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발터 카스퍼(1933~ ) 추기경은 '가톨릭 튀빙겐' 학파의 전통을 이어받은 승계자로 평가되며, 2010년까지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을 지냈다. 그의 저서 「예수 그리스도」(1974)는 아직까지도 그리스도론 분야의 최고 명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의 또 다른 명저 「현재와 미래를 위한 신앙」(1972)은 튀빙겐대학교 교수 시절 제자인 심상태 몬시뇰(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장)이 번역, 국내에 소개됐다.
그리고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대교구장인 크리스토프 쇤보른(1945~ ) 추기경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세대에 속하지만, 현재 바티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자 중 하나다. 그는 「가톨릭교회 교리서」 책임 편집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20세기 활동한 제3세계 신학자
한편, 20세기에 활동한 제3세계 신학자들을 살펴보면 우선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신학을 태동시킨 페루 도미니코회 구스타보 구티에레즈(1928~ )를 꼽을 수 있다. 구티에레즈는 1970~80년대 남미의 억압적 시대 상황 속에서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을 외치며 등장한 해방신학이 복음 정신에 입각한 신학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음을 주장하며 이를 여러 저서를 통해 널리 알렸다. 이후 해방신학은 여러 신학자에 의해 다양한 갈래로 전개됐는데, 사회 분석을 위한 방법론적 채택의 오류와 일부 노선의 급진성 등이 지적받으며 교도권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남미 해방신학의 출현은 20세기 신학사에서 제3세계 신학과 토착화 신학의 흐름이 다양하게 등장하게 된 하나의 계기였다고 평가된다.
아시아적 맥락에서 토착화 신학을 구체적으로 전개한 인물을 꼽는다면, 다년간 대만 보인대학교 총장을 지낸 루오꽝(羅光, 1911~2004) 대주교를 들 수 있다. 그는 스콜라 철학의 관점에서 중국 철학을 새로이 조명하며 동서를 관통하는 가톨릭 철학 사상을 전개했다. 그리하여 스콜라 철학과 유가 철학의 상호보완적이고도 통합적인 관점에서 '생명철학'을 전개함으로써, 사상적 관점의 토착화라는 차원에서 아시아 신학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평가된다.
아시아 신학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톨릭 신학자는 스리랑카의 예수회원 알로이시어스 피어리스(1934~ )이다. 신학자이며 불교학자인 피어리스는 가난과 종교심이라는 두 가지를 아시아 신학의 핵심 요소로 간주해 출발한다. 그래서 '강요된 가난'이라는 실재를 살아가는 아시아 대륙에서 전통적 종교 유산을 통해 내려오는 '자발적 가난'이라는 복음적 요소를 재발견, 그리스도교 신앙 관점에서 재성찰함으로써 '아시아의 해방신학'이라는 통합된 신학적 전망을 제시했다.
윤리신학·전례신학·성서신학자
지금껏 교의신학자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교의신학의 인접분야인 윤리신학에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 베른하르트 해링(1912~1998)을 들 수 있겠다. 독일 구속주회 회원인 해링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신학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가톨릭 윤리신학에 대한 대화적 접근을 시도했다. 한편, 20세기 후반에 들어 주목받은 생태신학 분야에서는 미국 예수고난회 소속 토마스 베리
(1914~2009)의 업적이 크다. 그는 생태학을 심원한 신학적, 영성적 차원에서 다루며 '생태영성'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여성신학 역시 20세기 후반에 새롭게 주목받은 분야다. 독일과 미국에서 활동한 성경신학자 엘리자베스 슈쓸러 피오렌자(1938~ )는 현대 여성신학의 흐름을 대표하는 신학자로 손꼽을 수 있다.
전례신학 분야에서는 독일 베네딕도회의 오도 카젤(1886~1948)이 있다. 그는 예수님 생애 신비 신학을 다루면서, 그리스도와 그분의 구원 업적은 전례에서 거행되는 신비 안에서 현존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카젤의 신학적 입장은 전례 거행의 구원론적 의미를 밝히는 데 기여했고, 20세기 전례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 개혁에도 이바지했다. 한편, 영성신학 분야에서는 프랑스 베네딕도회 쟝 러클레르크(1911~1993)와 오라토리오회 루이 부이에(1913~2004) 등이 20세기 가톨릭 영성신학의 흐름을 이끌어간 주요 인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