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현대 세계의 가장 큰 질병인 무관심(예레 17, 5-10/루카 16, 19-31) - 3878

Author
신부님
Date
2026-03-03 05:52
Views
255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878

2026년 3월 5일 목요일

현대 세계의 가장 큰 질병인 무관심(예레 17, 5-10/루카 16, 19-31)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루카 16, 25)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가 대면하고 있는  가장 무서운 질병은 아마도 암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무관심' 이라는 질병이라고들 말합니다. 작고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를 '무관심의 세계화(Globalizzazione dell'indifferenza)'라고 경고하셨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화면 속의 중계방송처럼 구경만 할 뿐, 내 손에 피를 묻히거나 내 안락함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현대판 '부자와 라자로'는 우리 집 대문 앞이 아니라, 스마트폰 액정 너머와 아파트 옆집 벽 너머에 존재합니다. 풍요 속의 빈곤을 겪는 이 시대에 무관심은 타인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가장 잔인한 폭력이 됩니다. 사순 시기는 이 두꺼운 무관심의 벽을 깨고, '나'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너'라는 형제에게로 건너가는 파스카의 여정입니다.

오늘 독서(예레 17, 5-10)는 우리가 어디에 마음의 뿌리를 내려야 하는 가에 대해서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해서 알려 줍니다.  예언자는 우리 마음의 지도를 극명하게 대조합니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제힘인 양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 그의 마음이 주님에게서 떠나 있다.." (예레 17, 5)

여기서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힘으로 삼는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물질, 권력, 건강만을 절대 가치로 둔다는 뜻입니다. 그런 인생은 사막의 덤불과 같아서 겉은 거창해도 속은 타들어 갑니다.

반면, 주님께 신뢰를 두는 이는 행복하다고 하면서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는다." (예레 17, 8)고 말합니다.

우리는 자주 묻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 그 답은 우리 마음의 뿌리가 하느님이 아닌,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세상 것'에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16, 19-31)은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보지 ‘않은’ 것을 강조합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부자는 호화로운 생활 속에서 대문 앞의 라자로를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성경은 그가 라자로를 학대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의 존재를 무시(Ignore)했을 뿐입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그대가 가난한 이들을 돕지 않는다면, 그대의 재물을 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난한 이들의 생존을 돕지 않는 것은 그들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부자의 집 대문은 단지 물리적인 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기심'이라는 마음의 빗장이었습니다. 그는 살아서 형제를 보지 않았기에, 죽어서는 아브라함과 라자로 사이에 가로놓인 '큰 구렁' (루카 16, 26) 때문에 그들에게 건너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구렁은 그가 세상에서 스스로 만든 무관심의 깊이였습니다.

유다인의 지혜서인 탈무드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가난한 사람이 문앞에 서 있을 때, 하느님께서도 그 곁에 서 계신다. 만일 네가 가난한 이를 외면한다면, 너는 네 곁에 계신 하느님을 외면하는 것이다."

또한,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가진 것 중에 쓰고 남은 것은 그대의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것이다. 그것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도둑질과 같다.”

부자는 죽은 뒤에야 형제들을 걱정하며 기적을 청하지만, 아브라함은 단호하게 답합니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서 누가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루카 16, 31).

기적이 눈을 뜨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눈을 뜨게 하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는 내 집 대문 앞에 누워 있는 '라자로'를 찾는 시기입니다. 그 라자로는 내 손길을 기다리는 가난한 이일 수도 있고, 대화가 단절된 가족일 수도 있으며, 위로가 필요한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바로 마음을 살피고 속을 떠보는 주님이다." (예레 17, 10).

오늘 그분의 시선 앞에서 우리의 무관심을 털어버리고, 사랑의 눈으로 세상으로 바라보면서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따뜻한 인사를 건네거나,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작은 권리 하나를 양보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무관심의 구렁을 메우는 첫 삽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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