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2019

주님, 명령을 내리시어 제가 이 곤궁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주님, 저에게서 당신의 얼굴을 돌리지 마소서.

토빗 3:6

Lord, command that I be released from such anguish, Do not turn your face away from me, Lord.

Tobit 3:6

토빗과 안나 첫번째

토빗은 제2경전에 속하는 토빗기에 나오는 주인공이고 안나는 그의 아내입니다.  토빗기는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함락되자, 니네베로 잡혀갔던 토빗일가에 대한 교훈 소설로 저술시기는 기원전 2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토빗은 납달리 지파의 후손으로 자선을 베풀며 평생 진리와 선행의 길을 걸어간 사람입니다. 그는 다른 이스라엘자손들이 단에 마련된 금송아지에게 제물을 바칠 때 그는 규정대로  축제때 예루살렘으로 십일조를 바치러 갔으며, 이민족들의 음식을 먹지도 않습니다. 일가에서 아내를 얻어 아들을 낳고 토비야라고 이름 짓습니다. 그는 포로로 니네베로 끌려와서도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섬겨, 아시리아왕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들이는 직책을 맡게됩니다. 그는 가난한 동족과 친척들에게 자선을 베풀었고 버려진 시신이 있으면 거두어 묻어줍니다. 그러나 그는 죽은 이들을 묻어준 일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도망치는 신세가 됩니다. 토빗을 죽이려던 아시리아임금 산헤림의 죽자 에사르 하똔이 임금이 됩니다. 정권이 바뀌자 동기인 아키카르의 도움으로 다시 니네베로 돌아오게되어 아내인 안나와 아들인 토비아와 상봉하게 됩니다. 

오순절에 토빗을 위한 잔치가 벌어진 후에, 토빗은 무더워서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마당에 들어가 담 옆에서 잠을 잡니다. 그 때 뜨거운 참새 똥이 두 눈에 떨어지더니 하얀 막이 생겨 버립니다.그래서 치료를 받으려고 여러 의사에게 가 보았지만, 약을 바르면 바를수록 그 하얀 막때문에 눈이 더 멀어지더니 마침내는 아주 멀어 버리게 됩니다. 그때에 안나는 여자들이 하는 일에 품을 팔게 됩니다. 안나가 물건을 만들어 주인들에게 보내면 주인들이 품삯을 주곤 하였습니다.

올곧게 살아갔던 의인 토빗에게 불행이 닥친 것입니다. 신념대로 살았고 죽을 때까지 남들이 뭐라하던 버려진 시신을 거두어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살아가고자 했겠지만 그 모든 인생의 계획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불편함과 남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어버린 서글픈 가장의 고뇌.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 밤잠을 설치며 조용히 눈물흘리며 기도했을 토빗….

장님이 된 토빗의 고통도 크지만 안나도 함께 고통받게 됩니다. 재산을 몰수 당한 채 남편이 도망가 있었을 때에는 아들과 함께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습니다. 도망가 있던 남편이 돌아온 지 얼마지나지 않아 장님이 되어버리자 남편과 아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또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가야 합니다. 남편이 도망가 있었을 때는 남편의 안위가 걱정되고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기도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장님이 된 남편 시중에, 살림에, 돈도 벌어야하고….남편이 불쌍하고 안쓰럽지만 내 신세가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나 하며 긴 한숨을 쉬었을 안나. 안나에게 토빗은 십자가가 되어버렸습니다. 

수십년을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  풍파를 겪지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을 것입니다. 실직, 파산, 병고, 별거와 이혼, 권태기와 갈등등.. 이러한 풍파를 겪을 때마다 절망하지만 결코 인생의 실패는 아닙니다. 현실에 무릎을 꿇고 자포자기한다면 실패지만 암울함속에서 작은 희망과 기쁨을 건질려고 하면 그저 잠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상황에 굴복할지 상황에 맞설지 선택권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하더라도 세상에 맞설 의지와 믿음은 가질 수 있습니다. 

주님, 제가 힘겨운 삶을 살아가며 긴 한숨을 쉴 때....저의 허약함을 아시고 당신 얼굴을 돌리지 마소서. 

주님, 당신에 대한 원망이 나오려고 할 때면....당신만이  곤궁에서 저를 구해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임을 알게 해주시어 기도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