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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01 21:22
   <2>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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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건석
    조회 : 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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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

 

 

2013년의 가장 중요한 교회의 키워드는 바로 '신앙의 해'. 지난 2월 말 자진 사임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재위 2005~2013)가 선포한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개최 50주년을 기념해 2012 10 11일에 개막했고, 오는 11 24일에 폐막한다.

 

 신앙의 해 선포라는 세계 교회 차원의 기획은 현대 세계의 전반적인 교회 위기 상황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됐기에, 새로운 복음화를 통해 신자들 신앙 열정을 북돋우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신앙의 해 선포에서 무엇보다 베네딕토 16세의 신학 사상이 그 이론적 기본 토대로 작용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현대 세계에서 신앙인이 겪게 되는 갈등과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신앙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지에 관한 과제는 베네딕토 16세가 일생 동안 추구해왔던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 과거 신학자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사도좌 직무를 수행하던 때까지 모든 기간을 관통하는 베네딕토 16세의 일관된 신학 사상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신앙의 상태와 신학의 흐름에 관한 베네딕토 16세의 문제 제기는 과연 무엇인가.

 

 베네딕토 16세는 요제프 라칭거(Joseph Ratzinger, 1927~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신학자 시절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1968)을 펴냈다. 베네딕토 16세는 초판 머리말에서 유명한 '행운의 한스' 이야기를 제시한다. 한스는 운 좋게도 금덩어리 하나를 갖고 있었는데, 자신이 갖고 있던 금덩어리가 너무 무겁고 짐스럽다고 여겨 다른 것들과(처음에는 말 한 마리, 그 다음에는 소 한 마리, 그 다음에는 거위 한 마리, 마지막으로 숫돌 한 토막) 하나하나 바꾸다가, 결국 마지막 남은 숫돌 한 토막마저도 물에 던져버린다는 이야기다.

 

 베네딕토 16세는 이 이야기를 통해 "황금에서 숫돌로 이끄는 경향을 조장"하는 흐름을 비판한다. 현대 세계에서 소중한 신앙 유산과 교회 자산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현대화 흐름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몰지각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신앙의 요구를 단계적으로 풀어헤친 결과, 아무것도 소중한 것은 잃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한 단계를 더 내려와도 못 느낄 만큼씩은 무언가 잃어 온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그저 믿는 마음으로 자꾸 바꿔 나가며 한 해석에서 다른 해석으로 이끌려 나온 가엾은 한스는, 크리스천은 결국 오래지 않아 처음에 가졌던 황금 대신 이제는 숫돌 한 토막만 손에 들고 있게 되었고 그것마저도 던져 버리라고 마음 놓고들 권유하게 된 것이 아닐까"(12~13).

 

 베네딕토 16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기간에 독일 쾰른대교구장 요제프 프링스(1887~1978) 추기경의 주요 신학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이 경험을 토대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배경과 과정을 설명하는 해설서를 내기도 했다. 1963년부터 독일 뮌스터대, 1966년부터는 튀빙겐대, 1969년부터 레겐스부르크대에서 신학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1976년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장 대주교로 임명됐고, 1977년에는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1981년부터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직을 수행하다 2005년 교황으로 선출, 올해 2월 말 자진 사임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신학적 기조 사상이 가장 압축적으로 잘 드러나는 기본 저서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이다.

 

 1968년 처음 출간된 이 책에는 오늘날 신앙 위기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 제기와 해답이 어느 정도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책은 다음과 같은 머리말의 문제 제기로 시작한다. "그리스도 신앙의 내용과 의의가 과연 무엇이냐는 물음은 오늘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둠과 불안에 싸여 있다"(12). 그리고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오늘날 신앙 문제를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데 있음을 밝힌다. "이 책의 의도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서 인간 실존을 가능케 하는 길로서 신앙을 다시 이해하려는 데 있다. 정신적 공백을 억지로 감추려는 한갓 빈말로 신앙을 변조하자는 게 아니라 신앙을 진지하게 풀이하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13).

 

 그리스도 신앙 고백의 집약이며 그리스도교 입문을 위한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사도신경'의 기본 구조를 따라 신학적 고찰을 제시하는 이 책은 베네딕토 16세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신학 자문위원 역할을 마치고 독일 튀빙겐대 신학 교수로 활동하던 1967년 여름학기 때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것으로 1968년 독일어로 처음 출판됐다.

 

 많은 이가 이 책을 요제프 라칭거의 최고 저서로 꼽는데 주저치 않는다. 2000년에는 긴 서문과 함께 새로운 독일어 개정판이 발간됐다. 국내에서는 1974년 분도출판사를 통해 처음 번역됐고(장익 주교 번역), 새 번역판은 2007년 출간됐다. 이 책은 오늘의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집중 조명한다. 미국의 유명 가톨릭 주간지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의 바티칸 통신원 존 알렌은 "이 책은 현대에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진리를 알아내기 위해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의구심과 불신 앞으로 용기 있게 걸어가는 심원한 인간 경험을 통해 신앙을 고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책의 의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 상황에서 인간 실존의 기본 근저로서 신앙의 의미를 재발견하려는 데에 있다.

 

 신앙의 해를 보내면서 가톨릭 신자로서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이다. 책이 상당히 난해한 신학 내용을 담고 있어 완독에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베네딕토 16세의 신학적 기조 사상을 잘 제시하는 이 책은 신앙의 해를 선포한 뜻과 의도가 무엇인지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은 기초신학과 교의신학적 측면, 특히 신론과 그리스도론을 중심으로 여러 신학적 전망과 쟁점을 제시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책은 사도신경의 구조를 따라 전개되는데, 주로 성부와 성자에 관한 신앙고백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2000년 신판의 머리말에서는 그리스도교 신앙 입문서인 이 책의 핵심이 "하느님에 관한 물음과 그리스도에 관한 물음"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책의 목표는 "하느님에 관한 물음과 그리스도에 관한 물음을 중심에 놓고, 하나의 '서술적 그리스도론'으로 전개해 나가면서 교회 안에서 신앙의 자리를 제시"(37)하는 데에 있다.

 

 한편, 성령과 교회 그리고 종말에 관한 신앙고백이 담긴 부분은 매우 짧게 다뤘다. 신앙고백 부분에 대한 해설은 한국어 번역판(2007)의 총 363쪽 중 31쪽에 불과하다. 물론 중요한 신학적 전망을 짧게나마 제시하고 있지만 성령론, 교회론, 종말론적 관점에서 보다 상세한 해설이 필요하다.

 

 베네딕토 16세의 신학 사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중심으로, 이후 주교와 추기경,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교황을 지내며 발표했던 모든 공식 교회 문헌과 개인 저작물에서 드러나는 연속성에 관한 고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글은 교회 교도권 가르침을 분석하기보다는 '20세기를 빛낸 가톨릭 신학자들'을 학술적으로 조명하는 특별 연재에 속하기에, 추기경과 신앙교리성 장관 등 교회 교도권 직무를 공식적으로 수행하기 이전인 요제프 라칭거라는 개인 이름으로 활동하던 시절까지로 다루는 범위를 국한할 것이다.

 

 2000년 신판의 긴 머리말을 포함해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에서 드러나는 신학적 기조 사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그 후속 과제는 무엇인지, 그것이 특별히 신앙의 해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신앙적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것이 이 글의 기본 목적이다.

 

 다만, 베네딕토 16세의 가장 최근 저서인 「나자렛 예수」 1~3권은 따로 다룰 것이다. 「나자렛 예수」 1권 서문에서 베네딕토 16세 스스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절대로 교도권 차원에 속하는 공식 문헌이 아니다. 이것은 '주님의 얼굴'(시편 27,8 참조)을 찾는 개인적인 탐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누구든 내 견해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나는 그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부탁할 뿐이다"(24). 「나자렛 예수」는 그리스도론의 흐름 속에서 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어쩌면 1968년 저서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에 나타난 그리스도론적 전망의 후속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20세기 대표적 가톨릭 신학자 요제프 라칭거에 관한 총 3회 연재 중 이번 소개에 이어 두 번째 연재에서는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에 나타난 신학적 기조 사상을, 마지막으로는 「나자렛 예수」에 나타난 그리스도론적 전망을 소개하겠다.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의신학 교수, 신학과사상학회 편집위원장)

 

 ▲1992년 수품(서울대교구)

 ▲2004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 교의신학 전공. 신학박사.

 ▲현재 가톨릭대 성신교정 및 생명대학원 교수,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신학위원회 전문신학위원

 ▲주요논문 : 성령의 보편적 현존과 활동에 관한 식별-교의신학적 원리들(2006), 성경과 전승의 관계에 대한 해석학적-조직신학적 고찰(2007), 성령론적 그리스도론의 현대적 흐름과 쟁점-종교 다원주의 맥락에서(2009) 14

 ▲저서 : '박준양 신부와 함께하는 신학 여행 시리즈'(생활성서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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