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2사무 7,4-5ㄴ.12-14ㄱ.16/로마 4,13.16-18.22 /마태 1,16.18-21.24ㄱ) - 3890

Author
신부님
Date
2026-03-17 05:07
Views
201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890

2026년 3월 19일 목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2사무 7,4-5ㄴ.12-14ㄱ.16/로마 4,13.16-18.22 /마태 1,16.18-21.24ㄱ)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24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마태 1, 20-21. 24)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입니다. 무엇 보다도 먼저 오늘 축일을 맞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설명하며 살아갑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이해시키려 애씁니다. 인정받기 위해, 오해받지 않기 위해, 때로는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원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위대한 순간은 ‘설명되지 않은 순종’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성 요셉은 자신의 삶을 해명하지 않았습니다. 약혼녀가 함께 살기도 전에 잉태했다는 사실은 당시의 사회와 율법 안에서는 치명적인 오해와 비난을 불러올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명하지 않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이해보다 하느님의 뜻을 더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설명하지 않고도 신뢰하는 믿음’입니다.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다윗에게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되리라”(2사무 7,14)고 약속하십니다. 이 약속은 오랜 세월 동안 보이지 않게 이어지다가 요셉을 통해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실현됩니다.

요셉은 단순히 이름을 정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 아이를 네 아들로 받아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마태 1,21)천사 말에 따라서 예수님께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그분을 다윗의 자손으로 세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느님의 계획은 언제나 요란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용한 사람, 드러나지 않는 삶, 눈에 띄지 않는 선택을 통해 완성됩니다. 요셉은 바로 그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약속을 현실로 이어주는 통로였습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아브라함을 두고 “그는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믿었습니다”(로마 4,18)라고 말합니다. 이 믿음은 이해를 넘어서는 신뢰입니다. 요셉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처녀가 잉태했다는 사실은 인간의 이성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는 의심보다 신뢰를 선택합니다.

믿음은 모든 것을 이해한 뒤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하느님을 신뢰하는 결단에서 시작됩니다. 요셉은 자신의 삶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맡겼고, 그렇게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복음은 요셉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마태 1,19). 그러나 그의 의로움은 단순한 법적 정의가 아니라 자비가 스며든 의로움입니다. 그는 마리아를 단죄하지 않고 보호하려 했습니다. 자신의 상처보다 타인의 생명과 명예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그는 머뭇거리지 않았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마태 1,24).

그는 묻지 않았고, 계산하지 않았으며, 지체하지 않았습니다. 신앙은 생각이 아니라 응답이며, 믿음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이라는 사실을 그는 삶으로 보여줍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요셉은 말하지 않았으나 그의 순종은 하늘을 울렸다”고 말합니다. 또한 성녀 데레사는 “성 요셉은 모든 필요에서 우리를 도우시는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요셉의 침묵은 공허함이 아니라 하느님으로 가득 찬 충만함이었습니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삶 자체가 기도였고 응답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말하고 설명하며 자신을 증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성 요셉은 전혀 다른 길을 보여줍니다.

그는 설명하지 않고도 신뢰했고, 드러나지 않고도 충실했으며, 말하지 않고도 사랑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변명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시선보다 하느님의 뜻을 더 신뢰했습니다.

그는 눈에 띄지 않는 삶 속에서 가족을 지키고 보호하며 살았습니다. 기적도, 설교도 없이 이어진 그의 일상은 평범해 보였지만,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충실함이 구원 역사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사랑을 말로 표현하기보다 삶으로 증명했습니다. 마리아를 보호하고, 아기 예수님을 지키며, 위험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삶이 그의 사랑이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묵묵히 희생하는 순간, 공동체를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헌신하는 시간, 누군가를 위해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이 모든 것이 ‘말하지 않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평범한 선택들이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는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다 이해할 수 없을 때에도, 그분을 신뢰하며 한 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 참된 믿음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작은 충실함과 보이지 않는 희생들이 하느님께서는 결코 작게 보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당신의 구원 계획을 이루어 가십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인생에도 이해할 수 없는 밤이 찾아옵니다. 그때 성 요셉을 기억합시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고, 깨어나자마자 순종의 길을 걸었습니다. 우리도 설명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신뢰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성 요셉이여, 저희가 당신처럼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듣고, 지체 없이 순종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아멘.  다시 한번 오늘 축일을 맞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Total 3,228
Number Title Author Date Votes Views
3228
희망의 시작 - 영원이라는 렌즈로 바라보는 오늘(창세 17,3-9/요한 8,51-59) - 3896
신부님 | 2026.03.24 | Votes 4 | Views 520
신부님 2026.03.24 4 520
3227
희망의 시작 -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이사 7,10-14; 히브 10,4-10; 루카 1,26-38) - 3895
신부님 | 2026.03.23 | Votes 2 | Views 457
신부님 2026.03.23 2 457
3226
희망의 시작 - 시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민수 21,4-9/ 요한 8,21-30)- 3894
신부님 | 2026.03.22 | Votes 2 | Views 386
신부님 2026.03.22 2 386
3225
희망의 시작 - 비참한 인간과 주님의 자비(다니 13,41ㄹ-62/요한 8,1-11)-3893
신부님 | 2026.03.21 | Votes 3 | Views 483
신부님 2026.03.21 3 483
3224
희망의 시작 - 들음에서 시작되는 신앙 (예레 11,18-20/요한 7,40-53) - 3892
신부님 | 2026.03.19 | Votes 3 | Views 469
신부님 2026.03.19 3 469
3223
희망의 시작 - 거울을 깨뜨리는 사람, 거울을 닦는 사람(지혜서 2,1ㄱ.12-22 / 요한 7,1-2.10.25-30) - 3891
신부님 | 2026.03.18 | Votes 4 | Views 486
신부님 2026.03.18 4 486
3222
희망의 시작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2사무 7,4-5ㄴ.12-14ㄱ.16/로마 4,13.16-18.22 /마태 1,16.18-21.24ㄱ) - 3890
신부님 | 2026.03.17 | Votes 4 | Views 201
신부님 2026.03.17 4 201
3221
희망의 시작 -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심판을 받지 않는 조건(이사 49,8-15/요한 5,17-30) - 3889
신부님 | 2026.03.16 | Votes 5 | Views 454
신부님 2026.03.16 5 454
3220
희망의 시작 - 영적인 무기력에서 해방되는 삶(에제 47,1-9.12/요한 5,1-16) - 3888
신부님 | 2026.03.15 | Votes 4 | Views 455
신부님 2026.03.15 4 455
3219
희망의 시작 - 새 하늘과 새 땅을 걷는 믿음의 발걸음(이사 65,17-21/요한 4,43-54) - 3887
신부님 | 2026.03.14 | Votes 4 | Views 489
신부님 2026.03.14 4 489

Enquire now

Give us a call or fill in the form below and we will contact you. We endeavor to answer all inquiries within 24 hours on business 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