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 댓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의 공동체 (루카 14,12-14) - 3775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775
2025년 11월 3일 월요일
댓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의 공동체 (루카 14,12-14)
“잔치를 베풀거든, 가난한 이들과 다리 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을 초대하라. 그들은 너에게 되갚지 못하겠지만, 너는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보답을 받을 것이다.”(루카 14,13-14)
오늘 우리는 여전히 세계의 긴장과 불안 속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중동의 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길어지고 있으며, 세계 경제는 팬데믹의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물가 상승과 고금리의 파도 속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의 불안이 닥치면, 언제나 가장 먼저 고통을 겪는 이들은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경제의 논리는 냉정합니다. 이익이 보이지 않으면 투자도, 거래도 멈춥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듣는 하느님의 말씀은 이 세상의 논리를 완전히 뒤집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가르치십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원천은 바로 하느님 자신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신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습니다.”(로마 11,29)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한 번 주신 사랑과 구원의 약속을 결코 거두지 않으신다는 뜻입니다. 인간이 변하고 세상이 흔들려도, 하느님의 자비는 결코 철회되지 않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어서 놀라운 말을 덧붙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불순종 안에 가두신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시려는 것입니다.”(로마 11,32)
이 구절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보여줍니다.
인간의 죄와 불순종마저도 하느님의 자비의 빛 앞에서는 더 이상 절망이 되지 못합니다. 그분은 모든 사람을 품기 위해 기다리시며,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사도께서는 이렇게 감탄합니다.
“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정녕 깊습니다!
그분의 판단은 얼마나 헤아리기 어렵고
그분의 길은 얼마나 알아내기 어렵습니까!”(로마 11,33)
하느님께서는 보답받기 위해 사랑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느님은 먼저 사랑하셨고, 먼저 베푸셨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보상’을 기준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동안, 하느님은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하시며, 그 사랑으로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하십니다.
바오로 서도 의 이 말씀은 오늘 복음의 내용과 그대로 맞닿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그러면 그들도 다시 너를 초대하여 네가 보답을 받게 된다.”(루카 14,12)
세상의 관계는 대가와 보상으로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보답받지 못할 사람들을 위한 잔치,
이익이 없는 사랑을 가르치십니다.
“잔치를 베풀거든, 가난한 이들과 다리 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을 초대하라. 그들은 너에게 되갚지 못하겠지만, 너는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보답을 받을 것이다.”(루카 14,13-14)
그리스도의 사랑은 철저히 일방적인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 보답을 기대하지 않으셨듯,
그리스도인의 사랑 또한 세상적인 계산을 떠난 사랑이어야 합니다.
루카 복음 14장은 사실, 제자 공동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병든 이를 고쳐 주시며, 혼인 잔치의 비유를 말씀하시고, 오늘 복음에서는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를 가르치십니다.
그분의 말씀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하느님 나라의 공동체는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섬김을 기뻐하는 공동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공동체입니다.
그 첫 번째 모습은 인간이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공동체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세상에서, 교회는 그들을 가장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시선은 언제나 낮은 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모습은 대접받기보다 대접하기를 기뻐하는 공동체입니다.
섬김은 단지 선행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 사랑의 실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끝자리에 앉으라”고 하셨습니다.
겸손과 봉사는 하느님 나라의 질서입니다.
세 번째 모습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민감하게 응답하는 공동체입니다.
하느님의 초대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이들,
보고 들을 줄 아는 공동체입니다.
이 초대는 미사 안에서,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매일의 사람들 안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세상은 이익이 있어야 움직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조건 없는 사랑으로 움직이십니다.
세상은 되갚음을 기대하지만, 하느님은 먼저 주십니다.
세상은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지만, 하느님은 끝없는 나눔의 관계를 세우십니다.
새로운 한 주간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이 말씀을 마음에 새깁니다.
세상적인 계산을 내려놓고, 하느님 앞에서 보답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삶,
그 사랑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와 닮은 삶입니다.
세상에서 잃는 만큼,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더 깊이 얻게 될 것입니다.
기도
자비로우신 하느님,
저희가 세상적인 보상을 바라지 않고,
당신의 사랑 안에서 가난한 이들과 기쁨을 나누며
대접받기보다 섬기기를 기뻐하게 하소서.
하느님의 은총이 저희 안에서 철회되지 않는 사랑으로 머물게 하시어,
우리의 공동체가 세상의 논리가 아니라 하늘의 자비로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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