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는 삶(루카 14,1-6) - 3773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773
2025년 10월 31일 금요일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는 삶(루카 14,1-6)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루카 14, 5)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상의 거대한 조류를 거스르는 용기 있는 항해와 같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라는 다수의 논리가 짙은 유혹의 안개가 되어 우리를 덮을 때, ‘아니야’ 라고 대답하는 결단은 오직 하느님과의 깊은 유대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이 결단은 자신이 여태껏 쌓아 올렸던 고정관념의 성벽을 부수고, 일반 상식과 배치되는 길을 걸으며 다수의 배척을 감수하는 자기 부정의 첫걸음입니다.
오늘날 세상은 의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겉으로는 생명이 넘치고 편리함이 극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었으나 사랑은 병들고 관계는 메마른 역설적인 목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병든 세상을 사랑의 힘, 자비의 능력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십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수종 병자를 고치신 일화는, 참된 생명의 회복이 곧 사랑의 회복이라는 것을 알려 주십니다. 바리사이들이 율법의 형식에 갇혀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이 합당하냐?”고 따질 때, 예수님께서는 사랑을 실천하는 지혜가 율법의 정신임을 명확히 보여주셨습니다.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이라도 즉시 구하는 것처럼,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 곧 사랑을 행하는 것은 가장 합당한 안식의 행위였습니다.
"누구든지 이스라엘의 한 생명을 구하는 자는 온 세상을 구하는 것과 같다." (탈무드, 미슈나 산헤드린 4장 5절)는 가르침처럼 , 생명 구원(피쿠아흐 네페쉬) 은 모든 율법 위에 존재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형식적인 계율이 아닌, 생명과 사랑을 회복시키는 참된 안식의 길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보게 됩니다. 사랑은 마음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랑의 회복은 희생을 통해서 완성됩니다. 바오로 사도의 "내 혈족인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로마 9,3)라는 고백은, 자신의 구원마저 포기할 수 있는 절절한 희생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이는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 즉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어 다른 이의 생명을 회복시키는 자비의 길과 맞닿아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자기 부정과 희생적 사랑을 통해 타인의 생명을 회복시킨 성인의 삶은 오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현대의 성인인 성 잔나 베레타 몰라가 바로 그 모범입니다.
성 잔나 베레타 몰라 (St. Gianna Beretta Molla, 1922-1962):
소아과 의사였던 잔나는 임신 중 자궁에 종양이 발견되자, 자신은 수술을 거부하고 뱃속의 아기를 살리는 치료를 선택했습니다. 그녀는 의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기의 생명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그녀는 네 번째 아이를 무사히 출산한 지 일주일 만에 복막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잔나는 의사로서 자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선택을 포기하고, 어머니로서의 사명과 무고한 생명을 지키는 십자가를 졌습니다. 자신의 안위를 부정하고, 타인(태아)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고통을 선택한 그녀의 삶은 바오로 사도의 희생적 고백을 현대에서 실천한 것입니다.
성 잔나와 바오로 사도가 그러했듯,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를 것을 요구하십니다. 이 십자가는 세상의 이기심과 겉치레를 거부하고, 사랑과 자비의 길을 택하며 짊어져야 하는 고통이자 사명입니다.
이러한 삶은 우리 자신의 힘, 곧 고정관념과 상식에 갇힌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우리에게는 주님의 도우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자신을 내어주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 주님께 "이러한 삶을 살 수 있는 은총"을 간절히 청하는 기도가 유일한 원동력입니다.
우리가 져야 할 십자가는 타인에게 생명을 주고, 사랑을 회복시키며, 궁극적으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참된 안식을 세상에 가져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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