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지배가 아니라 섬김에서 나오는 권위(1사무 1,9-20 / 마르 1,21ㄴ-28) - 3834

Author
신부님
Date
2026-01-11 06:42
Views
434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834

2026년 1월 13일 화요일

지배가 아니라 섬김에서 나오는  권위(1사무 1,9-20 / 마르 1,21ㄴ-28)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마르 1,27)

요즘 사회를 보면 ‘권위’가 자주 목소리의 크기로 착각됩니다. 더 크게 폭력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이기는 듯 보이고, 더 강하게 밀어 붙이는 사람이 “리더”로 포장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권위는 대개 오래 못 갑니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더구나 그 권위는 사람을 살리지 못합니다.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고, 관계를 얼어 붙게 하며, 공동체를 침묵의 방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놀란 것은, 예수님의 말씀이 크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사람을 누르는 힘이 아니라, 사람을 세우는 힘이었기 때문입니다.  참된 권위는 위에서 강요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신뢰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권위는 “소유하려고 쫓아다니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고, 오히려 비우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제1독서(1사무 1,9-20)에서의 한나는 말 그대로 벼랑 끝입니다. 아이가 없다는 사실이 단지 개인의 슬픔이 아니라, 당시 문화 안에서는 존재의 흔들림이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한나는 그 슬픔을 권력으로 바꾸지 않습니다. 남을 공격하거나, 남을 조종하거나, 목소리를 키우지 않습니다. 대신 한나는 하느님 앞에 서서 자기 마음을 쏟아 놓습니다(1사무 1,15 참조).

여기서 이미 ‘권위’의 방향이 갈립니다. 권위주의는 보통 이렇게 속삭입니다. “너 자신이 주인이 되어라. 밀어붙여라. 빼앗아라.” 그러나 한나는 정반대로 갑니다. “주님, 제 삶의 주인은 제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그 고백의 자리에서 하느님께서는 생명을 여십니다. 한나의 기도는 누군가를 눌러 얻어낸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새롭게 창조하신 선물입니다.

오늘 복음(마르 1,21ㄴ-28)은 가파르나움 회당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놀랍니다. 그리고 곧바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드러납니다. 흥미롭습니다. 거룩함이 가까이 오면, 어둠은 오히려 더 요란해집니다. “거룩함 앞에서 더욱 발작하는” 어둠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하느님의 일을 하려 할 때 방해가 더 노골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어둠과 협상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의 한 마디는 지배자의 위협이 아니라, 창조주의 선언처럼 울립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그러자 더러운 영이 물러납니다. 이게 예수님의 권위입니다. 사람을 두려움에서 꺼내는 권위, 인간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는 권위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분명히 봅니다. 예수님의 ‘권위’는 “통제”가 아니라 “치유”입니다. 예수님의 권위는 공동체를 정렬시키고, 마음을 다시 숨 쉬게 합니다.

권위는 직함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권위는 자신의 ‘삶’을 말할 때 생겨나는 것”이며, “스펙이 아닌 스토리가 참 권위를 갖게 한다.”  맞습니다. 권위는 결국  말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따라옵니다. 그리고 그 삶이 누군가를 살릴 때, 권위는 “증명”이 아니라 “선물”로 주어집니다.

그래서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도, 권위의 본질을 짧게 못 박으십니다.

“참된 권위(권능)는 봉사입니다.”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도 권력과 사랑의 균형을 이렇게 경고합니다.

“사랑 없는 권력은 무모하고 폭력적이다.”

권위주의가 자꾸 폭력과 겁박으로 ‘권위’를 만들려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참 권위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폭력은 사람을 움직일 수는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탄생시키지는 못합니다.

탈무드 전통(피르케이 아봇 1,10)은 권위에 대해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남깁니다.

“일을 사랑하고, 권위를 미워하여라.”

권위를 “미워하라”는 말은 무질서를 사랑하라는 뜻이 아니라, 권위를 목표로 삼지 말라는 경고로 들립니다. 권위를 붙들수록 손아귀에 남는 것은 ‘신뢰’가 아니라 ‘공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맹자의 말도 통렬합니다. “도를 얻는 이는 돕는 이가 많고, 도를 잃는 이는 돕는 이가 적다(得道者多助, 失道者寡助).”

권위는 “밀어붙임”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도, 곧 정의와 신의와 인간다움 위에 설 때,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오늘 하루, 우리는 어떤 권위를 행사하며 살까요?

누군가를 움츠러들게 하는 말 한 마디를, 멈추는 권위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약한 이를 세워 주는 선택을 하는 권위

내 감정이 폭주할 때, 예수님처럼 “조용히 하여라” 하고 내 안의 어둠에 말할 수 있는 권위

예수님의 권위는 지배자의 권위가 아니라, 창조의 권위입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부르듯, 절망에서 희망을, 분열에서 공동체를, 침묵에서 찬미를 불러옵니다. 한나의 눈물에서도, 회당의 치유에서도, 하느님은 그렇게 “새로 시작”하게 하십니다

주님, 제 안에 숨어 있는 권위주의의 욕망을 꺾어 주시고, 예수님의 권위처럼 누군가를 살리는 말과 선택을 하게 하소서. 한나처럼 하느님 앞에서 정직하게 울고, 예수님처럼 어둠을 물리치며, 오늘 하루 작은 창조를 시작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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