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 잘 듣는다는 것의 의미”(이사 41,13-20 ; 마태 11,11-15) - 3807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807
2025년 12월 11일 목요일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 잘 듣는다는 것의 의미”(이사 41,13-20 ; 마태 11,11-15)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마태 11, 12)
우리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의 귀를 열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복음 말씀을 통하여 말씀하십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이 말씀은 단순한 청각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여는 문제, 관계의 문제, 그리고 믿음의 문제입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자기중심적 태도에서는
결코 하느님의 뜻을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탈무드도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자기 마음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다. 그러나 지혜로운 이는 하느님께서 들려주시는 침묵까지 듣는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영혼의 태도임을 깨우쳐 줍니다.
제1독서(이사 41,13-20)에서 하느님께서는 두려움 속에 있는 이스라엘에게 감동적인 약속을 해주십니다.
“13 나 주님이 너의 하느님, 내가 네 오른손을 붙잡아 주고 있다.나는 너에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14 두려워하지 마라, 벌레 같은 야곱아,구더기 같은 이스라엘아!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이 너의 구원자이다..”(41,13-14)
이스라엘은 바빌론 유배 중에 있었고, 자신을 무력한 ‘벌레와 구더기’와 같다고 느끼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 벌레와 구더기 같은 백성을
‘내가 너를 날카로운 타작기로, 날이 많은 새 타작기로 만들리니 너는 산들을 타작하여 잘게 바수고 언덕들을 지푸라기처럼 만들리라.’(41,15)고 하십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은총을 약속하십니다.
또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가련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이 물을 찾지만 물이 없어 갈증으로 그들의 혀가 탄다. 나 주님이 그들에게 응답하고 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그들을 버리지 않으리라.”(41,17)
이것은 단순한 물리적 물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과 위로, 그리고 인도하심의 약속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갈증으로 혀가 탈 때 생수를 주시고,
어둠 속에서 길을 열어 주시며, 낙심한 마음에 희망을 심어 주십니다.
따라서 대림 시기의 첫 번째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붙잡아 준다.”
하느님께서 붙잡아 주시는 사람은 비록 세상은 흔들려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11, 11-15)에서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묻습니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마태 11, 3)
이 질문을 들은 군중들은
마치 요한이 예수님을 의심한 것처럼 오해했습니다.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예수님은 말라키서 3,1을 인용하시며
요한을 가리켜 “나의 앞에서 길을 닦는 이”,
곧 메시아의 도래를 준비하는 하느님의 사자라고 설명하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 11)
그는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진리를 외친 예언자였기 때문입니다.
교부 성 예로니모는 요한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요한은 구약과 신약을 잇는 다리이다. 그의 탄생은 구약의 결실이고, 그의 말은 신약의 문을 연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크다.”
이 말은 요한을 낮추기 위한 말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하는 이 시대가 얼마나 큰 은총의 시대인지를 말해주는 표현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도래가 일상 속으로 들어왔음을 선언하는 말입니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 봅니다,.
고대 교부들과 현대 학자들은 서로 다른 두 해석을 제시합니다.
① 악의 세력에 의한 폭력적 저항(현대적 해석)
요한은 헤로데에게 감금되었고,
예수님은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었습니다.
악의 세력은 하늘나라의 도래를 막기 위해 폭력을 사용했습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빛이 오면 어둠은 가만있지 않는다.
하느님 나라가 오면 악은 반드시 저항한다.”
② 하늘나라를 얻기 위한 영적 투쟁(고대 교부들의 해석)
회개, 희생, 절제, 믿음, 선행 같은 영적 노력과 결단 없이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성 오리게네스는 이 구절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하늘나라는 자신을 억누르는 옛 자아를 부숴 버리는 거룩한 폭력에 의해 얻어진다.”
두 해석은 서로 다르지만, 오늘 우리 시대를 보면 두 해석이 모두 유효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도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폭력이란 꼭 물리적 폭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폭력은 영적 폭력, 관계의 폭력, 양심의 침해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들을 귀가 있어야
악의 폭력을 알아보고,
하느님의 속삭임을 알아듣고,
선택의 순간에 올바른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닙니다. 관계를 믿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신뢰할 때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진짜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진짜 들었다면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실천 없는 청취는 단순한 정보 수집일 뿐, 신앙이 아닙니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제 마음을 열어
당신 말씀을 듣는 귀를 주소서.
듣고 싶은 말만 듣지 않게 하시고,
하느님의 침묵까지 들을 수 있는 영혼을 주소서.
그리고 들은 것을 실천할 용기를 주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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