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사랑과 사명의 실천(요한 21, 15-19) - 3548

Author
신부님
Date
2025-06-04 19:59
Views
788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548

2025년 6월 6일 금요일

사랑과 사명의 실천(요한 21, 15-19)

“나를 따라라.” (요한 21, 15절)

오늘 복음과 제1독서는 서로 다른 인물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흐르는 공통된 주제는 하나입니다. 바로 진실한 사랑과 사명에 대한 충실함입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상대의 아픔과 약함을 배려하고 품어주는 태도입니다. 오늘 복음은 바로 그런 사랑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묻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이 질문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라, 회복의 초대이며, 상처받은 제자에게 주시는 치유의 언어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과거에 자신을 세 번 부인했던 기억, 그 깊은 후회와 부끄러움까지 감싸 안으시며, 세 번의 질문으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십니다.

그리고 매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고백은, 곧 그분의 양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사명으로 연결됩니다. 사랑은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책임과 봉사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랑과 사명의 실천을 봅니다.
사도행전 25장에서는 바오로 사도가 로마 총독 페스투스와 아그리파스 왕 앞에서 자신이 고발당한 이유를 해명합니다.

“바오로와 다투는 것은, 자기들만의 종교와 관련되고, 또 이미 죽었는데 바오로는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예수라는 사람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뿐이었습니다.” (사도 25,19)

바오로는 세상의 오해와 압박 속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예수님의 부활과 진리를 증언합니다. 그는 자신의 명예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위하여 고난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복음의 베드로와 독서의 바오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사명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사랑의 회복을 통해 사명을 새롭게 받고, 바오로는 진리에 대한 확신으로 세상 앞에 담대히 서며 그 사명을 증거합니다.

복음서 원문을 보면 더욱 감동적인 부분이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처음 두 번 질문에서 ‘아가페오’, 곧 무조건적이고 완전한 사랑을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하십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자신이 감히 그 사랑을 말할 수 없기에 ‘필레오’, 즉 인간적인 우정을 의미하는 단어로 대답합니다. 그의 부끄러움과 겸손, 자신의 한계를 아는 고백이 담긴 표현입니다.

그러자 세 번째 질문에서 예수님도 ‘필레오’를 사용하시며, 베드로의 자리까지 내려오십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받아들이시고, 그 위에 사명을 세우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사명은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 베드로처럼 넘어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때로는 바오로처럼 진리를 증언하는 일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하지만 예수니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묻고 계십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그 물음은 지금까지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한 부르심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나를 따라라.”

우리가 완전해서가 아니라, 주님을 사랑하려는 진심이 있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사명을 맡기십니다.

베드로처럼 실패한 과거가 있더라도, 바오로처럼 억울한 상황 속에 있더라도,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우리의 진실한 사랑과 충실한 마음입니다.

오늘 이 아침, 주님의 물음 앞에,
우리도 마음을 다해 고백합시다: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나를 따라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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