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 맡겨진 사명에 성실한 삶 (루카 19,11ㄴ-28) - 3788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788
2025년 11월 19일 수요일
맡겨진 사명에 성실한 삶 (루카 19,11ㄴ-28)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충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릴 권한을 차지하여라." (루카 19,17)
지난 일요일에는 27년간 이 본당에서 사목을 마감하는 은퇴를 앞두고 본당에서 대림특강을 하였습니다. 미사 후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에 하는 특강이라 이강의에 관심이 있는 분들만 시간을 낼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대림을 앞두고 있는 시기라 대림특강이라는 이름을 걸고 주님 오심을 준비하는 우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꼭 저에게 하는 말을 신자분들께 전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은퇴를 하고 좀더 자유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되면 이러한 강의의 기회가 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러한 기회가 주어질 때를 대비해서 좀더 성실한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작금의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며 불확실성이 가득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적 갈등, 그리고 끊임없이 바뀌는 세상의 기준 앞에서 우리의 믿음과 마음은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안식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좌절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에게 진정한 안식처는 변하는 세상의 흐름이 아니라, 영원하고 불변하는 하느님의 말씀과 약속에 있습니다. 우리의 ‘성실함' 은 단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바로 이 불변의 약속, 곧 영원한 희망에 뿌리를 내리는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오늘 제 1독서(마카베오기 하권 7,1.20-31)에 나오는 일곱 형제와 그들의 어머니는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의 잔혹한 박해 속에서도 조상들의 법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합니다. 특히 어머니는 일곱 아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얘야, 너에게 당부한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아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미 있는 것에서 그것들을 만들지 않으셨음을 깨달아라. 사람들이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다. 이 박해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래야 내가 그분의 자비로 네 형들과 함께 너를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마카 7,22-23.29 중 발췌)
이 말씀은 단지 육신의 생명을 잃는 것을 넘어, 온 세상의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영원한 생명으로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드러냅니다. 그들은 현세의 고통과 죽음이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대가이며, 이 고결한 희생을 통해 부활이라는 더 큰 보상을 얻게 될 것을 믿었습니다.
우리 역시 삶의 크고 작은 유혹과 시련 앞에서 하느님의 법과 세상의 가치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 순교자들의 불굴의 신앙을 기억하며,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으로 현세적인 두려움을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 (루카 19,11ㄴ-28) 에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는 것을 바로잡아 주시기 위해 미나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이 비유는 왕권을 받아 오려고 떠난 귀족이 돌아와 종들에게 맡긴 한 미나(돈의 단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셈하는 이야기입니다.
미나는 단순한 돈을 넘어,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은총, 신앙, 시간, 재능, 그리고 이웃을 위한 봉사의 기회를 상징합니다. 귀족이 돌아와 셈을 했듯이, 다시 오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맡기신 은총과 사명을 우리가 얼마나 성실하게 활용했는지 물으실 것입니다.
열 미나와 다섯 미나를 벌어들인 종들은 성실함으로 주님의 은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그들은 그 성실함에 따라 큰 보상을 받습니다.
반면, 한 미나를 수건에 싸서 보관만 한 종은 주님을 두려워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변합니다. 그는 아무것도 잃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결과를 맞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받은 은총과 사명을 작은 일에까지 성실하게 실천할 때 이미 시작됩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살고, 작은 선행을 실천하며, 이웃에게 사랑을 나눌 때, 우리는 미나를 불리는 종들처럼 하느님 나라의 결실을 맺는 것입니다.
우리가 맡은 바에 성실해야 함을 강조하는 복음 말씀에 대해, 4세기 교부이신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봉사하는 일의 크기가 아니라, 우리가 봉사하는 마음의 태도와 열의를 보십니다. 설령 네가 작은 일만을 할 수 있다 할지라도, 그 작은 일에 충실함과 사랑을 다한다면, 하느님께서는 가장 큰 봉사를 한 것처럼 너를 보상하실 것입니다. 게으름은 은총의 죽음입니다."
또한, 유대인의 지혜를 담고 있는 탈무드에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그것이 크건 작건 상관없다. 세상은 네가 완벽한 결과를 내놓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세상은 네가 가진 것을 가지고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미나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이며, 이 성실함은 곧 우리 영혼의 성장과 구원을 위한 길입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작은 임무를 소중히 여기고, 그 안에 사랑을 담아 실천할 때, 우리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충실한 종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기다리는 삶의 자세를 가르쳐 줍니다.
마카베오인들처럼, 영원한 생명에 대한 확고한 희망을 가지고 현세의 어려움과 유혹을 이겨나가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의 가장 큰 용기의 원천입니다.
미나의 비유처럼, 우리에게 맡겨진 모든 은총과 시간을 게으름 없이 충실히 사용하여,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기쁨으로 결실을 봉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충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릴 권한을 차지하여라." (루카 19,17)
이 주님의 말씀을 늘 기억하며, 오늘 하루도 우리에게 주어진 한 미나인 현재의 삶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성실하고 용기 있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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