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자료

마리아 관음, 17세기, 일본 (Maria Kannon, 17th century, Japan)

Author
Stella
Date
2017-09-19 01:32
Views
1848
마리아 관음, 17세기, 일본 (Maria Kannon, 17th century, Japan)

새학기가 시작되어 그런지 하루하루가, 또 일주일이 정말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요. 내일 아홉시반 성경 공부 모두 기억하고 계시죠? 내일은 더 많은 분들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좀 생소한 이름을 가진 성상을 가지고 와봤어요. 오늘은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 그 중에서도 이웃나라 일본으로 갑니다^^. 마리마 관음, 일본어 발음으로는 ‘마리아 칸논’이라고 불리는 성상이에요. 17세기 일본에서 제작된 상들입니다. 이 상이 만들어진 역사적인 배경을 간략히 설명드리면. 1592년 조선을 침략해서 임진왜란을 일으킨 풍신수길 (도요토미 히데요시)은 많이들 아실거에요. 풍신수길이 어린 아들 하나만을 후계로 남기고 죽은 이후, 풍신수길을 배신하고 천하를 제패한 인물이 덕천가강 (도쿠가와 이에야스)입니다. 덕천가강은 1603년 지금의 동경, 당시 이름으로는 ‘에도’에 자신의 성을 딴 도쿠가와 막부를 세워요.

덕천가강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중의 하나가 쇄국정책이었는데, 그건 나가사키를 중심으로 한 네덜란드와의 무역을 제외하고 외국과의 모든 교류를 금지하는 정책이었습니다. ‘모든 교류’에는 물론 가톨릭 신앙 또한 포함되었습니다. 더구나  1636년 가톨릭 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시마바라의 반란사건’ 이후 포교를 비롯한 종교활동이 금지됩니다. 일본의 가톨릭 역사는 1549년 예수회 설립자이기도 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내항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시마바라의 난에 참여했던 가톨릭 교인수만해도 4만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그 교세가 짐작이 되실 거에요.

가톨릭이 전면 금지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지하로 숨거나 자신들의 신앙을 위장합니다. 이런 이들을 ‘hidden Christian,’ 일본어로 ‘카쿠레 키리시탄’이라고 부르며 ‘마리아 칸논’은 바로 이 ‘카쿠레 키리시탄’이 남긴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이들은 감시의 눈을 피하고 자신들의 신앙을 효과적으로 위장하기 위해 ‘불교’에 의탁합니다. ‘마리아 칸논’에서 ‘칸논(관음)’은 우리가 흔히 관음보살이라고 하는 불교신 중 하나입니다. 불교에서 ‘보살’은 열반에 들 수 있는 불성을 얻었지만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현세 가까이 남은 존재라고 설명하는데요, 예를 들어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각각 지식과 지혜, 약사와 지장보살이 인간의 건강과 내세의 삶을 관장한다고 해요. 그리고 ‘관음’보살은 바로 ‘자비’의 보살로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에 귀기울이고 기도를 들어주는 보살입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하느님께 중계해주신다는 의미에서 성모 마리아께서 하시는 일과 비슷하죠.

그래서 카쿠레 키리시탄이 성모마리아께 기도하기 위해 ‘칸논’이라는 불상의 형식을 빌렸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또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불교에서 ‘보살’은 기본적으로는 여성성으로 표현되지 않아요. 간단하게 보살은 모두 남자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여기서 예외가 바로 관음 보살입니다. 관음 보살은 ‘자모관음’이라고 해서 품에 아기를 안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한, 여성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이것 또한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으신 성모 마리아와 비슷하죠.

‘마리아 칸논’은 청동으로 제작되기도 하고, 백자처럼 자기로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카쿠레 키리시탄은 이 성상들 속에 십자가를 숨겨두었다고해요. 집안에 마리아 칸논을 모셔놓고, 역시나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불단처럼 꾸몄습니다. 마리아 칸논 앞에서 하는 기도는 모르는 사람 눈에는 마치 관음상 앞에서 불경을 외우는 것처럼 보였을 거에요. 하지만 사실은 성모마리아에게 바치는 묵주기도였겠죠.

1966년 출판된 엔도 슈사쿠 (Endo Shūsaku)의 유명한 소설, ‘침묵,’ 은 바로 이시기, 17세기 가톨릭 포교 금지령이 내려진 후 내항한 예수회 선교사들과 카쿠레 키리시탄의 수난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영화화했다고 들었어요. 영화 트레일러 링크 걸었습니다. 당시 카쿠레 키리시탄이 어떻게 박해받았는지 잘 묘사한 영화 같아요. 언제 다함께 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료 작성 : 김정희 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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