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 추석 한가위를 맞으며 (루카 12,15-21) - 3751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751
2025년 10월 6일 월요일
추석 한가위를 맞으며 (루카 12,15-21)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네가 장만한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루카 12,20)
"금과 옥이 집안에 가득해도, 능히 그것을 영원히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뜻을 담고있는 金玉滿堂, 莫之能守 (금옥만당, 막지능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오늘 우리가 지내는 한가위(추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한가위는 단순히 곡식과 열매가 풍성한 절기를 넘어, 우리에게 삶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깊은 신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기쁨은 결코 '나 혼자'의 풍요가 아니라, '함께' 누리고 나누며 조상들의 땀과 수고를 기억하는 감사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풍성한 수확은 우리의 노력만으로 얻어진 것이 아님을 성경은 분명히 밝힙니다. 요엘 예언자가 전하는 대로, 이 결실은 하느님께서 정의에 따라 제때에 내려주신 가을비와 봄비(요엘 2,23) 덕분입니다.
따라서 한가위의 참된 의미는 자신의 공로에 도취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임을 깨닫고 감사드리는 데 있습니다.
차례와 성묘를 통해 우리 앞서 신앙과 삶을 이어 주신 조상들의 은혜를 기리고 그분들을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손에 맡기는 행위는,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아름다운 감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물질적인 풍요에만 눈이 멀 때, 우리는 복음이 경고하는 '어리석은 부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풍성한 수확을 얻고 더 큰 곳간을 지으며 오직 자기 자신에게 "편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겨라"(루카 12,19)고 말하는 부자를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이 부자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풍요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안심시켰지만, 정작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네가 장만한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루카 12,20)
그의 비극은 재산이 많았다는 사실에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가 가진 풍요로움이 하느님을 찬양하거나 이웃과 나누는 삶으로 전혀 이어지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의 삶은 오직 자기만을 위한 축적이었기에,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했습니다.
묵시록의 말씀은 우리에게 영원한 부요함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 …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묵시 14,13)
우리의 진정한 삶과 수고는 헛되지 않고, 주님 안에서 이룬 모든 선한 일은 영원한 기록으로 하느님 앞에 기억됩니다. 한가위 차례와 성묘가 죽음을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길목으로 바라보는 믿음을 새롭게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곳간이 아무리 가득 차 있어도, 그것이 사랑과 나눔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풍요는 언젠가 사라질 허상에 불과합니다. 한가위의 기쁨은 '많이 모았다'는 사실에 있지 않고, 그 모은 것을 나누고 감사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돌릴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이 추석 한가위를 지내면서 재산이 아니라 사랑과 나눔, 하느님과의 관계가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는 진정한 부요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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