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1/2023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

집회서 3: 18

Humble yourself the more, the greater you are, and you will find mercy in the sight of God.

Sirach 3:18

기드온 네번째

기드온이 귀환하자 이스라엘 자손들이 기드온에게 와서 자자손손 이스라엘을 다스려 달라고 부탁합니다. 기드온은 자신을 왕으로 추대하려는 백성들에게,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분은 주님이라고 답합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자신을 높이고 왕이 되고픈 마음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전쟁을 하면서도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고 싶어 군사들에게 ‘주님을 위하여’라는 구호만 외치게 한 것이 아니라 ‘기드온을 위하여’라는 구호도 외치게 했습니다. 미디안의 임금을 죽이고 나서도 왕의 상징인 초승달 장식을 낙타 목에서 벗겨 냈습니다. 결정적으로 백성들에게 전리품중에서 왕이나 가질 엄청난 금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서 받은 금 칠천 백세켈과 초승달 장식과 자홍색 옷들로 에폿을 만들어 성읍에 두자 온 이스라엘이 그곳에서 에폿을 받들며 불륜을 저지릅니다. 에폿을 만듦으로써  백성들은 자기에게 심적으로 예속하게 하여 왕이 없는 시대에 실제 왕과 같은 대접을 받으며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사장이 성소에 들어갈 때 입는 에폿을 우상화 함으로써 백성들에게 불륜을 저지르게 만든 것입니다. 광야에서 만든 금송아지와 다를바가 없습니다. 결국  이 일은 기드온과 그 집안에 올가미가 됩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지고 않고 우상을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우상숭배로 하느님의 노여움을 사고 미디안의 억압을 받았다는 것을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이제는 살만하니까 다른 우상을 만든 것입니다.

기드온에게는 아내가 많아 아들이 일흔 명이고 스켐에 소실도 있었습니다. 아들이 일흔명이면 딸까지 합치면 백명이 넘었을 것이고 아내도 수십명에 육박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부족국가 형태를 이루고 살았을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많은 아내를 거느리고 살았습니다.전쟁영웅이었던 그는 마음에 드는 여자를 아내로 삼았고, 정략결혼을 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실제 왕과 같이 많은 아내와 자식을 두었던 그는 우습게도 소실이 낳은 자기의 아들에게 ‘아버지는 왕이시다”라는 뜻의 아비멜렉이라는 이름을 지어 줌으로써 왕이 되고픈 심정을 표현합니다.

기드온 시대 마흔 해 동안 이스라엘은 평온했으나 그가 장수를 누리고 죽자 이스라엘은 다시금 바알을 따르고 바알 브릿을 자기들의 신으로 삼습니다.

이스라엘의 일그러진 영웅 기드온…보잘 것 없는 자신을 이스라엘의 판관으로 거듭나게 해주시고 압제에서 해방시켜 주신 하느님을 끝까지 잘 섬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사람은 말을 타게 되면 그 다음에는 종을 부리고 싶어한다지만 왕과 같이 되다보니 지난날은 잊고 교만이 그를 지배합니다. 그는 판관으로 부르심을 받은 이후에 세속적으로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자신의 위치를 망각했습니다. 두드러진 주연의 삶을 살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특별했던 것은 세상 누구보다도 ‘겸손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음을 잊지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주님,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높여졌어도 땅위에서 가장 겸손했던 모세처럼 스스로 낮추면  높아진다는 이치를 깊이 받아들이게 해주소서.

주님, 당신은 겸손한 자를 사랑하시니 제가 당신의 총애를 받는 겸손한 사람으로 기억되게 저를 이끌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