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2024

나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들은 나도 그들을 영광스럽게 하지만 나를 업신여기는 자들은 멸시를 받을 것이다

사무엘상 2:30

I will honor those who honor me, but those who despise me shall be cursed.

1 Samuel 2:30

엘리, 아히멜렉, 에브야타르 두번째

엘리가 아흔여덟이었을 때 필리스티아인과 전쟁이 벌어집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은 이스라엘이 출애굽을 시작할 무렵, 지중해연안에서 가나안으로 이주해온 민족입니다. 이 때, 이스라엘민족들이 청동기를 사용한데 반해 그들은 철기무기를 사용한 강력한 민족이었습니다. 판관 삼손시대에도 필리스티아의 지배를 받았던 이스라엘은 필리스티아와 첫 전투에서 사천 명이나 전사자를 냅니다. 

판관기를 보면 대체적으로 전쟁 전에 하느님께 문의를 합니다. 그러나 엘리와 원로들은 전쟁전에 하느님께 문의는 커녕 기도했다는 말도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쟁에서 패하자 주님께서 어찌하여 자신들을 치셨을까합니다. 하느님을 배제한 상태에서 자신의 뜻대로 전쟁을 하고서는 지니까 하느님을 원망합니다.

생각끝에 이스라엘 원로들은 실로에서 주님의 계약 궤를 진영에 두어 주님의 힘으로 전쟁의 승리를 도모하려 합니다. 이스라엘자손들은 계약 궤만 있으면 하느님께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에 대한 경외감보다 형식주의 신앙생활을 했음을 확연히 보여줍니다. 

주님의 궤는 길이 1.3미터와 너비 79센티의 아카시아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안팎을 금으로 감쌌습니다. 궤 안에는 십계명을 새긴 두 개의 석판, 싹이 돋은 아론의 지팡이와 만나를 담은 그릇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신정시대였던  이스라엘 자손들은 광야 생활부터 계약궤를 모든 것의 중심으로 삼았으며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다고 믿어왔습니다. 주님의 궤에 대한 신명기 5장을 보면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두시고 당신의 거처로 삼으시려고 너희 모든 지파 가운데에서 선택하시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너희는 반드시 그곳으로 가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주님의 궤는 어떠한 경우라도 이동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엘리의 허락하에 주님의 궤를 필요에 따라 전쟁터로 옮겨 놓습니다. 주님의 궤는 그들에게 신앙이 아니라 우상이 된 것입니다.

엘리의 두 아들 호프니와 피느하스가 하느님의 궤와 함께 진영으로 들어갔지만 이스라엘은 패배하여 보병이 삼만이나 쓰러지게 됩니다. 하느님의 궤도 필리스티아인에게 빼앗기고 엘리의 두 아들도 죽습니다. 엘리는 하느님의 궤 때문에 마음이 떨려 길가 의자에 앉아있다가 전쟁의 대패와 함께 아들들도 죽고 특히나 하느님의 궤를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고 의자에서 뒤로 넘어지더니 묵이 부러져 죽고 맙니다. 

그 때 엘리의 며느리, 즉 피느하스의 아내는 임신 중이었는데, 하느님의 궤를 빼앗기고 시아버지와 남편마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몸을 웅크린 채 아이를 낳게 됩니다. 갑자기 진통이 닥쳤던 것입니다.  여인이 숨을 거두려 할 때, 그를 돌보던 여자들이 "아들을 낳았으니 걱정 말아요." 하고 일러 주었으나 여인은 그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마음도 두지 않더니,  "영광이 이스라엘에서 떠났구나." 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이카봇이라 짓습니다.

대사제도 죽고 엘리의 두 아들도 죽고 이스라엘에 제사가 끊어졌습니다. 이로써 주님께서 엘리집안을 두고 하신 말씀이 이루어 집니다. 이는 엘리집안과 온 이스라엘의 죄악을 하느님께서 치신 것이고 피느하스 아내의 말대로 영광이 이스라엘을 떠난것입니다.전쟁은 주님의 궤를 옮겨놓는 것만으로 승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엘리와 두 아들들은 성직자이며 백성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티모테오전서를 보면 봉사자의 자격은 “봉사자는 품위가 있어야 하고,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으며, 술에 빠져서도 안 되고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깨끗한 양심으로 믿음의 신비를 간직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봉사자들은 한 아내의 충실한 남편이어야 하고, 자녀들과 자기 집안을 잘 이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엘리의 아들들은 백성과 관련된 사제들의 규정도 무시하였고 만남의 천막에서 봉사하는 봉사자와 잠자리를 같이합니다. 봉사자의 자격에서 완전히 거리가 멉니다.

밤이 서서히 물러나고 새벽이 다가옵니다. 엘리의 시대는 가고 사무엘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주님,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던 엘리가문 사람들을 보며 저의 신앙생활을 점검해 봅니다

주님,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싶을 때 당신을 찾습니다. 터무니없고 이기적인 기도를 하기도하고 지키지도 않을 맹세를 하기도 합니다. 당신을 도구화하고 우상화합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하되 제가 원하는 당신의 모습만을 사랑하는 이기심을 버리게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