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안식일의 참의미 (루카 6,1-5) - 3307

Author
신부님
Date
2024-09-05 18:13
Views
929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307

2024년 9월 7일 토요일

안식일의 참의미 (루카 6,1-5)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루카 6,5)

죄를 알면서 짓는 사람도 있고 모르면서 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알면서도 죄를 짓는 것의 무서움입니다. 처음에는 죄의식을 갖게 되지만 그것이 자주 반복되다 보면, 죄의식이 사라져 버립니다. 어쩌면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 역시 처음에는 본질을 보았지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이들의 마음 속에 본질은 사라지고 형식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하느님이 아닌 자신이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에게는 사랑의 본질은 사라지고 단죄의 형식이 존재하기 시작합니다. 이웃이 보이지 않고 자신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내가 중심이 되기 시작하면 모든 일이 업적이 됩니다. 이 업적은 구원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자기 과시와 단죄함의 자산이 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에 보내는 첫째 편지에서,  사도들이 겪는 고난과 어려움을 통해 참된 사도직이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세상에서 볼 때 사도들은 고난받고 멸시받는 존재로 보일 수 있지만, 바오로 사도께서는 그 고난이야말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진정한 삶이라고 강조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10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슬기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약하고 여러분은 강합니다.여러분은 명예를 누리고 우리는 멸시를 받습니다."(코린 1서 4,10).

이 말씀은 바오로 사도께서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사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겸손하게 살아가야 함을 가르치는 중요한 구절입니다.

우리 신앙의 여정에서도 종종 자만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앙적으로 강하다고 느낄 때, 또는 교회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겸손하게 하느님께 의지하며,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사도직은 명예나 권력이 아닌, 희생과 섬김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 루카 6장에서 예수님께서 안식일의 참의미에 대해서 알려 주십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잘라 먹자 바리사이들이 이를 비난합니다. 그들은 율법에 따라 안식일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으시며, 다윗이 성소에서 하느님께 바친 빵을 먹은 사건을 상기시키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라고 선언하십니다(루카 6,5).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단순히 율법을 어기신 것이 아니라, 율법의 진정한 주인이시며, 율법이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안식일은 단순히 규칙을 지키기 위한 날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게 하고, 사람들에게 휴식과 회복을 주기 위한 날임을 깨우쳐 주시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율법이나 규칙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며,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가 율법의 본질임을 가르쳐줍니다. 바리사이들은 율법의 겉모습에만 집중했지만, 예수님은 그 율법이 진정으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십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참된 신앙의 길이 겉모습이나 규칙의 준수에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신앙은 우리의 내면에서부터 시작되며, 그것은 바로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사도직의 겸손을 강조하며,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겸손하게 이해하고, 사람을 위한 것이 되게 하라고 가르치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고난 속에서도 그리스도를 따르며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바오로 사도의 삶을 통해 신앙이란 단순히 성공과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겸손한 삶임을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안식일의 규정을 초월하여 사람들을 섬기고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알려 주십니다.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를 본받아 겸손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의 신앙이 다른 사람을 돕고 섬기며,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으로 나아가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참된 제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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