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 우리의 마음을 어루 만지는 말씀 (마태 9, 18-26) - 3674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674
2025년 7월 6일월요일
우리의 마음을 어루 만지는 말씀 (마태 9, 18-26)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태오 9,22)
이 구절은 2천 년 전 혈루증으로 고통받던 한 여인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각자에게 하느님께서 건네시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복음 속 여인이 오랜 고통 속에서도 조용히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뻗었던 것처럼, 우리 각자의 인생에도 하느님의 손이 다가오는 은밀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조용히 손을 내밀기만 하면 됩니다.
여인의 손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을 때, 예수님의 말씀은 여인의 마음을 만져 구원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믿음으로 손을 내밀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가장 깊은 곳을 어루만져 주실 것입니다.
오늘 독서인 창세기 28장을 보면, 야곱은 아버지와 형을 속인 죄로 인해 도망자의 신세로 광야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들판 한복판, 돌 하나를 베개 삼아 잠든 그의 꿈속에,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다리가 펼쳐지고 천사들이 오르내립니다. 그리고 그 사다리 위에는 하느님께서 서 계시며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 (창세기 28,15)
이 약속은 야곱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얼마나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하느님께서 다 알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그를 결코 떠나지 않으시겠다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의 약속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실수하고, 좌절하고, 하느님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런 순간에도 우리에게 사다리를 내려주십니다. 그 사다리는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기도이며,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는 회개이며,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며, 어둠 속에서도 빛을 기대하는 희망입니다.
야곱은 잠에서 깨어나 “진정 주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도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구나.” (창세기 28,16) 하고 고백합니다. 가장 외롭고 쓸쓸했던 그 광야가, 결국 하느님을 만난 ‘벧엘(하느님의 집)’이 된 것입니다. 우리 삶의 가장 막막한 순간들이 바로 하느님을 깊이 만나는 벧엘이 될 수 있음을 야곱의 이야기는 가르쳐 줍니다.
오늘 복음 마태오 9장에는 두 여인이 등장합니다. 12년 동안 혈루증으로 고통받던 여인과, 12살의 나이에 죽음의 문턱에 이른 회당장의 딸입니다.
먼저, 혈루증 여인은 율법적으로 부정한 존재로 여겨져 사회에서 격리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절박한 심정으로 예수님께 나아가, 감히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조용히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댑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의 작은 손짓을 놓치지 않으시고 돌아서시어 그녀를 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바로 그때에 그 부인은 구원을 받았다.” (마태오 9,22)
여기서 감동적인 점은 예수님께서 이 여인을 **‘딸아’**라고 부르셨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눈에는 손가락질받던 부정한 여인이었지만, 주님의 눈에는 한없이 소중한 자녀였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지위, 우리의 과거의 잘못이 무엇이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보시고 사랑하십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회당장의 딸에게 가십니다. 사람들의 판단으로는 이미 끝난 생명이었지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물러들 가거라. 저 소녀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 (마태오 9,24)
예수님의 눈으로 보면 죽음도 잠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손길은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우리를 깨우십니다. 때로는 우리 삶에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적인 상황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런 순간에도 우리에게 희망을 주시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하느님은 거창한 성전에만 계시지 않습니다. 우리의 침묵 속, 고통 속, 방황하는 길 위, 심지어 우리가 혼자라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뿐입니다.
성인들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순교자 성녀 마리아 고레티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순교했지만, 그녀의 용서와 믿음의 손길은 자신을 해친 가해자의 영혼까지 변화시켰습니다. 가장 잔혹한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신뢰의 손을 뻗는 것이 진정한 믿음입니다.
야곱에게 하느님은 “너와 함께 있겠다”고 하셨고, 병든 여인에게 예수님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 눈물 흘리는 병상, 지친 하루의 끝, 답답한 현실 속이 바로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벧엘’, 하늘과 맞닿는 사다리가 놓인 거룩한 곳입니다.
“하느님께서 여기에 계시는데,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것을 압니다. 우리는 “딸아, 아들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는 이 말씀을 가슴 깊이 간직하면서 오늘 하루를 시작합시다. 우리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고, 그분께 믿음으로 나아가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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