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 대림의 참된 의미(2사무 7,1-5.8ㄷ-12.14ㄱ.16 / 루카 1,67-79) - 3817
Author
신부님
Date
2025-12-22 07:54
Views
421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817
2025년 12월 24일 수요일
대림의 참된 의미(2사무 7,1-5.8ㄷ-12.14ㄱ.16 / 루카 1,67-79)
“78 우리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시어 79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루카 1, 78-79)
성탄의 불빛이 가까워질수록, 우리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대림을 시작하며 하느님과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미성취의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달력의 마지막 칸을 앞에 두고, 우리는 소중한 신앙마저 ‘얼마나 완벽히 준비했나’라는 잣대로 가늠하기 때문입니다.기도가 부족했다는 미안함, 선행을 다하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을 안고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마치 성탄이 정해진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자격시험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님을 향해 고요히 흐르던 기다림의 시간들이, 어느 순간 나를 증명해 보여야 하는 무거운 ‘성과’가 되어 우리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만히 짚어보게 됩니다.
오늘 독서(사무 하 7,1-16)에서 다윗 역시 우리와 비슷한 마음을 품었습니다. 자신은 화려한 궁전에 사는데 주님의 궤는 초라한 천막에 있는 것이 못내 마음 쓰였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당당히 선언합니다. “제가 주님을 위해 집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주님을 향한 다윗의 순수한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하느님께서는 그 열심 속에 숨은 순서를 부드럽게 바로잡아 주십니다.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사무 하 7,5) ... 더 나아가 주님이 너에게 한 집안을 일으켜 주리라고 선언한다. (사무 하 7,11)”
이 한마디에 대림의 신비가 녹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주님을 위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느님은 오히려 **“내가 너를 위해 한 집안을 일으켜 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느님이 일으켜 주시는 ‘집안’은 우리가 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약속이며 우리 삶의 무너지지 않는 든든한 토대입니다. 우리가 지으려는 집은 우리의 노력에 따라 휘청거리는 불안한 집이지만,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세워주시는 집안은 그분의 자비로 다져진 영원한 집안입니다.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이 은총의 질서를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주님, 당신께서 명령하시는 것을 저에게 먼저 주시고, 그 후에 당신께서 원하시는 것을 명령하소서.” 우리는 내 힘으로 누군가를 용서하고 사랑하려다 지치곤 합니다. 사랑해야 한다는 ‘명령’이 은총보다 앞설 때 신앙은 무거운 숙제가 됩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먼저 우리 삶에 ‘집안을 일으키듯’ 사랑의 토대를 닦아주시면, 그 모든 명령은 나를 억누르는 짐이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하는 길이 됩니다.
오늘 복음(루카 1,67-79)에서 즈카르야가 부르는 찬미가는 이 ‘찾아오시는 은총’의 절정입니다. 그는 우리가 하느님을 찾아가 무언가를 해냈다고 자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셨다 (루카 1,78)"고 고백합니다. 별은 우리가 켜는 전등이 아닙니다. 어둠 속에 있는 우리를 향해 거저 내려오는 빛입니다.
성탄은 내가 완성하는 계절이 아니라 하느님이 내 안에서 당신의 약속을 성취하시는 날입니다.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고, 하느님이 내 안에서 마음껏 일하실 수 있도록 내 마음의 문을 조금만 열어 드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어 올리는 집보다, 하느님이 우리 안에 일으켜 주시는 그 사랑의 집이 훨씬 더 오래가고 따뜻할 것입니다.
찾아오시는 그 빛이, 마침내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 (루카 1,79)”입니다.
주님, 대림의 끝자락에서 제가 무엇인가를 해내려는 조급함을 내려놓게 하소서. 제가 주님께 집을 지어 드리려 하기보다, 주님께서 제 안에 당신의 집안을 일으키시도록 제 마음의 문을 열게 하소서. 높은 곳에서 찾아오시는 별이 제 어둠을 비추고, 제 발걸음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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