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주일학교 은총 캠핑을 다녀와서

Date
2023-10-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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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은총 캠핑 이야기  "서로 사랑하여라" 주님 안에 우리는 하나

13일 금요일 저녁 9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두어번 울리더니 곧 세레나 선생님께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늦은 시각인 줄은 알지만 그래도 빨리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피정 센터 측애서 연락이 왔는데, 미사 집전해 주시기로 한 신부님께서 병원에 가 계셔서 토요일 특전 미사를 드리기 어렵다고 하시는데 어쪄죠? ”

사전에 주임 신부님께 미사 집전에 대한 답변을 들은 터라 다시 구할 수 없었고 시간상 너무 임박해서 어느 곳에서도 필요한 답을 얻을 수 없어 막막한 사이 내린 결정은 피정 센터 가까운 곳에 있는 성당을 알아보고 교사들의 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미사를 드리는 것 뿐이었다. 이동 시간을 고려해 몇몇 프로그램은 생략해야 했었고 고해성사, 전례 준비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버넷까지의 거리가 1시간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교사들은 더 일찍 서둘러야 했기에 선생님들의 아침 식사로 김밥을 준비하는데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일정이 뒤바뀌고 생략되어 오는 상실감, 상황에 대한 불편함이 아닌 아이들의 고해 성사, 전례를 맡은 학생들의 노력들이 마치 종이장이 허공에 흩뿌려지듯 허망하고 낯선 곳에서 손님처럼 미사를 드릴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짠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교사들은 현장 리허설 대신 캠핑 전 주일에  모여 현수막 제작, 캠핑 관련 준비물 점검,  찬양곡 연습, 리허설 등을 늦은시각까지 했음에도 현장을 읽을 순 없었기에 입소 세 시간 전에 버넷에 모여야 했었다.

버넷에 이른 아침은 어둡고  쌀쌀해 스산하기까지 했다.

전날 교육부장님께 사정 말씀을 드리고 신부님 섭외 의뢰를 드렸는데 교육부장님께 메세지가 도착했다. 

듣고자 하던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더 좋은 뭔가를 주시려고 그러시나 보다 생각합시다.”하고 위로하셨다. 

올바른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관을 졸라대는 과부처럼 끊임없이 하느님께 청하며 졸라댔다.

선생님들이 한 두분씩 도착하시고 현장 동선 체크를 비롯해 관련 시설에 대한 설명을 하는 중에 피정 센터 관계자 Katie 자매님이 오셔서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그리곤 미사를 집전해 주실 신부님을 섭외하셨다고 대신 신부님 일정으로 토요 특전 미사가 아닌 일요일 교중미사를 드려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루카 11,9」 

바람이 불긴 했지만 볕이 좋아 쾌청한 날씨여서 그런지 도착한 아이들의 얼굴이 더욱 상기되어 보였다. 

보자마자 뒤엉켜 뭐가 그리 좋은지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허공을 가득 메웠다.

유주 로즈마리가 조장인 테슬라 조, 서정우가 조장인 김, 밥, 김치(밥 먹자) 조, 승아가 조장인 호박고구마 조, 가나가 조장인 M&M 조, 준이가 조장인 워킹맨 조. 개인 사정으로 늦는다고 미리 연락한 몇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모여 시작기도를 바치고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고 메인 캠프로 이동한 후 일정을 시작하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강당에서 모여 캠핑 주제곡 ”기대(주 안에 우린 하나)”를 반복해서 부르고 옹기 종기 그룹별로 모여 점심식사를 준비해서 마치고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놀이하기 좋게 넓고 평평한 풀밭으로 이동해 열심히 뛰고 달리고 뒤집어쓰고 뒹굴며 신나게 열정을 다해 놀고 잠시 숨을 고르고 ‘십자가의 길’을 시작했다. 

작은 언덕에 십사 처를 꾸며 놓았는데 아기자기하거나 멋스럽거나 예쁘지 않은 그 길은 턱없이 짧겠지만 어쩌면 예수님이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셨을 그 길을 닮아 가슴이 먹먹했다.

신나게 뛰고 놀은 후여서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아이들에게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이유와 우리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알려주었더니 기특하게도 아이들은 스스로의 마음을 잘 가다듬어 주었다.

각 처의 거리가 짧고 좁은 오솔길로 되어있어 그룹별로 이동해 마치 돌림 노래처럼 순차적으로 이동했다.

처음 시작한 그룹이 삼 처에 도착하면 다음 조가 출발하는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마침 사목회장님, 사무장님, 성모회장님께서 격려차 방문하시고 십자가의 길에  함께 참여해 주셔서 더욱 뜻깊었다.

각 그룹의 아이들을 인솔해 언덕 아래 십자가의 길 입구에 도착하여 예식이 시작되면 인기척에 놀라 간간히 튀어오르는 메뚜기 소리, 바람소리, 아이들의 발자국 뒤로 작은 돌멩이들이 구르는 소리, 아이들의 기도소리만 들릴 뿐 그 길은  하느님 품처럼 따스하고 고요했다.

원래는 특전미사 시간이었지만 십자가의 길로 대체하여 마친 후 각 그룹의 아이들이 마련해 온 휘황찬란한 저녁 메뉴로 푸짐하게 식사를 마치고 강당에 모여 빛의 예식을 시작하였다.

예정대로라면 밖에서 캠프 파이어를 해야했지만 버넷 지역은 여전히 건조주의보가 발효 중인 관계로 실내에서 촛불의식을 대신하는 것으로 대체하였다.

빛의 신비를 묵상하며 묵주기도를 바치는데 참여한 학생 중에는 아직 첫영성체를 받지 않은 첫영성체 예비반 초등부 3학년 아이들도 있었는데 흐트러짐 없이 잘 따라주어 간간히 지켜 보았을 때 진중한 그 모습이 참 예뻐보였다. 아니 그 어느 누구도 그 안에서 함부로 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의아하기까지 했다.

2,30여분의 시간 동안 묵주기도를 바치고 빛의 예식을 시작하였다.

빛이신 하느님의 자녀, 그 특권을 어떻게 다시 내어줘야 하는지 빛의 자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기도와 묵상, 찬양 중에 아이들은 얼마나 담아내었을지 알 순 없지만 아이들의 눈망을은 한 없이 깊고 진지했다. 식사 후였고 정적인 활동이고 이미 어둠은 짙어 늦은 시각이었지만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시간에 집중하고 있었다. 

옆 사람에게 받은 빛을 다시 옆사람에게 전달하며 어둠 안에서 촛불로 커다란 둥근 원을 완성하고 다시 그 빛을 모아 십자가를 만들어 주님께 봉헌하고 서로에게 축복하며 안아주고  찬양을 하는 것으로 예식을 마치고 각 조별 장기자랑을 이어갔다. 여전히 더 늦은 시각임에도 아이들은 더 크게 환호하고 호응하였다.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이고 예뻤다. 내가 그런데 하느님은 얼마나 더 예쁘고 좋게 보아주셨을까 생각하니 다시 뭉클해졌다. 

11시 넘어서 야식으로 컵라면을 먹고 취침지도를 하였지만 아이들은 잘 생각이 없어보였다. 몇몇 선생님들과 뒷정리를 하고 늦게까지 남아 다음 일정에 관한 논의를 하고 숙소로 갔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깨어 있었고 여전히 들떠 있었으며 여전히 한 덩이로 뭉쳐  있었다. 그들에게 지금 그 시간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고 아까웠을까? 그 까만 하늘에 별빛 가득하던 그 밤이 지나가는 것이 얼마나 아쉬웠을까?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노래소리가 아직도 귀에서 왕왕 울리는듯 하다.

10월15일 일요일 7시 기상

몇시에 잠들었던지 개의치 않고 아침 기상을 알렸다. 

오히려 어린 친구들은 좀 더 일찍 잠들고 곤해서 잘 잔 덕인지 바로바로 일어났지만  늦게까지 잠들지 않았던 아이들은 침상에서 구부러져 도통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밝고 경쾌한 그러나 엄청 큰 소리에 저마다 흐느적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날 마지막 그룹이 십자가의 길 예식을 할 때 함께 했는데 아이들은 지름길로 메인 캠프로 향했고 나는 각 처를 온 길로 되돌아가면서 준비해 온 다섯 개의 하얀 봉투를 각각 여러 곳에 나누어 되도록 눈에 띄고 안전한 곳에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돌멩이로 눌러 놓은 후 내려 왔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빛의 예식을 하기 전에 각 그룹의 대표들과 함께 각 그룹의 중등부 중 한 명을 데리고 오라고 해서 어둑해 진 십자가의 길로 가서 보물이 담긴 하얀 봉투를 찾아 오라는 미션을 주었는데 제 각기 다른 시간에 모두 잘 찾아왔다.

기상 미션으로는 어제 찾아 온 하얀 봉투 안에 보물과도 같은 각기 다른 성경 말씀이 있었는데 그 구절을 모든 조원이 함께 암기하여 발표하는 것이었다. 생명과도 같은 그 말씀을 참 또박또박 잘 외워 발표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먼저 암기를 마친 친구들은 아침 식사를 빨리 준비하여 자유시간을 오래 갖는 것이 고깟 상이었는데도 열심히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조원들 중에는 암기 능력이 좋은 아이들도 있었고 문해력이 좋아 흐름을 잘 파악하여 성경구절을 외우는게 쉬운 아이들도 있었지만 우리내가 그러하듯 긴장하여 막히고 늦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는데 누구하나 책망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빨리 다시 외워보자 하며 뒤로 돌아섬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제 생각해 보니 그랬다. 아이들은 은연 중에 이 시간의 주제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고 말씀이 우리 안에 계셨다. 아이들 안에 주님이 계셨다.

기대(주 안에 우린 하나)

주 안에 우린 하나 모습은 달라도 예수님 한 분만 바라네 

사랑과 선행으로 서로를 격려해 따스함으로 보듬어 가리

주님 우리 안에 함께 계시니 형제 자매의 슬픔과 기쁨 느끼네 

내 안에 있는 주님 모습 보네 그분 기뻐하시네

주님 우릴 통해 계획하신 일 부족한 입술로 찬양하게 하신 일

주님 우릴 통해 계획하신 일 너를 통해 하실 일 기대해

우릴 통해 하실 일 기대해.

아침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오늘 미사 집전을 해 주실 프랭크 신부님을 뵈었다.

은퇴하신 신부님이라 그러신지 연세가 지긋하셨지만 눈에는 인자하심과 사랑이 가득하셨다.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될 미사에 대해 양해를 구했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미사 전례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기존 고등부 전례부가 아닌 주일학교에 등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로 구성했는데 아이들의 가능성과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데 동기를 부여하고자 그리했다. 보편지향기도도 중등부 중 각 네 명에게 맡겼다.

능숙하게는 아니지만 나름 준비한 만큼 잘 해주어 고마웠다.

신부님 역시  그런 모습도 너그럽게 봐주시고  잘  이끌어 주셨다.

복음 말씀 후 강론이 이어졌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의 이야기를 들려 줄까 합니다.

제가 오스틴 동쪽에서 머물렀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한 젊은 커플이 제게 혼배 미사 주례를 해 줄 수 있는지 청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 주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그 커플이 가난하여 아는 지인 몇분만 모시고 결혼식을 할 거라고 하더군요. 

예식은 조촐하게 치뤄졌고 저는 축하하는 마음으로 신혼 여행 경비에 보태라고 돈을 조금 주었고 저와 함께 머무는 신부님은 차를 내어 주셔서 신혼 여행갈 때 쓰라고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그 부부가 차를 돌려주러 돌아왔더군요.

그래서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느냐 물었어요.

가난한 부부는 당일로 달라스에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행은 좋았는지,  어땠는지 물어봤더니 너무나 좋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가다가 길을 잃어 헤맸다고도 하더라구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GPS가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던터라 흔한 일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신랑이 아내에게 “여보, 내가 길을 잃었어요.”하며 걱정하자 그 젊은 아내가 “아니에요. 우린 함께 있잖아요. 당신과 내가 함께 있으면 우린 길 위에 있는 것이지 길을 잃은 게 아니에요.” 하며 검지와 중지를 겹쳐 보였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요.

생각해보면 나와 하느님의 관계도 같은 것 같아요.

나와 하느님은 검지와 중지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브이자 형태로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포개어 있는 것처럼 함께 있는 거죠. 그러니 우린 길을 잃은 게 아니고 길 위에 하느님과 함께 있는 것이죠.”

나는 미사가 잘 진행 되도록 앞 뒤로 움직이며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었어서 일어나 멀찌감치 뒤편에 서 있었는데 신부님께서 손가락을 포개어 아이들에게 보이며 말씀하시는 순간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손가락을 포개어 보는 것이다. 말씀을 듣고 자신과 하느님의 관계를 눈으로 확인해 보듯 손가락을 포개어보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터졌다. 

미사 중에 화장실 다녀오는 녀석, 다리 꼬는 아이, 조는 아이, 옆 친구와 속닥거리며 킥킥 거리는 녀석들을 주의시키기 바빴지 정작 아이들의 미사 내용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신부님의 강론을 반짝이는 눈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었다. 생각으로는 계획상으로는 뭐든 준비해야겠다고 했지만 현실 앞에 미적 거리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죄스러웠다. 그게 미안해서 어른으로써 너무 부끄러워서 눈물이 쏟아졌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리고 파견 성가를 부르고 아이들이 자리를 정리하는데 신부님께서 되돌아 오셔서 

“God bless you” 문구가 적힌 책갈피를 아이들에게 선물이라며 나누어주시라고 하셨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신부님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프랭크 신부님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뒷정리를 하고 전 날부터 꼬박 애써주신 자모회장님과 총무님 그리고 자원 봉사로 나서 주신 몇 자모님들이 오셔서 아이들 점심식사를 준비해 주시고 선생님들도 모두 잘 쓰고 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뒷마무리를 하셨다. 

사랑과 정성이 켜켜히 담긴 샌드위치를 먹고 다시 강당에 둘러 앉아 1박2일동안 함께 했던 주일학교 친구들에게 마음을 담아보는 롤링 페이퍼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짧았으면 어찌했을지 기다리는 선생님들은 지루하기까지 했다. 앞 뒤로 빽빽히 써 있는 친구들의  글귀들을 읽으며 낄낄거리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 아이들을 보며 덩달아 행복했다.

하늘은 여전히 청명하고 날도 적당히 차가웠다. 새로 맞춘 단체 캠핑 셔츠를 갈아입고 모두 모였다. “서로 사랑하여라” 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앞에 두고 환하게 웃으며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감사기도로 마침기도를 바치고 은총 캠핑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멋진 시간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이 해처럼 빛났다. 

주님 안에 우린 정말 하나로 서로 사랑했던 시간이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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