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2019

그분께서 우리의 주님이시며 우리의 하느님이시고 영원히 우리의 아버지시며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토빗 13:4

he is our Lord and he is our God; he is our Father, and he is God for ever and ever.

Tobit 13:4

열나흘동안의 혼인잔치가 끝나자, 토비야와 사라는 라구엘부부의 축복을 받으며 토빗이 사는 니네베로 떠납니다.  집에 도착한 토비야는 곧바로 물고기의 쓸개를 꺼내 자기 아버지인 토빗에게 바르자  시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시력도 회복하고 며느리도 맞이한 토빗은 기뻐하며 주님을 찬양하였고 라파엘은 토빗과 토비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나서 하늘로 올라갑니다. 한껏 수를 누리며 살던 토빗은 죽기전에 나훔예언자가 니네베를 두고 선포한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여, 자신의 아내마저 죽음을 맞이하면 니네베를 떠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고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일을 하여라, 언제나 진심으로 그리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생각하며 그분의 이름을 찬미하게 하여라”라고 말하며 죽습니다. 그 뒤에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토비야는 아내와 함께 메디아로 가서 늙은 처부모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잘 모십니다. 토비야는 영예롭게 살다가 백열일곱살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는 죽기전에 니네베가 멸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포로들이 메디아로 끌려오는 광경을 보며 영원무궁하신 주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어두운 시대를 살았던 유다인들에게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고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일을 하여라’라는 교훈을 주며 희망을 가지게 했던 토빗 일가의 이야기는 구약시대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게 되면 하느님께서도 ‘진심’을 다해 놀라운 축복을 주신다는 것을 토빗기를 통해 새삼 느낍니다.

작년 이맘때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가 별세하셨습니다. 그분의 부인 가정혜(84)씨는 김교수가 남긴 재산 30억 원을 국립한국문학관에 기부하며 “30억원은 남편이 평생 피땀 흘려 원고를 쓰며 번 돈을 쓰지도 않고 모은 돈이다. 나는 이 돈을 한 푼도 쓸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남편에게 상속받은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님은 60년동안 매일, 같은 시간, 자리에 앉아 읽고, 원고지 20매씩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그의 제자 하나는 “그것은 이미 문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수도자의 길, 구도자의 길이다.”라고 말합니다. 신실하게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었던 그분은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문학이란 무엇인가? 일상보다 조금 나은 것이다. 일상보다 조금 나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종교이다. 우리의 일상은 한쪽에 문학(예술)이, 다른 한쪽에 종교(정신)가 있어 그나마 견딜 만한 것이다.”

토빗기에는 세 쌍의 부부가 나옵니다. 토빗과 안나, 토비야와 사라, 라구엘과 아드나입니다. 신심깊고 선하게 살아갔지만 나름 고통을 겪으며 살아갔던 사람들입니다. 싸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주기도 하고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하며 살아갔지만 그들 부부사이의 근간을 이루었던 것은 하느님이었습니다. 견디기 힘든 인생의 고비를 지나갈 때 한쪽에는 고통을 함께 지고가는 배우자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종교가 있어 힘든 상황을 견디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들은 힘겨운 생을 살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하느님께 하소연하며 기도했고 그런 그들에게 하느님께서는 기적을 베푸시어 고통받는 의인의 울부짖음에 응답하셨습니다

올곧은 인생관을 가진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따스해집니다. 평생 종교를 가지지 않았던 김윤식부부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보다 깊은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토빗기에 나오는 부부들처럼 말입니다. 이혼과 별거, 졸혼이 유행하는 요즘 이 네 쌍의 부부이야기가 심금을 울리는 것은 그동안 너무나 이기적이고 비신앙적으로 살아온 것에 대한 아쉬움일지도….

주님, 행복한 가정이나 문제가 많은 가정이나 당신이 필요합니다. 행복의 기준을 세상에만 두지않으려면 행복의 중심에 당신이 있어야하므로….그리고 현재 불행한 가정에 빛이 되어줄 분은 당신이므로.

주님, 언제까지나 가정의 주인이 되어주십시오. 저희는 때때로 분별력이 흐려지고, 유혹에 흔들리고 악에 쉽게 노출되므로 저희안에서 저희를 이끌어주시고 좋은 길로 인도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