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마태오와 천사 (Saint Matthew and the Angel, 1602-1603), 카라바지오(Caravaggio,1571-1610)

Author
Stella
Date
2017-09-21 03:06
Views
26
성 마태오와 천사 (Saint Matthew and the Angel, 1602-1603), 카라바지오(Caravaggio,1571-1610), 이태리

 

안녕하셨어요! 내일 성경공부반 모이는 날인거 기억하시죠? 내일은 지난주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날짜를 보니, 내일은 (9월 21일) 사실 마태오 사도의 축일이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마태오 사도와 관련된, 예전부터 꼭 소개해 드리고 싶었던 작품 두 점을 가지고 왔습니다. 혹시7월에 보내드렸던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의 작가 ‘카라바지오’ 기억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성 마태오와 천사’ 또한 카라바지오의 대표작들에 속합니다.

 

카라바지오는 이 두 작품을 연달아 그렸어요. 첫번째 작품 (왼쪽) 을 잠깐 보면, 깊이를 파악할 수 없는 온통 검은색의 불분명한 공간을 배경으로 마태오 사도와 천사의 모습이 화면 가득 등장합니다. 조금은 엉거주춤한 포즈로 의자에 앉은 마태오 사도는, 이쁘장한 소녀의 모습으로 표현된 천사의 도움을 받아 마태오 복음의 구절을 써내려갑니다. 천사의 손과 마태오 사도의 손이 맞닿아 있는데, 이는 복음서를 기록하는 것이 마태오 사도의 자유 의지가 아니라 그야말로 천사의 의지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저절로 움직이는 자신의 손을 보며 마태오 사도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어요.

 

이 작품 (왼쪽)은 카라바지오가 로마에 있는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 (San Luigi dei Francesi Church) 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던 건데, 완성된 그림을 보고 성당 측에서 좋아하지 않았어요. 요즘 화가들은 작품을 그려 갤러리에 전시하고 판매하며 살아가지만, 카라바지오 시대 화가들은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해줄 후원자를 찾는게 큰 일이었어요. 왕족이나 귀족들도 큰 수입원이긴 했지만 늘 많은 성상이 필요했던 교회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고객이었기 때문에 카라바지오는 작품을 다시 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요구에 부합해서 다시 제작한 결과가 바로 오른쪽 그림이에요.

 

왜 성당은 첫번째 버전의 ‘성 마태오와 천사’를  탐탁치 않아 했을까요. 카라바지오가 이 그림을 다시 그려야 했던 이유는, 당시 한창 고조되어 있던  ‘반종교개혁’ 의 시대적 분위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칼뱅의 종교개혁에 대항한 가톨릭은 트렌트 공의회 (1545-1563) 를 열어 칼뱅이 공격하고 있던 가톨릭의 중요한 교리들을 다시 재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칼뱅이 교회에서 성상이나 성화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 우상숭배라며 비판했다면, 가톨릭 교회는 성상과 성화는 문맹의 교인들을 위한 교육적인 목적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합니다. 즉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서 성화는 어디까지나 교육적이고, 계몽적인 목적에 부합해야 했습니다. 당시의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카라바지오의 첫번째 ‘성마태오와 천사’는 ‘불경’한 그림이었습니다. 살짝 벌어진 입 때문인지, 매우 매혹적으로 보이는 천사의 얼굴, 더구나 속이 훤히 비치는 (자세히 보시면 천사의 배꼽이 보여요)  얇은 천의 옷을 걸친 천사의 모습은 가톨릭 교회가 신도들에게 보여주고자했던 ‘교육적’인 모습은 아니었을 거에요. 시원하게 벗겨진 머리의 강조, 둘둘 말아올린 옷 소매의 표현, 너무나 인간적으로 묘사된 울퉁불퉁한 근육의 모습, 카라바지오가 재현한 마태오 사도 또한 공경받을 성인의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의 모습에 더 가깝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천사가 중개하는 성령의 힘으로 복음서를 기술하는 ‘성인’ 마태오 사도의 모습이 좀 더 신성하게 보이길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려진 두번째 버전은 그 의도에 더 부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은은하게 머리를 감싼 황금빛의 후광과 신체를 거의 모두 가린 고급해보이는 붉은 색의 옷차림은 마태오 사가를 더욱 고귀한 존재로 부각시킵니다. 두번째 버전에서 천사는 첫번째 버전에서 느껴지던 묘한 성적인 매력과 긴장감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천사의 몸을 몇 겹으로 감싸고 있는 하얀 천때문에 사실 어깨와 팔을 제외하고는  신체의 구조조차 잘 파악되지 않습니다.

 

어떤 버전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저는 두번째 버전이 뭔가 교회의 위엄에 걸맞게 그려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첫번째 버전에서 느껴지는 마태오 사도와 천사의 친근함이 더 좋습니다.  첫번째 버전은 원래 베를린의 카이저 프리드리히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었는데요 슬프게도 이차 세계대전 당시 소실되어 지금은 이렇게 흑백 사진으로만 남아있습니다. 보내드리는 컬러 버전은 나중에 컴퓨터로 복원된 것이에요.



자료 정리 : 김정희 에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