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에(루카 2, 16-21) - 3824

Author
신부님
Date
2025-12-30 11:26
Views
378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824

2026년 1월 1일 수요일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에(루카 2, 16-21)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루카 2, 20).

2026년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 해의 첫 문을 열며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냅니다. 새해라는 선물과  같은 시간 위에 하느님의 자비와 성모님의 따뜻한 전구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 그리고 우리 공동체 위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어제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고, 오늘은 새해의 첫날입니다. ‘마지막’은 닫힘을 의미하고, ‘시작’은 열림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사는 작금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경제적 고통, 갈등의 심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우리 마음을 자꾸만 ‘닫힌 미래’ 속에 가둡니다. 닫힌 미래를 사는 사람은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어제의 후회에 발목을 잡힙니다.

하지만 신앙인은 ‘열린 미래’를 사는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의 목자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밤을 지새우며 양을 치던 비천한 이들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내일이 보이지 않는 닫힌 삶을 살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천사의 말을 듣고 아기 예수님을 찾아 나섰을 때, 그들의 미래는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한 해의 아쉬움과 미련마저도 하느님께 감사로 봉헌할 때, 우리 앞에 놓인 2026년은 불안의 시간이 아니라 은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마주하는 아기 예수님은 어디에 누워 계십니까? 화려한 왕궁이 아니라 낮고 천한 ‘말구유’입니다. 말구유에 누워 계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낮아질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 주십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높아지라고, 더 많이 가지라고 유혹하며 우리를 경쟁의 감옥에 가두지만, 예수님은 스스로 낮아짐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보여주셨습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강조하듯, 우리는 이제 종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자녀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서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존재입니다. 스테파노 성인은 죽음의 순간에도 하늘을 바라보았고, 바오로 성인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주님의 종이 되었습니다. 세상 눈에는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나, 그것은 ‘열린 미래’를 본 이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었습니다. 우리도 올 한 해 세상의 가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하느님의 자녀라는 당당한 신분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시다.

오늘 축일의 주인공이신 성모 마리아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태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루카 2,19)

성모님의 고요함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함이 아닙니다. 그 고요함 속에는 ‘영원’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눈앞의 소란스러운 사건들에 휘둘리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깊은 신뢰였습니다.

올 한 해, 우리 모두가  성모님을 닮길 원합니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불평하기보다, 잠시 멈추어 성모님처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집시다. 하느님의 언어는 비난이나 절망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언어는 생명, 감사, 희망의 언어입니다. 우리의 입술이 불평 대신 감사를, 절망 대신 희망을 말할 때, 우리 주변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질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긍정은 감사를 낳고, 감사는 다시 희망을 낳습니다. 새해 첫날, 우리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세상을 향했던 우리의 시선을 이제 하늘로 돌립시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체를 우선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집시다.

2026년 한 해 동안, 우리 공동체가 하느님의 평화를 세상에 전하는 빛이 되길 소망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얼굴을 비추시고 우리를 지켜주실 것입니다.

“주님, 새해 첫날 저희의 삶을 당신께 봉헌합니다. 저희가 성모님처럼 당신의 말씀을 마음 깊이 간직하게 하시고, 어떤 상황에서도 ‘아빠! 아버지!’를 부르며 열린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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