와 의지(意志)의 활동이며 즉 지(知)와 주재(主宰)이다. 영혼과 신체 합성의 인간 본체인데 영혼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가 있기에 영혼은 영원히 불멸한다. 사람이 사후 영혼이 불멸하기에 영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과 금수의 혼은 다르다. 금수의 혼은 정신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3. 창조
철학에서 우주의 기원 문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크게 자유설(自有設:우주 평형설)과 창조설(創造設)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노자는 "도(道)는 스스로 있고 스스로 생겼다. 만물은 도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하고, 「시경」(詩經), 「서경」(書經)에서는 우주를 하느님이 창조한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천주교는 우주 만물을 하느님이 창조하셨다고 깊이 믿고 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신이 우주 만물을 창조했는데 그것이 최고의 제1원인이라고 한다.
인간의 기원도 철학과 생물학에서 중대 문제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후 인간은 원숭이에서 진화된 것으로 믿고 있는데 천주교는 인간을 하느님이 창조하셨다고 믿고 있다. 철학에서는 신체는 진화론에서 해석하고 있지만 영혼은 직접 하느님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인간 신체는 물질체이며 구체적으로 오장 육부를 가지고 있는데 현세 생활에 적합하다. 세상 생활 환경은 오래 전부터 큰 변화가 있었는데 원래 생명 활동에는 부적합한 것이었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변화해 부분적으로 적합하게 되고 생명에 적합한 부분이 계속 변화해 결국 여기에 적응한 생물이 나타나 '적자생존'이 생물의 생존 원칙이 됐다.
물질의 '원형'과 '원질'은 태어나면서 유전적 요소에 의해 스스로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에 변화가 생기게 되고 긴 시간을 통해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는 그 종(種)의 동물에서 진화했는데, 영혼은 직접 하느님의 창조로부터 시작됐다. 조물주가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을 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셨고 창조한 '유'(有)가 항상 존재할 수가 없기에, 존재하려면 늘 창조주가 우주 만물을 창조한 능력으로 지속적으로 지지를 받아야 한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만물을 돌보는 것은 바로 지속적인 창조다"라고 말했다. 만물을 돌보는 '능'(能)은 바로 만물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하느님은 창조의 능력을 이용해 인간 영혼을 창조하셨다 .
사회 속의 나(世間我)에 대해 설명하면,
1. 혼인 가정
인간은 사회 속에서 출생하는데 이때 고독한 한 사람이 아니고 많은 사회속의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으로 태어난다. 부모에게서 태어나서 양육을 받아 성년에 이르게 되는데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생'(生)의 관계다. 그러므로 가정의 관계도 '생'(生)의 관계다. 생이 있다면 반드시 가정이 있게 마련이다. 가정이 있으려면 먼저 혼인이 있어야 하기에 혼인의 의의는 매우 크다. 구약에서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아담이란 남자를 먼저 만드시고 남자의 갈빗대에서 여인을 만드셨다. 신약에서 예수님은 "남자와 여자는 한 몸이어서 영원히 분리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남녀의 결혼으로 두 사람의 생명은 완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천주교의 혼인에 대한 사상과 규율은 일부일처제로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며 상대방이 죽음에 이를 때에만 비로소 재혼을 허락하는 것이다. 혼인하여 자녀를 양육할 의무가 있고 정조를 지킬 의무가 남녀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2. 국가
인간의 생명은 가정 내에서 부모의 양육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일종의 권력이 있어야 권리를 보호받고 각종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권력은 개인보다 높고 큰 것인데 국가라 칭한다. 국가의 권력은 하늘에서 나오는 권력이며 백성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3. 자연계
인간 생명이 자연계의 물체 속으로 들어가면 전체 우주는 하나의 생명을 구성한다.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로 이루어진 것인데 권리와 사명을 부여받아 만물을 관리하고 이용한다. 우주 만물은 서로 관련이 있는데 한 종류의 사물이 해를 입으면 기타 사물도 간접적으로 해를 입는다. 인간이 만물을 이용해 생명을 유지하지만 만물을 남용하면 안 된다. 맹자는 "친친, 인민, 애물"(親親, 仁民,愛物)이라며 사랑하는 마음(愛心)을 비록 세 층으로 표현했지만, 다 같이 사랑하는 마음이다. 인간이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물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환경오염 문제도 인간의 사욕이 빚어낸 결과다. 그 결과로 인간이 해를 입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생아(永生我)에 대해 설명하면,
인간 영혼은 불멸이고 인간 사후에도 영혼은 여전히 활동한다. '영혼의 생활은 도대체 어떠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종교 신앙의 문제이다. 영생아(永生我)는 종교 신앙의 인간이고 곧 천주교 신앙의 인간이다.
1. 영생아(永生我)는 초성인(超性人)이다
위에서 말한 '본체인'은 인간 본성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영혼과 육신을 지닌 사람이다. 영혼과 육신은 각각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활동할 때 서로 결합해 활동한다. 그러나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본능적 인간을 창조했을 뿐만이 아니라 본성을 초월하는 능력의 특성을 본성에 부여하셨다. 그러므로 천주교를 믿는 사람은 바로 초성(超性) 영생인이다.
2. 초성(超性) 생명
초성 생명은 신(信),망(望),애(愛) 삼덕이 융화된 본성의 생명이다. 세례를 받으면 신앙이 생활의 기초가 되고 그 신앙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信)이다. 신앙생활은 인간 혼자 힘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천주의 도움이 있어야만 한다. 천주의 도움이 바로 은총이며 초성 행동의 역량이 되며 초성 생활의 기초가 된다. 인간 행위는 본성의 행동인데 초성계(超性界)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총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초성 행동의 기초다. 이로 말미암아 인간의 행동은 초성의 성질과 가치를 가지게 된다. 은총을 얻으려면 두 가지 길을 가야 하는데 그 하나는 정식 길로 일곱 성사이며 또 다른 개인 길은 기도다. 그 중에서도 미사가 가장 중요하다. 미사 중에 신자들은 예수님의 성혈을 취하므로 초성의 생명을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성적 영생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까지 루오 대주교의 사상을 생명철학을 중심으로 개략적으로 알아봤다. 루오 대주교 사후(死後) 아직까지 루오 대주교처럼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업적을 남긴 철학자, 신학자를 찾아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박용모 교수(세바스티아노, 부경대) 타이완(臺灣) 푸런대학교(天主敎輔仁大學)에서 「주희 '이기' 철학사상 연구」(朱熹理氣哲學思想之硏究)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루오꽝 주교에게서 학위논문 지도를 받은 마지막 학생이다.
경성대학교, 동의대학교, 창원대학교, 부산 가톨릭대학교 강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부경대학교에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물로는 '맹자 심성철학 연구'(孟子心性哲學硏究), '노자의 지(知) 연구' '왕양명 공부론의 진로에 대한 성찰', '맹자의 성(性)에 대한 기본 태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