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024

사랑하는 여러분, 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로마서 12:19

Beloved, do not look for revenge but leave room for wrath.

Romans 12:19

어떤 레위인과 그의 소실 두번째

기브아의 남자들은 아침이 될 때까지 밤새도록 레위인의 소실을 능욕하다가 동이 틀 때에야 그 여자를 놓아 보냅니다.  그 여자는 아침 무렵에 돌아와 날이 밝을 때까지 자기 주인이 있는 그 노인의 집 문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여자의 주인은 아침에 일어나, 다시 길을 떠나려고 그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가 문간에 쓰러져 있는 소실을 발견합니다. 자신의 아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져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초조함과 두려움에 밤을 새워도 모자랄판에 아침에 일어나 길을 떠날 때에야 자신의 아내를 발견한 것입니다. 레위인이 아내를 보호했더라면 밤새도록 집단강간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인데도 그는 아내이기 이전에 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인정도 없습니다

그 여자의 두 손은 문지방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듯이 "일어나구려. 길을 떠나야지." 하고 말하였으나 대답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죽어가면서까지 마지막 있은 힘까지 다하여 집 안에서 편히 쉬고 있을 남편을 부르고 도와달라고 시도했을 것입니다. 부서진 온 몸의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행동은 두 손을 문지방 위에 두었던 것입니다. 

그는 아내를 들어 나귀에 얹고서는 길을 출발하여 제고장으로 갑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칼을 들고 소실을 붙잡아, 그 몸을 열두 토막으로 잘라 낸 다음에 이스라엘의 온 영토로 보냅니다.  그것을 보는 이마다 말합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 땅에서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이런 일은 일어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 자, 생각하고 의논하여 말해 보시오." 

레위인은 자기의 아내가 애처롭게 죽어갔지만, 아내를 잃은 것에 대한 슬픔이 없습니다. 그는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소유물인 아내를 기브야 사람들이 죽였다는 사실에 자존심을 상해하고 분노합니다. 그는 자신의 비열한 행동에 대한 반성도 후회도 보이지 않습니다. 레위인 자신도 기브아 사람들처럼 비인간적인 면을 보입니다. 허망하게 죽어간 그녀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아내로서의 작은 권리마저 없었습니다. 한때는 한 지붕아래에서 기쁨과 슬픔도 같이 나누며 사랑했던 기억도 그에게는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의 아내는 ‘여자이며 소실이며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았고 죽어서는 온 몸이 토막이나서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위로받지 못한 슬픈 삶이었습니다.

어찌됐건 분노한 그는 자신의 사건을 온 공동체에 알리고 공동체적 차원에서 복수해주기를 바랍니다.레위인이 복수를 계획하지 않고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고 따뜻하게 장례를 치루어 주었다면 좋았으련만….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배우자의 죽음이라고 합니다. 잉꼬부부였으면 상실의 슬픔은 더하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부라 할지라도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있을때 잘해’라는 말을 흘려버리지 말고 사랑하여 결혼했을 때의 초심을 간직하며 살아갈기를 청해봅니다

주님, 오늘 하루의 시작을 아파치 인디언의 결혼축시를 음미하며 시작해 보려합니다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반자가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