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자신의 정체성에 합당한 삶(요한 13,16-20) - 3529

Author
신부님
Date
2025-05-11 15:59
Views
792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529

2025년 5월 15일 목요일

자신의 정체성에 합당한 삶(요한 13,16-20)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요한 13, 16)

살면서 참으로 후회가 되는 몇가지의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으면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했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 보면, 당시에는 시간이 될 때는 돈이,  돈이 조금 여유가 있을 때는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어떤 시점이 되니까 바쁜 것도, 돈도 극단의 순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못했습니다. 최악의 순간이 다가오니까 모든 것을 다 놓게 되었습니다. 절대로 안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합당한 때를 선택한다는 것이 인간의 능력으로 쉽지 않습니다.

얼마전 수술을 받기 전에 의사 선생님께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수술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실패의 확율은 거의 없으니까  두려워하지 마세요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얼마나 위안이 되든지, 수술 방에 들어가면서도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은 틀림없이 치료 받기 위해서 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의 의료수준으로는 완치가 어렵다고 하면서 시한부 통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한부 생명을 살아가면서도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던 이러한 통보를 받고 살아가시는 분들은  하루 하루가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 될 것입니다.

희망이 있을 때는 그 희망 때문에 어떠한 고통과 시련도 이겨나가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조그마한 시련과 아픔에도 절망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시한부 생명을 살아가던 우리에게 영원을 살게하시기 위함입니다.  영원을 살기 위해서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 지를 알려 주십니다.  우리는 이러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믿음 때문에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은 바오로 사도가 바르나바와 함께 첫 번째 선교 여행을 떠나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장면을 들려줍니다.

바오로는 회당에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하느님께서 어떻게 구원의 역사를 이끌어 오셨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이 오실 분을 예고하며 길을 닦았듯이, 다윗의 후손 가운데서 약속된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음을 선포합니다. 그는 구약의 예언이 예수님을 통해 성취되었음을 힘주어 증언합니다.

이 장면은 초기 교회가 어떻게 복음을 전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사도들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과 언어로 다가갔습니다. 바오로는 유다인들에게는 구약 성경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예수님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만난 부활하신 예수님, 하느님의 약속을 성취하신 바로 그분을 증언했습니다. 그는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까지 기꺼이 찾아가, 위험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메시아를 알리는 ‘파견  받은 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오늘 복음인 요한 복음의 말씀은 우리 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고, 부활의 증인이 되도록 '파견된 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베드로 사도나 바오로 사도처럼 특별한 사도로 부름받지는 않았지만, 우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증거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 앞에서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파견  받은 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보냄 받은 이가 지녀야 할 태도로 '종'의 자세와 겸손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알고서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할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보냄 받은 자로서 겸손하게 이웃을 섬기고, 우리의 삶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 우리의 태도가 우리가 주님께로부터 보냄 받은 자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우리가 파견 받은 존재로서 살아갈 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를 받아들이는 이들은 곧 주님을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복음이 되고, 우리의 사랑이 주님의 사랑을 드러낼 때, 사람들은 우리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님보다 높지 않은 종으로서, 그분께 받은 사랑과 사명을 겸손하고 충실하게 살아내는 데 달려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주셨고, 우리를 이 세상으로 다시 '보내십니다'. 우리가 바로 이 시대의 사도이며, 이 시대의 '파견 받은 존재들'입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용기 있게 주님을 증언하고,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것처럼 겸손하게 섬기며, 우리의 삶 전체로 그리스도를 드러낼 때, 우리는 부활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는 참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께로부터 파견 받은 존재임을 기억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삶이 우리가 믿고 따르는 주님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되도록, 그리하여 우리를 만나는 모든 이들이 우리를 통해 주님을 만나고 그분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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