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마태 10,16-23) - 3678

Author
신부님
Date
2025-07-09 11:02
Views
982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678

2025년 7월11일 금요일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마태 10,16-23)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마태 10,16)

오늘은 서방 수도생활의 아버지이신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입니다. 무엇 보다도 먼저 오늘 축일을 맞으시는 여러분들과 분도회 수도자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

우리는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통해, 혼돈의 시대 속에서 하느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고 굳건히 믿음을 지켜낸 성인의 삶을 묵상하며 우리 또한 성인의 삶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특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진하게 되라" (마태 10,16)고 권고하십니다. 이 구절은 혼란과 위험 속에서도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침을 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연약한 양과 같지만, 내적으로는 상황을 분별하는 지혜와 순수한 마음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는 이 말씀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하느님 안에서 흔들림 없이 공동체를 세우고 신앙을 지켜낸 성 베네딕토의 삶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오늘 첫째 독서인 창세기 말씀은 야곱이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이집트로 떠나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기근을 피해 이집트에 있는 아들 요셉에게로 가는 길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발걸음이었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이 앞섰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밤의 환시 중에 야곱에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이집트로 내려가거라. 내가 거기에서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 나 자신이 너와 함께 이집트로 내려갈 것이고, 나 자신이 너를 다시 데리고 올라가리라. 요셉이 네 눈을 감겨 줄 것이다." (창세 46,3-4)

이 말씀은 야곱의 두려움을 잠재우고 하느님의 약속과 현존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심어주었습니다. 야곱은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온 가족과 재산을 이끌고 이집트로 향했고, 마침내 요셉과의 감격적인 상봉을 이룹니다. 이처럼 우리 삶에도 때로는 익숙한 것을 떠나야 하는 미지의 여정들이 찾아옵니다. 그때 우리는 야곱처럼 두려워할 수 있지만, 동시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의 길을 인도하시리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노자는 그의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千里之行, 始於足下)." 야곱의 이집트 여정처럼, 우리 삶의 중요한 변화와 도전은 때로는 첫 한 걸음의 용기와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뢰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복음 마태 10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주신 지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늑대들 가운데 보낸 양"과 같다고 하시며, 박해와 어려움을 예고하십니다. 그러나 동시에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진하게 되라" (마태 10,16)고 권고하십니다.

제자들이 단순히 순진하기만 해서는 늑대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단순히 슬기롭기만 해서는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따를 수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지혜와 순수함을 동시에 갖추어야 함을 강조하는 역설적인 지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한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받을 것" (마태 10,22)이라고 말씀하시며 인내의 중요성을 역설하십니다.

이 말씀은 혼란과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성 베네딕토의 삶과 깊이 연결됩니다. 로마 제국이 무너지고 야만족의 침입이 잦았던 암흑기, 성 베네딕토는 세상의 혼란에서 벗어나 하느님만을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성인께서는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전적으로 자신을 내맡겼지만, 동시에 수도회를 세우고 '성 베네딕토의 규칙서'를 집필하며 수도생활의 기틀을 다지는 데 필요한 탁월한 지혜와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기도하고 일하라 (Ora et Labora)"는 모토 아래, 수도원들을 통해 신앙의 빛과 문명의 등불을 보존하고 전파하며, 늑대들 가운데 양처럼 살아가면서도 슬기로움과 순진함을 잃지 않는 삶을 실천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박해와 어려움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하십니다. 특히 마태오 복음 10장 19-20절은 우리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이 말씀은 우리가 중요한 순간, 특히 신앙을 증언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내가 과연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에 사로잡힐 때 큰 힘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인간적인 걱정을 내려놓으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이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 곧 성령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말과 생각 너머에서 하느님의 영이 역사하시며, 가장 적절한 때에 가장 필요한 말씀을 우리 입술에 놓아주실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이는 단순히 말을 잘하게 해주시겠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그분의 뜻을 선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겠다는 깊은 신뢰의 메시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침묵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우리 안에 살아 숨 쉬는 성령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성 베네딕토의 삶은 우리에게 바로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깊은 신뢰와 흔들림 없는 인내를 통해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두려움 속에서도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그는 야곱처럼 하느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새로운 길을 나섰고,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박해와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믿음을 지켰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또한 예측 불가능한 변화와 갈등으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이 시대의 '늑대들' 앞에서 때로는 두렵고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 베네딕토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우리 삶의 모든 여정에서 그분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지혜와 순수함,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복음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동방 교회의 사막 교부들은 수도자들에게 이렇게 권고했습니다. "네 방에 앉아라, 그러면 네 방이 너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이는 외적인 소란에서 벗어나 내면의 고요함 속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자신을 성찰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우리도 성 베네딕토처럼, 세상의 소음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 영혼의 '방' 안에서 하느님과 깊이 만나며, 그분 안에서 굳건히 서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우리 모두 하느님의 인도하심을 온전히 신뢰하고, 삶의 모든 어려움 속에서 슬기롭게 대처하며 끝까지 믿음으로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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