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자료

카라바지오,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1600

Author
Stella
Date
2017-08-16 20:13
Views
1206
한 주 동안 안녕하셨어요? 저는 오늘도 재미있는 그림 한점 가지고 왔습니다. 무슨 그림을 보내드리면 좋을까 고민하다 스텔라 언니가 보내주신 수요일 저녁반 성경공부 요약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바로크 시대, 천재화가였던 카라바지오의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입니다. 1600년 작품이구요, 지금은 런던의 네셔널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카라바지오는 연극적인 화면구성에 아주 능한 화가였는데요, 이 작품에서도 그 솜씨가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화가는 여기서 제자들이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놀라는 ‘순간’을 포착했어요. 극적인 순간을 강조하기 위해 화가는 인물들의 과장된 제스쳐를 이용했습니다. 화면 가장 왼쪽으로 관객을 등지고 앉아있는 제자는 예수님을 알아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하죠. 놀라 잔뜩 주름진 이마 아래로 등잔만해진 눈이 보이실거에요. 그 옆에 우뚝 서있는 이의 얼굴은 믿기지 않는 장면을 목격한 듯 멍해져 있어요. 화면 맨 오른쪽 제자의 반응도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양팔을 크게 벌려 자신의 놀라움을 표현하죠.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도한 신비롭고 경이로운 순간의 표현은 적극적으로 놀라움을 드러내는 사람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계신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완성됩니다. 제자들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예수님은 하시던 대로 두 팔을 들어 테이블 위의 음식을 축복하고 계세요. 테이블 위로 내리뜬 눈 때문에 예수님의 얼굴에는 무언가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모여있는것 같습니다. 화면의 왼쪽 윗부분에서 사선으로 쏟아져 내리는 빛이 보이실거에요. 이 빛은 마치 연극 무대의 조명처럼 예수님의 얼굴을 환히 밝히며 하얀 테이블보 위로 떨어집니다.

 

카라바지오의 천재적인 화면구성은 관객들이 이 기적의 순간을 함께 할수 있도록 합니다. 그는 관객을 캔버스 밖의 수동적인 구경꾼으로 남겨두지 않고 이 기적적인 사건에 동참하도록 캔버스 안으로 초대해요. 클로즈업된 화면의 왼쪽 하단에 테이블 밖으로 한쪽 끝이 살짝 밀려나온 과일바구니가 보이실거에요. 화면밖으로 튀어나온 것이 마치 바구니 안의 과일이 잡힐듯 묘사되어 있죠. 가장 오른쪽 두팔을 활짝 벌린 제자의 제스쳐 또한 관객을 캔버스 안으로 초대하는 또다른 시각적 장치에요. 과일 바구니와 제자의 손끝을 따라 새하얀 테이블보 앞, 비어있는 그 자리가 우리 관객의 자리라고 합니다.

 

오늘도 또 말이 길어졌습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일요일에 성당에서 뵐게요.



카라바지오,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1600

 

자료 작성 : 김정희 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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