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강론

희망의 시작 - 연중 제 26주간 - 관념의 신앙에서 실천의 신앙으로(루카 16,19-31)

Author
신부님
Date
2022-09-23 16:42
Views
815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연중 제 26주일

2022년 9월 25일 일요일

관념의 신앙에서 실천의 신앙으로(루카 16,19-31)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루카 16, 25)

그리스도인의 삶은 추상적인 언어를 구체화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이런맥락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추상적인 믿음을  삶의 자리에서  구체화시켜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은 부자와 가난한 라자로의 대비되는 삶의 모습을 통해서 ‘나눔’의 삶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세상에는 많은 불공정함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불공정의 예는  바로 오늘 복음 말씀처럼 살아있는 동안 좋은 것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 즉 부자로 살아가는 사람과 나쁜 것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 즉 참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좋은 것을 받은 사람이 죽어서도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받는 좋은 것을 나쁜 것을 받는 사람과 나눌 수 있어야 함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우리 모두는 좋은 것도 받았고 나쁜 것도 받았습니다. 하나는 감사하고 하나는 겸손하게 합니다. 

사랑이 하느님이 주인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라면 죄는 자신이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이기적인 사람의 모습일 것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사는 사람은 하느님이 허락하시는 자유를 누리고 살아가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사람은 세상의 노예가 되어서 살아갑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는 바로 세상의 노예로 살아갔던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인 것입니다. 

오늘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남자의 이름은  밝히시고 부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가난한 남자의 라자로라고 하는 이름의 뜻을 히에르니무스 성인은 ‘도움을 받은 자’라는 뜻이라고 설명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 가난한 사람의 이름을 라자로 라고 밝히신 이유에 대해서  그가 하느님께서 귀하게 여기시는 이요 그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되어 있슴을 암시하고 반면에 부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의 이름이 성경에도 하늘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는 지상에서의 부자와 가난한 사람 그리고 저승에서의 부자와 가난한 사람 그리고 이승과 저승의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해서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 가를 가르쳐주시기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브라함의 “애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슴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마태 16, 25)는 이 말이 어쩌면 현세를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나 혹은 좋은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삶의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저승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이승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승과 저승사이에는 엄청나게 큰 구덩이가 있어서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슴을 알려 줍니다.

저는 부자와 라자로에 관한 복음을 읽으면서 이 부자와 라자로는 두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임을 깨닫게 됩니다.

지난 과거를 회상해 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소유 만을 추구하던 그 시절은 너무나도 가난하고 힘든 시기였습니다. 부족함이 이미 주어진 시기였기에 그냥 자신의 그러한 처지를  운명이려니 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가난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였기에 부자가 된다는 것은 그냥 잠자는 시간에 이불 안에서만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노력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부자의 관대함을 절실하게 기대해 보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 부자의 모습으로 돌아 온 나는 불가능했던 부자의 관대함을 또 다른 나의 모습인 가난한 라자로에게 이제 가능한 부자의 관대함으로 돌려주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바로 지난 어려웠던 시절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본인의 관대함이 인생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작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은 바로 이 부자의 관대함을 지상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부자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뼈에 사무치도록 반성하는 모습이 나의 모습이 아닌 것에 진심으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동시에 이 땅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부자의 관대함을 더욱 성실하게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겸손과 사랑을 허락해 주시도록 주님께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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