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023

그러나 주님, 당신께서는 멀리 계시지 마소서. 저의 힘이시여, 어서 저를 도우소서. 

시편 22:20

But you, LORD, do not stay far off;

my strength, come quickly to help me.

Psalms 22:20

시편 22장 : 3

믿있던 부하들에게 발등 찍힌 배신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다윗을 엄습했을 것입니다. 죽음은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17절과 19절에서는 “개들이 저를 에워싸고 악당의 무리가 저를 둘러싸 제 손과 발을 묶었습니다…제 옷을 저희끼리 나누어 가지고 제 속옷을 놓고서는 제비를 뽑습니다.”라고 합니다. 

돌을 던져 죽이기 전에 손발을 묶습니다. 그리고 겉옷을 벗겨 나누어 가지고 제비를 뽑아 죽으면 속옷을 누가 가질 것인지 결정합니다. 고대시대의 겉옷은 상당한 가치를 지녔습니다. 양털에서 옷이 되는 과정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비싸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옷이 한 벌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겉옷뿐 아니라 이불도 따로 가지지 못하여 겉옷은 밤이 되면 이불의 역할도 병행합니다. 겉옷은 시간이 지나면 해어지고 자식이 생기면 자식을 위해 장만해야하니 죄수가 입던 옷은 서로 가지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빌라도의 군사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비를 뽑아서 겉옷을 가졌습니다. 겉옷은 물론이고 속옷도 제비를 뽑아 결정합니다

다윗이 이 상황에서 그들에게 어떤 말을 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사야 53장처럼 “학대받고 천대받았지만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항변도 하지않고 침묵속에 기도했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빌라도가 아주 이상하게 여길만큼 그의  앞에서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이 고소하는 말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빌라도의 군사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제비를 뽑아 그분의 겉옷을 나누어 가질 때도 침묵으로 일관하셨습니다.

사기의 자객열전에는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모시는 사람을 두 마음을 가지고 모셔서는 안된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군중들, 다윗의 수하였던 사람들은 자기 인생의 한 획을 긋게해 준 사람, 자기의 지평을 넓혀준 사람을 한순간에 배신하고 죽이고 죽이려 합니다.

죽음은 코 앞까지 다가왔습니다. 다윗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깊은 고독을 느낍니다. 자신의 편에서 변호해주고 옹호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하느님은 보이지도 않고 불러도 대답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을 기억해보는 것입니다. 숱한 죽음의 위기에서 목숨을 구해주신 하느님께  시간이 없으니 ‘어서’ 도와 달라고 간곡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저의 생명을 칼에서, 저의 목숨을 개들의 발에서 구하소서. 사자의 입에서, 들소들의 뿔에서 저를 살려 내소서”라고 예전처럼 이번에도 살려달라고 기도합니다. 간절하게…

주님, '삶은 고해’라는 말이 있듯이 삶은 참으로 녹록치 않습니다. 인생의 동반자가 없으면 견디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주님, 인생의 동반자는 당신이십니다. 제 인생길에 당신과 동행을 시작했지만 길에서 벗어나 괴로워 할 때도 많습니다. 

주님, 정도를 걷게 해주시고 제가 힘들어 할때는 ‘어서’ 저를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