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사랑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요한 12, 1-11) - 3503

Author
신부님
Date
2025-04-13 01:34
Views
1309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503

2025년 4월 14일 월요일

사랑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요한 12, 1-11)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8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요한 12, 7-8)

현대 사회는 ‘합리성과 효율성’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성비’를 많이 따집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하느님의 사랑의 실천은 합리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오늘 복음은 인간의 관점과 복음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극명하게 대립되는 관점입니다. 여기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때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 지를 알려 주십니다.

오늘 복음은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리는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 됩니다.

마리아는 값비싼 순수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아 드립니다. 당시 유다인 사회에서 여성이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머리를 풀어서 발을 닦아 드리는 행위는  극히 이례적이었고   또한 1리트라는  삼백데나리온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노동자의 약 1년치 품삯에 해당하는 고가였습니다.

그녀의 이러한 행위를 보고  당시에 그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우리도 유다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수가 있습니다. 그 행위를 보고 유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언뜻 들으면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복음은 유다가 그 말을 진심으로 한 것이 아니라 탐욕과 위선에서 비롯된 것임을 드러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8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마리아는 사랑의 직감으로, 주님의 죽음을 미리 알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행동은 이성이나 계산이 아니라, 전적인 사랑에서 우러나온 응답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합리성’과 ‘효율성’을 매우 중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때로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오지에서 자신의 전 삶을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 봉헌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삶이나 순교 성인들의 삶은 효율성의 잣대로는 평가할 수 없습니다.

이 복음의 정신을 가장 철저히 살아낸 인물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성 카롤로 보로메오입니다.

성 카롤로 보로메오 성인께서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귀족 가문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고, 스물두 살에 이미 추기경이 되었습니다. 그는 외삼촌인 교황 비오 4세 밑에서 교회 개혁의 중심 인물로 활동하면서,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정한 개혁 조치를 실제 삶과 제도 안에 구현해 낸 인물입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그의 삶은 단지 문서와 규칙으로 개혁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으며 살아낸 사랑의 사목이었다는 것입니다.

1576년 밀라노에 흑사병이 퍼졌을 때, 모든 귀족과 관리들은 도시를 떠났지만, 성 카롤로는 도시에 남아 병자들을 돌보고 성사를 집전하며 수천 명의 죽음을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궁전을 병원으로 개방했고, 음식과 자원을 다 내어주었습니다. 자신은 바닥에서 자고, 금식하며 하느님께 도시의 구원을 청했습니다. 그의 이 ‘비효율적인 사랑’은 도시 사람들에게 복음의 향유처럼 퍼졌습니다. 그의 이름은 죽음과 고통의 한가운데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느끼게 하는 표지가 되었고, 지금도 사제의 모범, 교구장의 이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 카롤로 보로메오는 교회의 체계를 개혁했지만, 가장 위대한 개혁은 가난한 자들의 곁에 함께 있었던 그의 ‘사랑의 현존’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권위를 버리지 않았지만, 그것을 하느님과 사람들을 위한 겸손한 도구로 삼았습니다.

주님께서 수난을 앞두고 계시는 이 거룩한 주간, 우리도 주님께 향유를 부어드리고 그 향유를 닦아 드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 향유는 누군가를 위한 시간일 수 있고,

우리의 기도 속에서의 눈물일 수 있으며,

포기해야 할 어떤 안락함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사랑은 십자가처럼 무거워 보일지 몰라도, 그 끝에는 반드시 부활의 향기가 깃듭니다. 성주간을 지내며 이러한 거룩한 낭비의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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