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라, 사랑이 익어가는 시간(말라 3,1-4.23-24 / 루카 1,57-66) - 3816

Author
신부님
Date
2025-12-21 07:12
Views
426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817

2025년 12월 23일 화요일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라, 사랑이 익어가는 시간(말라 3,1-4.23-24 / 루카 1,57-66)

63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러자 모두 놀라워하였다. 64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루카 1,63-64)

성탄을 이틀 앞둔 지금, 세상은 이미 성탄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거리의 불빛과 음악은 “이미 다 이루어진 축제”를 말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예수님 오심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 대림을 살아갑니다. 세상은 성탄의 결과를 향유하고, 우리는 성탄의 이유를 준비합니다. 이 차이가 우리 신앙의 자리, 그리고 우리의 길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큰 자비를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자기 중심적으로 살면, 하느님께서 내 삶에 개입하신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마음이 닫혀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신앙은 어느새 습관이 되고, 대림은 달력의 한 칸이 되며, 성탄은 그냥 “한 번 더 돌아오는 절기”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너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느냐?” 하고 묻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는 것은 종종 세상의 논리를 거슬러야 하는 삶입니다. 사회적 추세를 넘어서는 일이기에, 때로는 배척과 외로움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대면하는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는 이것일 것입니다.

“세상의 관습과 전통이 하느님의 뜻과 어긋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를 깊이 다시 찾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크신 사랑과 자비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 기억이야 말로, 우리가 유혹과 두려움을 이겨 내는 힘이 됩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말라키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자를 보내어 주님의 길을 준비시키시겠다고 약속하신다고 전합니다. 이는 외적인 준비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하느님의 뜻에 순응하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말씀입니다. 말라키는 선포합니다.

“보라, 내가 나의 사자를 보내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닦으리라.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말라 3,1)

이 말씀은 곧 성탄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이렇게 들립니다. 마음속에 자리한 불순한 생각, 두려움, 불안을 털어 내고, 겸손과 순명으로 주님 오실 길을 닦아라. 대림의 기다림은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며, 그 멈춤 속에서 사랑이 익어 가는 시간입니다.

복음은 이 준비가 어떻게 삶 안에서 구체화되는지를 즈카르야를 통해 보여 줍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하느님의 약속을 전했을 때, 즈카르야는 그 말씀을 온전히 믿지 못했고, 그 결과 말문이 막히는 일을 겪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 사건을 “믿지 못한 벌”로만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천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너는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즈카르야의 침묵은 단순한 징벌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준비의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보다 우리를 더 사랑하시기에 당신의 아들을 보내 주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삶의 매 순간 어려움을 대면하게 될 때마다 이를  “하느님의 벌”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어디 계시는가 하는 의문 속에 갇히게 됩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부족함과 흔들림조차, 당신 계획 안에서 새로운 길로 바꾸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이 옵니다. 사람들이 관습대로 아기의 이름을 ‘즈카르야’로 하려 할 때, 엘리사벳과 즈카르야는 하느님의 뜻을 택합니다.

“그의 이름은 요한이다.” 즈카르야가 글 쓰는 판에 그 이름을 적는 순간(루카 1,63), 침묵이 풀리고 찬미가 터져 나옵니다(루카 1,64).

순명은 단지 “말을 잘 듣는 태도”가 아니라, 닫힌 것을 여는 은총의 열쇠임을 보여 줍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기 위해서  세상의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선택은 외롭고 어렵지만, 그 자리에서 우리의 믿음은 더욱 순수해집니다. 믿음이란 세상의 관습이나 확실성에 의존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약속을 선택하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결국 우리를 하느님 찬미로 이끌어 갑니다.

주님의 성탄을 앞둔 이 시기에,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우리의 삶을 그분께 온전히 봉헌합시다. 완벽해지기 위해 애쓰기보다, 주님 오실 길을 닦는 일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대림의 마지막 걸음입니다. 오늘 우리의 작은 순명이, 내 안의 침묵을 찬미로 바꾸는 시작이 되게 합시다.

주님,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인자로이 들어주시고 저희를 찾아오시는 성자의 은총으로 저희 마음의 어둠을 비추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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