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루카 14,15-24) - 3776

Author
신부님
Date
2025-11-02 17:31
Views
365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776

2025년 11월 4일 화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루카 14,15-24)

“하느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 ”(루카 14, 15)

오늘은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16세기 혼란한 교회의 한복판에서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는 기도와 개혁의 사목자로서 사셨던 분이십니다.  주교님께서는 귀족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교황청의 요직에 올랐지만, 명예와 권력 대신 그리스도의 길, 곧 무릎으로 섬기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교회 안의 혼란과 부패가 극심하던 시대, 가롤로 주교님께서는 먼저 자신부터 변화하고자 노력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검소한 생활을 택했고, 주교관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었으며, 무엇보다 사제 교육을 위한 신학교 제도를 창설하여 교회의 뿌리를 새롭게 세웠습니다.

1576년 밀라노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많은 이들이 도망쳤지만 주교님께서는  피신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도시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병자들을 돌보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며, 시체를 직접 묻어 주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사목자는 책상 앞이 아니라 무릎 위에서 태어난다”고 말했습니다. 그 무릎은 기도의 무릎이자,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무릎 꿇은 사랑의 무릎이었습니다.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님의 삶을 통해서  “나의 신앙은 머리로만 하는가, 아니면 무릎과 손으로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 보게 됩니다.

주교님의 삶은 하느님의 초대에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예’라고 응답한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주교님은  주님의 잔치로 달려가, 그 자리에서 자신을 봉헌한 사람이었습니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선을 넘는다”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단순히 예의를 어겼다는 뜻이 아니라, 타인의 인격을 무시하고 경계를 침범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우리는 관계 안에서 살아가며, 서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 있음을 압니다. 그러나 정작 그 선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인격은 존중받고 싶어하지만,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데는 서툴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과의 관계(수직선)와 이웃과의 관계(수평선)를 십자가에서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선을 넘어 우리 곁으로 오셨습니다.
그분의 ‘선 넘음’은 무례함이 아니라, 사랑의 한계를 초월한 겸손이었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자신을 대속의 제물로 바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선을 넘어 타인을 살리는 사랑, 십자가의 길입니다.

탈출기에서 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습니다.
불타는 떨기나무 앞에서 들려온 “모세야, 모세야!”라는 부르심은 그의 인생 전체를 새롭게 해석하게 합니다. 그가 파라오의 궁정에서 40년을, 광야에서 40년을 살았던 모든 시간이 바로 지금,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쁨과 아픔이 뒤섞인 과거의 모든 시간은 주님 안에서 현재의 나를 만들어낸 재료입니다. 이제 부터 중요한 것은, 주님께서 부르실 때 어떻게 응답하느냐입니다. 그 응답이 바로 우리의 신앙의 진실을 드러냅니다.

오늘 복음, 루카 복음(14,15-24)은 하느님 나라의 잔치를 비유로 들려줍니다.

“하느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14,15)

한 사람이 내세의 행복을 말하자, 예수님께서는 즉시 ‘큰 잔치’의 비유로 응답하십니다. 잔치를 준비한 주인은 모든 것이 갖춰진 후 손님들에게 다시 초대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핑계를 댑니다.

밭을 보러 가야 하고, 소를 시험해야 하며, 결혼했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하느님의 초대를 알고도, 세상의 일에 더 큰 가치를 둔 사람들입니다. 그 결과, 하느님의 잔치에서 제외됩니다.

하느님의 잔치는 ‘자격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응답하는 사람, ‘예, 주님’이라고 대답한 사람을 위한 자리입니다.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님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부귀를 버리고 주님의 초대에 응답했습니다.
그의 잔치는 병자와 가난한 이들, 외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탁이었습니다.

당신의 삶은 하느님 잔치의 모습을 이 세상에 보여주는 삶이었습니다.

저 역시 주님의 초대를 얼마나 자주 미루고 있는지 반성해 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서 “조금만 더”를 외치고,
사랑의 초대 앞에서 “지금은 바빠서”라고 답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선을 넘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넘은 선을 다시 돌아오라고, 당신 안의 울타리로 들어오라고 초대하십니다.
그 선은 우리를 얽매는 경계가 아니라, 참된 자유와 평화의 공간입니다.

오늘,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님의 축일을 지내며  우리도 주교님 처럼 무릎 꿇어 기도하며, 손 내밀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 하느님의 초대에 ‘예’라고 응답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주교님의 전구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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