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024

하느님, 당신께서는 저들을 깊은 구렁 속으로 빠져들게 하시리이다. 피에 주린 자와 사기 치는 자들 그들은 일생의 반도 채우지 못하지만 저는 당신을 신뢰합니다

시편 55:24

But you, God, will bring them down to the pit of destruction. These bloodthirsty liars will not live half their days, but I put my trust in you.

Psalms 55:24

아히토펠과 후사이 네번째

한편 배신자 아히토펠은 자기 의견대로 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나귀에 안장을 얹고 일어나 제 고향 성읍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집안일을 정리한 다음 목을 매고 죽습니다. 

불행한 아히토펠! 압살롬이 권력을 장악하고 임금이 되면 그는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다윗에게서도 존경받았지만 그는 임금 2대에 걸쳐 최고의 책사라는 영예를 얻게 될 것입니다. 임금에게 조언해주며 막강한 실세가 될 것입니다.

압살롬이 후사이의 의견을 수렴하자 그는 자신의 입지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후사이에게도 밀린다면…영리한 그는 압살롬이 자신의 좋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다윗이 재기하고 압살롬이 패망할 것으로 보았을 것입니다. 다윗이 다시 예루살렘으로 입성한다면 자신은 반역자가 될 것입니다. 자신의 몰락을 직감했을 그는 수모를 당하느니 죽음을 선택합니다. 그리하여 압살롬이 예루살렘을 점령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권세는 짦은 시간에 막을 내리게 됩니다.

자신을 믿고 따라주었던 임금을 배신한 아히토펠이 구약에서 배신의 아이콘이라면 우리는 신약에서의 배신의 아이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명의 악인의 최후는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유다는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것을 보고 뉘우치고서는, 그 은돈 서른 닢을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에게 돌려주면서  “죄 없는 분을 팔아넘겨 죽게 만들었으니 나는 죄를 지었소.” 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유다는 그 은돈을 성전 안에다 내던지고 물러가서 목을 매달아 죽었습니다. 

제 명을 채우지 못하고 죽은 그들에게 죽음마저도 그들에게 불명예를 씌워줍니다. 그 둘의 죽음과 다르게 “ 나는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다.”하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죽음도 “내가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추구하기 때문이다”하신 말씀처럼 하느님의 뜻에 맡기셨습니다.

 “의인은 일곱 번 쓰러져도 일어나지만 악인은 불행 속으로 넘어지기 때문이다”(잠언 24:16) 세상에는 아히토펠이나 유다같이 스승이나 주군을 배신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를 배신하고 누군가에게 배신당하기도 합니다. 배신이 낯설지 않은 이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잠언저자는 악인은 쓰러지면 일어나지 못하고 불행 속으로 넘어지지만 의인은 다시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의인과 악인의 구분을 ‘일어섬’으로 본 것입니다. 아히토펠과 유다는 죄를 짓고 후회하며 스스로에 절망하여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반면 다윗이나 베드로는 죄를 짓고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섰습니다. ‘일어섬’은 회개입니다. 의인이 일어설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믿기 때문입니다. 의인이 절망에 머물지않고 다시 일어서면 하느님과의 관계가 회복됩니다.

후사이가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열왕기상을 보면 후사이의 아들 바아나가 아세르와 브알롯 땅을 맡아 다스리는 지방관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압살롬의 반란때 이미 나이가 많았던 후사이는 지방에서 여생을 편안히 살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주님, 당신은 의인뿐 아니라 배신자, 도둑, 사기꾼, 간음한 자, 방탕하고 나태하고 교만한 자를 위해서도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유다와 아히토펠을 욕하면서 그들보다 더한 죄를 짓고 사는 사람들도 사랑하셨습니다.

주님, 당신을 더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 혹시라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저를 이끌어 주소서.

주님, 남은 인생의 많은 날들이 당신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여정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