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2023

나 자리에 누워 잠들었다 깨어남은 주님께서 나를 받쳐 주시기 때문이니

시편 3:6

I lie down and I fall asleep, I will wake up, for the Lord sustains me.

Psalms 3:6

시편 3,4장 : 5

“밤새 안녕하셨어요?라는 인사말을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부모님에게 드렸던 아침 문안인사였습니다. 이 인사말은 6.25 전쟁 때 생긴 인사법입니다. 전쟁을 치루면서 밤새 목숨을 잃는 일들이 다반사였기에 사람들 입에 배이게 된 인사말입니다. 이렇게 밤새 목숨을 부지하고 살았지만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내일아침도 같은 말을 주고 받으며 인사하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잠이 들었으니 아침이 개운합니다. 전쟁을 앞두고 군사들은 잠을 설쳤을지 모르지만 다윗은 밤새 안녕히, 보약같은 잠을 잤습니다. 단잠을 자고 일어난 다윗은 군사들을 사열합니다. 군대와 함께 출정하고 싶었으나 군사들이 말리는 바람에 성읍에 남아 있기로 합니다. 다윗은 출동하는 군사들에게 “나를 보아서 저 어린 압살롬을 너그럽게 다루어 주시오”라고 당부합니다.

오늘은 ‘죽거나 죽이거나’가 결정되는 날입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에게 승리를 주실 것을 다윗은 기도하며 알았을 겁니다. 그렇기에 더욱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아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다윗은 전쟁에서 패배하는 일이 있더라도 아들을 살리고 싶습니다. 군사들이 출정한 이후 다윗은 두 성문 사이에 앉아서 전령을 기다립니다. 임시거처일지라도 자신의 거처에서 편히 쉴 수가 없습니다. 다윗은 성문 사이에서 간절히 기도했을 것입니다.

한편 압살롬의 군사들은 에프라임 숲에서 다윗의 군사들에게 패배하여 그날 그곳에서 이만 명이 죽는 큰 살육이 벌어집니다. 노새를 타고 가던 압살롬은 노새가 향엽나무의 얽힌 가지들 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이 향엽나무에 휘감기면서 하늘과 땅 사이에 매달리게 되고 타고 가던 노새는 그대로 지나가 버립니다. 요압은 다윗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향엽 나무에 매달린 채 살아있는 압살롬의 심장에 표창을 던져 죽이고 싸움을 종료시킵니다. 그리고 압살롬을 들어다가 숲 속 구덩이에 던져 넣고 그 위에 커다란 돌무덤을 쌓아 둡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이따금씩 "어디에서 글을 쓰십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어디서나 아무데서나 글을 씁니다.” 슬픔과 절망의 끝자락에서 글을 씁니다. 기쁨과 환희의 절정에서 글을 씁니다. 전쟁터, 감옥에서도 글을 씁니다. 삶이 머문 자리면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삶이 머문 자리에 글을 쓸 수 있는 김영하작가는 글쓰기가 일상화된 사람입니다. 글을 쓸 때 그는 마치 구도자와 얼핏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영하작가가 뛰어난 작가라면 다윗은 뛰어난 기도의 사람입니다. 기도가 일상화된 삶을 살았던 그는 슬픔과 절망의 끝자락에서도, 기쁨과 환희의 절정에서도 기도했습니다. 

다윗은 탄원시를 많이 썼습니다. 탄원할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두려움과 불안속에서 울고 호소하며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평화를 얻었고 하느님과의 친밀함을 얻었고 하느님은 그를 받쳐주셨습니다. 하느님과 친밀했던 다윗이었기에 그의 파란많은 삶에 의미없는 시간은 없습니다. 

주님, 기분은 언찮고 몸은 불편해도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게 해주신 것에 감사하게 하소서. 선물처럼 주어진 하루를 헛되어 보내지 않게 해주시어 잠자리에 들어서는 기뻤던 일에 대해서나 슬펐던 일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