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영적인 무기력에서 해방되는 삶(에제 47,1-9.12/요한 5,1-16) - 3888

Author
신부님
Date
2026-03-15 06:09
Views
526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888

2026년 3월 17일 화요일

영적인 무기력에서 해방되는 삶(에제 47,1-9.12/요한 5,1-16)

“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요한 5, 24)

현대의 성녀 마더 테레사께서는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오늘이 있을 뿐입니다. 자, 시작합시다."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또한 실존주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의 절망 속에서도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자유'만은 빼앗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제 47,1-9.12)는  성전 문턱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신비로운 물의 환시를 보여줍니다. 이 물은 처음에는 발목을 적시는 미미한 흐름이었으나, 무릎과 허리를 지나 마침내 사람이 헤엄쳐야만 건널 수 있는 거대한 강이 됩니다. 이 강물이 닿는 곳마다 죽었던 바닷물이 살아나고 온갖 생물이 번성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하임(Chayyim, חַיִּים)'이라 불리는 히브리어 '생명'의 역동성입니다. 성전에서 흐르는 은총은 정체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확산되며, 파괴된 질서를 원래의 아름다움으로 복구시키는 '라파(Rapha, רָפָא)', 즉 하느님의 치유하시는 능력을 드러냅니다. 이 생명수는 우리 영혼의 메마른 골짜기를 채우며 우리를 온전한 존재로 되돌려 놓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요한 5,1-16)에서의 베짜다 못가의 풍경은 이 생명력과는 대조적인 무기력함으로 가득합니다. 3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병마와 싸워온 한 사내는 "물이 출렁거릴 때 나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라며 탄식합니다. 그는 환경의 제약과 타인의 무관심 속에 갇혀, 빅터 프랭클이 말한 '마지막 자유'—자신의 태도를 결정할 의지—마저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그에게 다가가  "건강해지고 싶으냐?"(요한 5,6) 하고 물으십니다.

이 질문은 그리스어로 '텔레이스(Theleis, θέλεις)'입니다. 이는 단순한 희망 사항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참으로 치유받기를 원하는 열망이 있는가?”하는 물음입니다. 주님은 환경 탓을 하던 병자의 시선을 자기 내면의 의지로 돌려놓으십니다. 그리고 곧이어 '에게이레(Egeire, γειρε)', 즉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하고 명령하십니다. 이 단어는 죽음과 같은 잠에서 깨어나라는 명령입니다.

병자가 자신의 '들것'을 들고 일어선 순간, 38년의 무기력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치유는 베짜다의 물이 출렁거릴 때 시작된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에 자신의 의지를 결합하여 몸을 일으킨 그 찰나에 완성되었습니다.

사순 시기를 지내는 우리 역시 각자의 '들것' 위에 누워 있을지 모릅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누구 때문에"라는 핑계 뒤에 숨어 영적인 무기력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수는 이미 우리 발목을 적시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은총의 강물에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용기입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똑같이  “정말 건강해지고 싶으냐?"(요한 5,6) 하고 물으십니다.

이 물음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불평이 아니라, 말씀에 의지해 무거운 들것을 들고 일어서는 행동이어야 합니다.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내면의 성전에서 흐르는 생명수가 우리 삶의 메마른 땅을 적시고, 우리를 진정한 '하임(생명)'의 길로 인도해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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