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씀 묵상

희망의 시작 - 십자가 현양축일에 (요한 3, 13-17) - 3002

Author
신부님
Date
2023-09-12 17:30
Views
477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 3002

2023년 9월14일 목요일

십자가 현양축일에 (요한 3, 13-17)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 16-17)

오늘은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죄를 속죄하시려고 몸소 지신 십자가를 묵상하고 경배하는 날입니다. 십자가를 바라 볼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인간의 존재가치는 누구로부터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하느님 앞에서 참으로 미천하기 짝이 없는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을 십자가에서 죽게하셨다는 그 사실이  우리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합니다.  이 존재가치는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 역시 이러한 무한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우리 각자가 서로의 존귀함을 인정하게 하는 출발점이 바로 십자가 입니다. 그래서 이 십자가는 이 어둠의 세상을 밝음의 세상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이 십자가는 어둠의 세상을 심판하는  십자가가 아닌 밝음의 세상으로 이끌어가는 구원의 십자가임을 확인시켜 주십니다. 십자가에 담겨진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바오로 사도께서 “6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7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 6-7)고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구원하러 오신 분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하늘에서 오신 분이 아니라 땅에서 오신 분으로 보입니다. 거룩함과 세속의 만남입니다. 속됨의 뿌리를 뽑으시는 것이 아니라 이 속됨을 거룩함으로 덮으시는 분으로 오십니다.

인간을 도구로 생각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대접하고 대접받는 사회가 그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금의 세계는 분노와 증오와 미움이 불길처럼 타오르는 사회입니다. 한 시대의 구조적인 문제가 한 사건을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네 탓이야’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부끄럽고 실망스럽습니다. 바로 ‘내 탓이야’하고 진정으로 고백하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이듭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는 죄인이 아니시면서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기 위해서 죄인이 받아야 하는 세례를 받으시면서 우리와 하나되고자 하셨던 분이십니다. 또 다른 삶의 표양은 간음한 여인을 단죄하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인 것입니다.

우리의 모습은 거대한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슴 깊이 억제하고 있던 분노와 미움의 감정이 어떠한 순간에 폭발합니다. 스스로 억제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분노와 미움의 감정, 나를 아프게 했었던 상처들, 이러한 모든 나쁜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인간으로부터 가장 크게 배신을 당한 존재는 하느님이십니다. 지금도 상처를 받으시고 배신을 당하시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어쩌면 인간이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영원히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영원히 용서하시는 분이 또한 하느님이십니다.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하고 그들을 받아들이셔야 했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인간의 죄를 씻어주셔야 했습니다. 쬐끔씩 용서를 하셔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왔습니다. 파산지경에 이른 인간을 빚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탕감해 주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빚을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즉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시고 그 아들을 십자가 상에서 죽게 하셨습니다.(필리 2, 8)  이렇게 당신의 아들을 죽게하심으로 우리의  빚을 탕감해 주십니다. 아무런 조건이 없습니다. 단지 믿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분이 세상에 아들을 보내신 이유는 심판이 목적이 아니라 아들을 통하여 구원하기 위해서 입니다.

사랑과 용서가 그리운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웅이 되고자 ‘네 탓이야’하고 외쳐대는 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스스로 ‘내 탓이야’하고 주님 앞에서 눈물흘리는 사람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소리없이 나이 순으로 간음한 여인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그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다가옴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아들을 내어놓으셨던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이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내가 죄인임을 깨닫기 시작하니까 그 사랑이 너무나 크고 깊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세리는 성전 뒤에서 그렇게 하염없이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나 봅니다.

큰 사랑을 받았기에 큰 감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큰 사랑을 느꼈기에 큰 사랑을 실천할 수가 있습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면 하느님의 사랑이 보입니다. 어떠한 것도 하느님 앞에서는 아깝지가 않습니다. 사랑에 따짐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사랑을 실천하기 싫으니까 이성적인 따짐으로 합리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소유에 집착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그 비싼 향유로 당신의 발을 씻을수 있었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았던 마리아의 모습이 바로 참으로 자신의 죄를 탕감받은 죄인이 하느님께 드릴수 있는 최선의 감사의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십자가 현양축일을 맞으며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어둠에서 빛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우리의 죄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못자욱 하나 하나를  바라봅니다. 이제 우리의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그 박은 못 하나 하나를 뽑는 삶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하느님, 외아드님의 십자가로 인류를 구원하셨으니 저희가 지상에서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깨닫고 이 땅에서 실천함으로써 천상에서 구원의 은혜를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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