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2023

세상의 심판자시여, 일어나소서. 거만한 자들에게 그 행실대로 갚으소서. 

시편 94:2

Rise up, O judge of the earth, give the proud what they deserve!

Psalms 94:2

시편 94장 : 1

시편 94장의 저자는 미상이며 시를 지은 연대도 확실치 않습니다. 불의에 분노하고 거만한 자들때문에 상처입은 시인이 하느님을 향해 정의를 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시편의 첫 구절은 “보복하시는 하느님, 주님 보복하시는 하느님, 나타나소서”로 시작합니다. 백성을 짓밟고 하느님 소유를 억누르고 과부와 이방인을 살해하고 고아들을 학살하는 악인들은 악을 저지르면서 ‘주님은 보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율법의 정신은 사라지고 불의가 판치는 세상인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남북왕조로 갈라진 후 바빌론유배 전후 사이에 쓰여진 시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상황을 보면 저자는 남유다보다는 북이스라엘 사람으로 보입니다.

북 이스라엘의 왕들은 초대왕이었던 예로보암을 비롯하여 한결같이 주님의 눈에 어긋나게 살아갑니다. 예로보암은 베델과 단에 금송아지를 만들어 백성들을 그곳에서 제사드리게 하고 레위지파가 아닌 일반 백성들을 사제로 임명합니다. 그가 나서서 북이스라엘을 우상숭배로 이끄니 그를 본받아 후대의 왕들과 백성들도 자연히 우상을 숭배하며 살아갑니다. 귀족들과 일반 백성사이에 빈부격차가 커지고 살기 어려워진 평민들은 재산을 빼앗기고 노예가 되기도 했습니다. 부유층들의 착취와 사회적인 부패속에 암울함이 도래하고 종교적 허식과 타락은 여전히 그들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예언자들이 나타나 우상숭배를 척결하고 율법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선포하지만 귀담아 듣는 사람은 적습니다. 아모스 예언자는 유다출신이지만 북이스라엘로 건너가 북이스라엘뿐 아니라 주변국가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을 예고하며, 살고 싶으면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라고 말합니다. 그는 빚돈을 빌미로 또한 신 한켤레를 빌미로 빈곤한 이를 팔아넘기고 뇌물을 받으며 가짜 저울로 남을 속이는 세상을 한탄합니다. 정의의 예언자로 알려진 그는 특히나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며 공정을 행할 것을 말합니다.

시인은 아모스예언자와 같은 심정입니다. 썩어가는 세상을 향해 걱정하고 분노하며 하느님께 잘못돌아가는 세상을 바로잡아 달라고 부르짖습니다. 약자를 억압한 악인이 죄값을 받기를 바랍니다. 지도층이 부패했으니 악인을 단죄할 사람이 없으니 호소할 대상은 하느님밖에 없습니다. 당신 백성을 짓밟은 악인에게 보복해 주십사고 그래서 세상에는 인과응보가 있다는 것을 보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시인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악인들의 마음에는 하느님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기 위에 다른 권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부패하고 교만한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얼마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최근 '부패 스캔들'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에너지부 차관이 뇌물 혐의로 체포됐고, 군 지도부는 전장의 병사들이 먹을 식자재 가격을 부풀려 뒷돈을 챙기다 적발됐습니다. 부패 사건으로 사직한 고위 공직자가 12명에 달합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패와의 전쟁'을 약속했습니다. 러시아를 이기는 데 국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또 다른 전쟁'을 선포한 것입니다. 전력이 분산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강도의 개혁 의지를 보인 것이 오히려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전쟁 중이어도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국방부조차 흔들 수 있다는 것, 언론이 공직사회의 비리를 폭로할 자유가 철저히 보장된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이 부정부패인가 봅니다. 약자를 무시하고 억압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들을 살해하기까지 한 부패한 악인 지도층에 분노한 시인의 마음과 전쟁중에도 부패청산을 우선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마음이 같을지….그래서 악인에게 보복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시인의 청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주님, 부패한 나라, 부패한 사회, 부패한 기업이 정의로움의 옷을 입게 해주소서.

주님, 그렇지만 무엇보다 제 안에 부패한 것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반성하고, 회개할 수 있는 은총도 허락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