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루카 복음사가 축일에 (루카. 10,1-9) - 3762

Author
신부님
Date
2025-10-16 05:33
Views
642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762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루카 복음사가 축일에 (루카. 10,1-9)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루카 10,4)

오늘은 루카 복음사가 축일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은 지도자들이 섬김을 받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섬겨야 할 자리에서 섬김을 받으려 할 때, 존경 대신 거부감이 싹트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 비호감과 냉소의 근원은 결국 '자기중심의 삶'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관계의 단절’ 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는 겸손이야말로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꾸는 열쇠입니다. 진정한 눈물의 회개 앞에서는 그 누구도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이처럼 루카 복음사가의 삶은,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비우고 이웃에게 시선을 돌리는 복음의 정신을 일깨웁니다.

루카는 유일하게 유다인이 아닌 이방인 복음사가였으며, 직업은 의사였습니다. 그는 육신의 치유자에서 영혼의 치유자로 변화되었고, 바오로 사도의 동반자로 30년 가까이 복음의 여정을 충실히 걸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였던 마태오, 요한과는 달리 그 다음 세대의 제자로서, 특별히 여인들과 가난한 이들, 사회적 약자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인 '자비의 복음사가’ 였습니다.

그의 복음서에 세례자 요한의 탄생, 아기 예수님의 어린 시절, 성모 마리아의 이야기 등이 그림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것은 전승에 따른 그의 또 다른 직업인 화가로서의 감성과 깊은 신앙의 결실이었을 것입니다. 놀랍게도 그는 사도행전을 집필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언급을 단 한 줄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철저히 겸손히 복음의 도구로 머물렀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로마 감옥에 갇혀 모두 떠나갔을 때, "루카만 나와 함께 있습니다"(2티모 4,11)라는 고백은 그의 이름이 곧 충실함의 대명사임을 보여줍니다. 명예보다 동행을, 말보다 행동을 택한 루카의 충실함은, 결국 곁에 머무르시는 주님의 충실함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 일흔두 명을 둘씩 짝지어 파견하십니다. 이는 단순히 효율을 넘어, 관계와 공동체라는 복음적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소유의 삶'이 아닌, 둘이 함께하는 '나눔과 사랑의 삶'을 통해 평화는 시작됩니다. 하느님이 중심에 계실 때 비로소 두 사람은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라’(루카 10, 4)고 명하십니다. 이는 복음의 힘이 인간의 준비나 소유가 아닌,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는 '비움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는 가르침입니다. 소유는 불안과 두려움을 낳지만, 비움은 평화와 자유를 낳습니다. 하느님께 의존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제자들이 전해야 할 첫 마디는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루카 10,5)입니다. 복음은 논쟁이 아닌 평화의 인사로 시작됩니다. 죄로 인해 하느님과의 관계가 끊어졌을 때 찾아온 두려움은, 오직 이 관계가 회복될 때 평화로 다시 피어납니다. 평화는 하느님과 함께 사는 이들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현존입니다.

떠날 때 신발의 먼지를 털어버리라는 명령은 미련을 버리고, 과거와 결별하며 새로운 미래로 단호하게 나아가라는 결단을 촉구합니다. 그리스도인의 길은 늘 이와 같은 단호함과 결단을 통해 새로워집니다.

오늘, 우리는 루카 복음사가의 초대를 받습니다. 말로 복음을 전하기보다, 곁에 머무는 사랑으로, 두려움에 떠는 이에게 평화를 빌어 주는 삶을 살라는 초대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모두 나를 저버렸지만,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며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2티모 4,17)라고 고백했듯이, 사람은 떠나도 주님은 결코 떠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신앙의 길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조차 주님은 늘 함께하시며 힘이 되어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의 곁을 지키며 그 충실함을 실천할 때, 우리는 루카 복음사가처럼 주님의 자비를 세상 속에 다시 써 내려가는 또 한 사람의 복음사가가 될 것입니다.

오늘 루카 복음사가의 축일을 지내면서 주님께서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의 이웃들이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다시 한번 오늘 축일을 맞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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