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 하느님의 자비와 인간의 닫혀진 마음(마태 8, 23-27) - 3670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670
2025년 7월 2일 수요일
하느님의 자비와 인간의 닫혀진 마음(마태 8, 23-27)
“하느님의 아드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때가 되기도 전에 저희를 괴롭히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까?”(8,29)
19세기 프랑스, 혼란과 불신의 시대 속에서 성녀 마리 마들렌느 소피아 바라는 여성 교육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그녀가 운영하던 학교에는 종종 사회에서 ‘문제아’, ‘불량한 아이’, ‘버림받은 아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이들을 보고서 동료 수녀들은 우려를 표했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버린 그 아이들 안에 가장 깊은 상처와 동시에 하느님의 가장 깊은 손길이 있습니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말했습니다. “인간이 하찮게 여기는 것들 안에 천국의 문이 숨어 있다.”
이 말은 마치 오늘 독서와 복음의 중심 인물인 하가르, 이스마엘, 그리고 마귀 들린 사람들을 향한 하느님의 시선을 잘 드러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하느님께서 사람에게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어떻게 돌보시는지에 대해서 알려 줍니다.
오늘 독서 창세기의 장면은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 곧 ‘불안’과 ‘소유욕’을 보여줍니다.
사라는 이사악이 하가르의 아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며 불안해합니다.
‘혹시 내 아들의 권리가 위협받는 건 아닐까?’
그래서 하가르와 이스마엘을 광야로 내쫓습니다.
사라는 이성적 판단을 넘어서, 모성적 불안과 소유의 본능으로 움직였고,
그 결과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선 하가르의 눈물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아기가 죽는 걸 차마 볼 수 없어!”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느님께서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셨다.”
“내가 그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
하느님께서는 하가르의 눈을 열어 우물을 보게 하십니다.
사람이 버린 자, 소외된 자에게 생명의 길을 열어주시는 분,
그분이 바로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마귀 들린 두 사람은 무덤 속에서 사람을 위협하던 존재들이었습니다. 사회는 그들을 이미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그들을 치유하신 순간, 마귀들은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 호수에 빠집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기뻐하기는커녕 예수님께 “떠나가 달라”고 요청합니다.
왜일까요?
그들은 하느님의 능력보다 자신의 질서와 재산이 깨지는 것을 더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시자 기존의 안정을 흔들었고,
그들은 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진실을 배웁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사람을 치유하지만,
그 치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하가르와 이스마엘, 마귀 들린 사람들… 이들은 단지 성경 속 인물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이웃이자 우리 자신의 내면의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버림 받은 자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우리 자신이 소외되고,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존재라 느낄 때가 있지는 않은지, 예수님의 치유와 변화가 우리 삶에 다가올 때, 두려움 때문에 외면한 적은 없는 지에 대해서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은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눈을 열어라. 생명의 샘을 보게 하겠다.”
성녀 소피아 바라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버린 이들 안에는 하느님의 손길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실 때, “떠나가 주십시오”가 아닌 “머무르소서”*라고 응답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도 하느님은 광야 속 덤불 아래 누워 우는 생명을 보고 계시고, 우리의 닫힌 마음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인간의 두려움을 이깁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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