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2024

제게 가까이 오시어 저를 구해 내소서. 제 원수들을 보시고 저를 구원하소서. 

시편 69:19

Come and redeem my life because of my enemies ransom me.

Psalms 69:19

시므이 첫번째

다윗이 압살롬의 반역을 피해 도망길에 오릅니다. 예루살렘을 탈츨하여 바후림에 이르렀는데 사울 집안의 친척 가운데 한 사람인 시므이와 맞닥뜨립니다.

시므이는 온 백성과 모든 용사가 임금 좌우에 있는데도, 다윗과 모든 신하에게 돌을 던지며  “꺼져라, 꺼져! 이 살인자야, 이 무뢰한아! 사울의 왕위를 차지한 너에게 주님께서 그 집안의 모든 피에 대한 책임을 돌리시고, 그 왕위를 네 아들 압살롬의 손에 넘겨주셨다. 너는 살인자다. 이제 재앙이 너에게 닥쳤구나.”라며 저주합니다.

바후림은 사울의 고향인 벤야민지파가 거주하는 곳입니다. 미칼의 남편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나갔던 길이기도 합니다. 다윗이 임금이되자 사울의 딸이자 다윗의 첫번째 아내였던 미칼을 되찾아 옵니다. 다시 결혼하여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된 미칼과의 이별을 슬퍼한 그녀의 남편인 팔티엘이 울면서 쫓아온 곳이 바후림입니다. 팔티엘의 가슴에 못을 박게한 다윗이 이젠 그 길을 비통한 마음으로 지나가게 된 것입니다. 

온 백성이 다 듣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대담하게도 임금에게 온갖 수모를 줍니다. 그는 그동안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여과없이 토해냅니다. 사울이 죽고 아들인 이스보셋마저 암살당하자 다윗이 자연스레 통합왕국의 임금이 되었는데도 그 모든 세세한 과정을 생략하고 무조건 다윗이 사울왕조를 빼앗았다고 느낍니다. 시므이가 다윗을 저주하는 내용은 다윗이 사울의 왕위를 빼앗아 왕이 되었으니 하느님께서 그 나라를 압살롬의 나라가 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다윗이 이 상황이 된 것은 사울의 왕위를 빼앗은 것에 대한 하느님의 징계이며 인과응보라는 것입니다.

벤야민지파처럼 작은 지퍄에서 임금을 배출했으니 사울은 벤야민지파의 자랑거리요 든든한 버팀목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자존심이었던 사울가문이 몰락하자 무조건 그 책임을 유다지파인 다윗에게 돌리고 싶어집니다. 당시 지파간의 갈등이 어떠했는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시므이의 생각은 벤야민 지파의 마음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온 백성이 보고 있는데도 시므이를 말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또 한편 시므이는 압살롬이 왕위를 찬탈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압살롬이 임금이 되면 자기의 행동을 칭찬하고 상급을 받으리라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는 기회주의자입니다.

이 때, 다윗의 사촌이며 장수인 아비사이가 임금을 저주한 시므이를 죽이자고 합니다. 다윗은 “내 배 속에서 나온 자식도 내 목숨을 노리는데, 하물며 이 벤야민 사람이야 오죽하겠소? 주님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것이니 저주하게 내버려 두시오. 행여 주님께서 나의 불행을 보시고, 오늘 내리시는 저주를 선으로 갚아 주실지 누가 알겠소?” 라고 합니다.

다윗과 그 부하들이 길을 걷는 동안, 시므이는 다윗을 따라 산비탈을 걸으며 저주를 퍼붓고, 그에게 돌을 던지며 흙먼지를 뿌려 댑니다. 기름부음 받은 임금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모욕입니다. 다윗은 이 모든 수모를 묵묵히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견딥니다. 마치 온갖 수모를 겪으시면서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셨던 예수님처럼….

원수인 다윗의 몰락을 보며 통쾌해하며 실컷 굴욕을 안겨주는 시므이…우리에게도 분명 시므이와 같은 모습이 보일때가 있을 것입니다. 나와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고 성격이 안맞고 사사건건 의견충돌을 일으키면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단체에서 그렇게 나와 맞지않는 사람과 어쩔수없이 함께 지내다가 그 사람이 갑자기 떠나게 되면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실컷 과장되이 뒷담화를 하며 그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원수까지는 아닌데도 그렇게 험담을 하고 있는데 원수라면 모욕까지 주고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이 아픈 이에게 노래를 불러 대는 자는 추운 날에 옷을 벗기는 자와 같고 상처에 식초를 끼얹는 자와 같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물을 주어라”. 잠언25:20-21

주님, 세상에는 선한 이들도 많지만 남의 불행에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험담하며 즐거워합니다.

주님, 그런 이들로 인해 상처받고 우울해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 마음이 아픈 모든 이들을 위로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