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 제자의 길과 사랑의 완성(루카 14, 25-33) - 3777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777
2025년 11월 5일 수요일
제자의 길과 사랑의 완성(루카 14, 25-33)
“누구든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 27)
오늘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정작 사랑이 사라진 세상 속을 살고 있습니다.
정치의 언어에는 대립이,
경제의 언어에는 경쟁이,
SNS의 언어에는 분노와 조롱이 가득합니다.
서로의 의견이 다르면 적으로 여기고,
서로의 상처에는 침묵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런 세상을 꿰뚫는 듯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로마 13,10)
율법의 목적은 단순한 규칙의 준수가 아니라 사랑의 완성입니다.
사랑이 없는 정의는 폭력이 되고,
사랑이 빠진 신앙은 율법주의로 변합니다.
하느님의 율법은 인간을 묶는 법이 아니라,
서로를 살게 하는 사랑의 길입니다.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상은 진리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자비 위에 서 있다.”
이 짧은 문장은 바오로의 말씀을 현실 속으로 끌어옵니다.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감싸 주는 사랑의 질서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무너지는 이유는 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법을 사랑으로 채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군중에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
이 말씀은 가족을 미워하라는 뜻이 아니라,
사랑의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이 아닌 그 어떤 것이 사랑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면,
그 사랑은 결국 나를 가두는 집착이 되어버립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탑을 세우는 사람”과 “전쟁을 준비하는 임금”의 비유를 드시며, 제자의 길은 감정이 아닌 결단의 길임을 강조하십니다.
이는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일시적 감동이 아니라
자기 비움과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은 『사랑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이며, 사랑은 ‘주는 행위’이다.”
그의 말은 복음의 핵심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랑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것’이며,
자기중심을 버리고 타인에게 생명을 건네는 선택입니다.
오늘의 현실은 ‘가지려는 사랑’에 익숙하지만,
예수님은 ‘내어주는 사랑’으로 제자의 길을 정의하십니다.
사랑이 율법의 완성이라는 말은,
우리가 법을 뛰어넘는 사랑을 살아야 한다는 초대입니다.
즉, 법은 인간을 보호하지만, 사랑은 인간을 변화시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저에게 “너는 나를 따르기 위해 무엇을 버릴 수 있느냐?” 하고 물으십니다.
그것은 재산일 수도, 명예일 수도,
혹은 내 자존심이나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주님은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라기보다,
그분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내려놓으라고 초대하십니다.
사랑이 율법의 완성이라는 말은,
신앙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임을 뜻합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사랑할 때,
우리는 율법을 넘어선 자유 안에서 진정한 제자가 됩니다.
세상의 정의가 차가운 법전 위에 설 때,
우리의 신앙은 따뜻한 사랑 위에 서야 합니다.
법이 인간을 통제한다면,
사랑은 인간을 구원합니다.
“주님, 사랑 없는 정의의 길에서 저희를 돌려세우시고,
율법의 완성인 사랑으로 저희의 마음을 채워 주소서.
비움 속에서 충만을, 포기 속에서 평화를,
사랑 속에서 참된 제자됨을 배우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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