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2024

저의 영혼이 밤에 당신을 열망하며 저의 넋이 제 속에서 당신을 갈망합니다. 

이사야  26:9

My soul yearns for you at night, yes, my spirit within me seeks you at dawn.

Isaiah  26:9

미칼 다섯번째

성경은 미칼에 대해 "그 뒤 사울의 딸 미칼에게는 죽는 날까지 아이가 없게 됩니다"라며 다윗의 아내가 아닌  사울의 딸로 기록합니다. 이때부터 다윗과 미칼은 이름만의 부부로, 사실상 죽는 날까지 별거했으리라 봅니다.

미칼은 궁안에서 고립무원의 상태가 됩니다. 엇나간 다윗과의 관계를 되돌려보고 싶었겠지만 다윗의 마음이 이미 그녀로부터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미칼은 그 수많은 세월을 어떻게 견디며 살았을까…. 미칼은 혼자 있는 수많은 외로운 시간동안 팔티엘과 아이들을 그리워하면 가슴앓이를 하면 살았을 것입니다. 그녀는 발티엘과의 사이에서 낳은 다섯 아들과도 인연이 끊어지고 다윗과의 사이에서는 단 한 명의 자식도 낳지 못했습니다. 슬픔으로 잠들지 못한 밤에 수호신대신 하느님을 갈망하며 살았을까…

미칼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로부터 약 삼십년 후,다윗 시대에 세 해 동안 기근이 듭니다. 주님께 곡절을 물으니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브온 사람들을 살려 주기로 약속하였는데 사울이 그들을 죽이자 그들의 피가 사울과 그의 집안에 머물러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다윗은 기브온 사람들의 청대로 사울의 자손중 일곱 명을 기브온 사람들에게 넘깁니다. 그 일곱명중 미칼과 팔티엘 사이에서 낳은 다섯 아들이 포함됩니다. 성경은 “사울의 딸 미칼이 므홀라 사람 바르질라이의 아들 아드리엘에게 낳아 준 아들 다섯”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 공동번역 성경에서는 ‘사울의 딸 메랍’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 그들은 기브온 사람들에 의해 나무에 매달려 죽게 되어 사울 집안의 비극적 가족사의 한 편으로 남게 됩니다.이때까지 미칼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들들이 죽는 것을 보지 않고 그 전에 죽음을 맞았으면 좋았을텐데….

비록 명분만의 부부로 살았다지만 미칼이 팔티엘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도 다윗에게는 의붓아들이 되는 셈입니다. 미칼이 그때까지 살아있었다면 다윗에 대한 분노와 참척의 슬픔으로 거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여생을 마쳤을 것입니다.

다윗에게 있어 미칼은 과격하고 직선적인 성격으로 돌이킬 수 없이 평행선을 달리기는 했지  생명의 은인입니다. 미칼에게 있어 다윗은 사랑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미칼은 다윗과 팔티엘 모두와 생이별을 한 한많은 여인입니다. 다윗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삶도 그리 슬프지는 않았을텐데…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다윗이 미칼의 도움으로 한밤증에 도피했던 이후로 그저 그리워하며 추억속의 남자로 남았으면 좋았으련만. 다윗과 미칼은 두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을.

성경속 불행한 여인들을 그려보면 서글플 때가 많습니다. 미칼도 그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미칼이 고통을 통해 당신을 만나고 당신께 삶을 맡기고 당신을 열망하며 살아갔었으면 그녀의 삶이 그리 비극적이지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주님, 고통의 시간을 지나갈때면 견뎌야하는 시간들이 잔인하여 당신을 생각하는 것조차 힘겨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제 영혼의 소리를 듣게 하소서

주님, 당신께서는 제 내면의 소리를 부디 들어주시고, 저는 당신께서 들려주시는 소리를 놓치지않고 듣게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