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인간의 어리석음(루카 12, 49 - 53) - 3766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766
2025년 10월 23일 목요일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인간의 어리석음(루카 12, 49 - 53)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49
탈무드는 지혜로운 이와 어리석은 이의 차이를 명확히 합니다.
“지혜로운 이는 타인의 실수에서 배우지만, 어리석은 이는 자기의 실패에서조차 배우지 못한다.”
우리는 이 말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류는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여전히 같은 오류를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마치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망우보뢰(亡牛補牢) 어리석음처럼, 우리는 일이 벌어진 후에야 비로소 후회와 대비의 필요성을 깨닫습니다.
오래전 성수대교가 붕괴되던 날의 기억은, 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무너지기 전, 수많은 사람은 그 다리를 아무 걱정 없이 건넜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무너진 후, 새로 지어진 튼튼한 다리를 건너면서는 불안과 의심을 느낍니다. 죄와 탐욕이라는 '무너질 다리' 위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착각하며 안일하게 살지만, 진리의 '튼튼한 다리' 위에서는 오히려 세상적인 가치관과의 충돌 때문에 불안해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이 어리석음의 결말을 경고합니다. “죄가 주는 품삯은 죽음이지만, 하느님의 은사는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받는 영원한 생명입니다.”(로마 6,23) 죄의 종으로 살면서도 그것이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망우보뢰의 가장 비극적인 형태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어리석음의 어둠을 태워 없애기 위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분의 선언은 강렬하고 단호합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49)
이 불은 단순한 파괴가 아닌, 하느님의 사랑의 불, 정화의 불, 성령의 불입니다. 이 불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차가워진 인간의 마음을 녹이고, 죄의 어둠을 밝혀 하느님께로 돌아가게 하는 생명의 불길입니다. 이 불은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창조하기 위한 절대적인 에너지입니다.
그러나 이 불은 세상의 안락함과 타협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곧이어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루카 12, 51)고 말씀하십니다. 이 분열은 세상적인 싸움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서 진리와 거짓, 사랑과 자기중심을 구분짓는 거룩한 분별의 불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세상적인 가치관과 부딪히고, 우리 안의 이기심과 위선이 드러나 태워집니다. 한 집안 안에서조차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새로운 영적 탄생을 위한 **산고(産苦)**이며, 하느님의 사랑이 새롭게 세워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정화의 고통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는 바로 이 불의 완성이며, 인간의 죄와 하느님의 사랑이 만나는 자리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소를 잃은 뒤에야 외양간을 고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의 불 앞에서 우리의 모든 죄와 이기심을 정화시키고,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종’(로마 6,22)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튼튼한 다리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용기입니다. 기도와 사랑, 용서와 정의의 불길로 우리의 차가운 마음을 녹이고, 하느님의 형상대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그 불이 우리 마음 속에서 꺼지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어둠의 세상을 밝히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주님, 저희 안에 당신의 불을 지펴 주소서. 죄의 어둠을 태워 없애시고, 당신 사랑의 불길로 저희를 새롭게 하소서. 이 기도를 통해, 우리는 늦은 깨달음의 후회에서 벗어나, 지금 당장 영원한 생명의 길을 걷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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