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총체적인 난국의 삶을 사는 지혜 (이사 40,25-31: 마태 11, 28-30) - 3806

Author
신부님
Date
2025-12-08 13:51
Views
387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806

2025년 12월 10일 수요일

몸과 마음이 병든 사회(이사 40,25-31 / 마태 11,28-30)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201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가 올해의 단어로 뽑았던 말이 있습니다.
바로 “총체적 난국(omnishambles)”입니다. 위키에서는 이를
“어떤 상황이 모든 면에서 뒤엉켜 답이 없을 때 쓰는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때는 영국 정치 상황을 두고 한 말이었지만, 오늘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면 이 단어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경제문화교육…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밝은 소식보다 어두운 소식이 더 쉽게 들리고,
몸과 마음이 병든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낮에는 약국, 밤에는 십자가가 더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병을 치료하는 곳은 많아졌지만,
치유되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바빌론 유배 생활에 지친 이스라엘에게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분께서는 힘없는 이에게 힘을 주시고,
기력이 없는 이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신다.”(이사 40,29)

그리고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주님을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를 치며 올라간다.”(40,31)

인간의 힘이 바닥날 때,
하느님의 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교부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구절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인간은 자기 힘으로 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바람에 들어 올려질 때 비로소 난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총체적 난국 속에서
우리의 첫 반응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기대는 것입니다.

이사야가 오늘 우리에게 말합니다.

“너희가 피곤한 이유는 주님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시대를 미리 알고 계셨던 듯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여기서 말하는 ‘고생’과 ‘무거운 짐’은
단순한 육체적 노동이 아니라
삶의 모든 무게를 상징합니다.

실직의 고통,
가정의 갈등,
병든 부모의 돌봄,
관계 속에서 받는 상처,
불투명한 미래,
신앙의 나약함…

이 모든 짐을 지고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나 문제는
내려놓아야 하는 것을 내려놓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교부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말합니다.

“하느님께 맡기는 것은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손을 붙잡는 것이다.”

믿음은 방관이 아니라 의탁입니다.
주님께 맡길수록,
우리의 마음은 가벼워지고
영혼은 안식을 얻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

하느님은 이름으로 규정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이는 인간의 지혜나 계산으로 설명될 수 없는
그분의 무한성과 신비로움을 뜻합니다.

‘알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이 사실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히브리어에서 ‘알다’(yada)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존재의 일치, 깊은 관계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마태 11장 27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의  의미는
아버지와 아들의 완전한 일치를 말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직접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분과 하나이신 아들을 통해
아버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두 자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긍정하는 자아와 부정하는 자아,
희망하는 자아와 절망하는 자아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같은 싸움을 했지만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필리 4,11)

그리고 이어서 말합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

바오로의 만족은
환경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온 능력이었습니다.

가난할 때도 그리스도를 보았고,
풍족할 때도 그리스도를 보았습니다.

가난함보다 어려운 것이 풍족함입니다.
돈이 많아지면
하느님은 작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할 때는 하느님을 찾지만,
풍족할 때는 자신을 찾습니다.

바오로는 그 유혹에서 벗어나는 길이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배운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중국 고전에서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강조하며
이런 고사성어를 전합니다.

“정심수신(正心修身)” ― 마음을 바로잡으면 몸도 삶도 바로 선다.

오늘 복음은 바로 이 가르침을 완성합니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쉼의 자리가
예수님 안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몸도 마음도 지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야는 말합니다.

“주님을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는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교부들은 말합니다.

“하느님께 맡기면, 짐은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지게 되는 것이다.”

고사성어는 말합니다.

정심수신 ― 마음이 바로 서면 길이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예수님 앞에서의 내적 전환입니다.

이 총체적 난국 속에서
우리가 좌절하지 않고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우리 가정 모두에게
그분 안에서 참된 쉼과 새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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