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2024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은총을 베푸신다.

야고보 4:6

God resists the proud, but gives grace to the humble.

James 4:6

미칼 네번째

미칼은 다윗의 아내가 되어 궁으로 돌아옵니다. 몰락한 사울왕가의 공주가 아닌 여러명의 왕비중 한 명이 되어 다시금 부귀영화를 누리게 됩니다. 미칼이 다시금 다윗이 아내가 되었지만다윗은 통일제국의 임금이 되어 승숭장구하고 있었고 많은 후궁이 있었고 왕자와 공주들도 많았습니다. 미칼에게는 하나 남은 형제인 이스보셋도 살해되고 다리를 저는 조카인 므피보셋만이 살아있을 따름입니다.

이때 이미 중년이었을 미칼은 여전히 다윗을 사랑했을까? 예전에 팔티엘과 행복하게 살면서도 다윗을 잊지못하고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과 헤어지며 피눈물을 쏟게한 다윗을 원망하며 살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날 다윗이 오벳 에돔에 있던 주님의 궤를 다윗성으로 옮깁니다. 다윗은 황소와 살진 송아지를 바치고 아마포 에폿을 입고 온 힘을 다해 주님 앞에서 뛰며 춤춥니다. 그때 사울의 딸 미칼이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속으로 그를 비웃습니다. 다윗이 주님의 궤를 맞이하며 주님과 함께 하였다면 그녀는 그저 방관자일 뿐이었습니다. 다윗이 번제물과 친교제물을 바친 다음 백성들에게 축복한 후 자기 집안을 축복하고 돌아오니 미칼이 다윗을 맞으며 "오늘 임금님이 건달패 가운데 하나가 알몸을 드러내듯이 자기 신하들의 여종들이 보는 앞에서 벗고 나서니 그 모습이 참 볼 만하더군요"라고 말합니다. 다윗의 행위가 왕으로서 체면을 깎아내리는 천박한 행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천한 목동출신의 남편을 비웃으며 수호신을 믿으며 공주로 살았던 그녀는 남편인 다윗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윗의 영성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자 다윗은 미칼에게 대답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아버지와 그 집안 대신 나를 뽑으시고, 나를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셨소. 바로 그 주님 앞에서 내가 흥겨워한 것이오.나는 이보다 더 자신을 낮추고, 내가 보기에도 천하게 될 것이오.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저 여종들에게는 존경을 받게 될 것이오.” 

미칼의 빈정거림에 다윗도 만만치않게 응수합니다. 아니 미칼의 가슴에 비수를 꼽습니다. 미칼의 아버지인 사울은 한 때 다윗이 섬기던 주군이었고 장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 아버지라는 호칭을 쓰며 사울집안이 하느님의 눈밖에 나서 몰락하고 자신은 하느님의 은혜로 통일 왕국의 임금이 되었음을 강조합니다. 

미칼이 누구인가요? 아버지를 배신하고 다윗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아니던가? 팔티엘과 잘살고 있는 전처를 가족과 생이별하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미칼은 하느님을 따르기보다 원래 수호신을 섬기던 여인이 아니던가? 다윗도 그녀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미칼이 다윗을 비웃은 이면에는 정치적으로 자기를 이용한 다윗에 대한 원망이 폭발한 것은 아닌지?. 미칼이 교만하였고 말실수를 하였다하더라도 그녀는 자기의 아내가 아닌가? 잘못을 지적하고 신앙인으로 이끌었어야 하지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윗이 성군이었지만 미칼에게 있어서는 나쁜 남자가 아닌가?

퇴계 이황은 지적 장애를 가진 부인이 배가 먹고 싶어 제사상의 배를 숨기자 비난하기보다 직접 배를 깎아줬다고 합니다. 아내가 흰 두루마기를 붉은 천으로 수선해도 “붉은색은 잡귀를 쫓는다”며 웃어넘겼다 합니다. 

다윗과 미칼의 결혼생활이 파국을 향해 갑니다. 많은 부부들이 싸우는 원인에는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리거나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내뱉기 때문입니다. 어쩔 때는 일부러 상처주는 말을 합니다. 칼은 욱체에 상처를 내기 때문에 회복할 수 있지만 상처를 주는 말은 가슴에 비수를 꽂기 때문에 가슴 한 구석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자’ ‘ 당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 도대체 당신이 나한테 해준것이 뭐야’ 등등…부부사이에 금이 가는 극단적인 표현은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됩니다. 부부관계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어긋나는 경우가 자기의 참을성없는 말과 행동이 앞섶기 때문일 경우가 많습니다. 퇴계 이황과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그립습니다.

주님, 다윗은 미칼이 자기를 멸시한 것은 당신에 대한 멸시라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다윗에게는 가장 소중한 당신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참을수 없었던 같습니다.

주님, 누군가 당신을 폄하할 때 저는 다윗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다윗과 당신을 결코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던 미칼의 미래가 양극으로 갈라진 것또한 의미심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