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요한 20,24-29)- 3671

Author
신부님
Date
2025-07-01 05:32
Views
779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671

2025년 7월 3일 목요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요한 20,24-29)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요한 20,29)

오늘은 성 토마스 사도 기념일 입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시는 모든 분들께 먼저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의심은 깨달음의 시작이다.” 는 데카르드의 말처럼 진리를 향한 진지한 갈망에서 비롯된 의심은 진리로 향하는 문이 되며, 이 문은  하느님과의 만남을 가능케 합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의심과 믿음 사이의 거룩한 긴장을 보여줍니다.

오늘  독서 에페소서의.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 (에페 2,20)고 말합니다.

고대 건축에서 ‘모퉁잇돌’(cornerstone, κρογωνιαος)은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돌입니다. 이 돌의 방향에 따라 건물 전체의 구조가 정해지고, 균형이 잡히며, 형태가 유지됩니다.

교회도 이와 같습니다. 그리스도가 중심이요, 기준입니다. 그리고 사도들 – 베드로, 요한, 야고보, 그리고 오늘 우리가 기리는 토마스 사도 – 이분들의 신앙 고백과 순교의 토대 위에 우리의 교회가 세워진 것입니다.

토마스는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결국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는 고백으로 가장 깊은 믿음을 표현하며, 교회의 모퉁이 돌이 되었습니다.

사도들의 믿음, 때로는 의심을 넘어선 그 고백 위에, 교회는 세워졌습니다. 토마스의 고백도 그 토대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 건물 안의 한 부분으로서,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거처가 되기 위하여 함께 세워져 가는” 존재들입니다.

오늘 요한 복음에서 토마스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처음에는 만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는 단호하게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요한 20,25) 하고 말합니다.

이 말은 단순한 불신이라기보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아픔과 그리움의 표현입니다. 사랑했던 스승을 잃은 상실감, 공동체에서 소외된 고통, 그리고 부활이라는 전례 없는 사건에 대한 당혹감. 그는 믿고 싶었지만, 스스로 그 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토마스를 꾸짖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친히 그를 찾아와 말씀하십니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요한 20,27)

이 말씀은 토마스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초대입니다. 의심 속에서도 믿음으로 나아가라는, 몸으로 오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초대입니다.

복음서는 토마스가  예수님의 몸을 만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말씀 다음에  그는 즉시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하고 아주 간결하고 명료하게  신앙고백을 합니다.

요한 복음 전체에서 가장 완전한 신앙고백이, 바로 토마스의 입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 고백은 단지 눈앞의 부활하신 예수님을  본 것 때문이 아니라, 십자가를 통과한 사랑의 진실 앞에서 나온 절절한 응답입니다.

토마스의 이야기는 우리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의심은 결코 죄가 아닙니다. 오히려 진리를 향한 진지한 갈망에서 비롯된 의심은, 토마스처럼 참된 믿음으로 인도받을 수 있습니다.

토마스는 인도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 복음을 전하며 결국 순교했습니다. '의심'으로 시작된 여정이 '헌신'으로 끝났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줍니다.

예수님의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요한 20,29) 말씀은 이천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오늘 토마스 사도의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의 믿음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시고 여전히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저희들이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하고 고백하는 토마스의 믿음의 토대 위에서 새롭게 거듭나게 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다시 한번 오늘 축일을 맞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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