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7/2023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 

로마서 12:1

Present your bodies as a living sacrifice, holy and acceptable to God, which is your spiritual worship.

Romans 12:1

입타 세번째

입타는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타는 절망의 상항에서도 자기가 서원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키려는 정신만은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기꺼이 번제물이 되겠다는 딸과 가슴을 치며 딸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아버지, 가나안의 인신제사의 관습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입니다.

사람을 죽여 번제물로 바치는 관습은 고대 근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입니다. 모세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며 인신 제사를 금하였으나 이방문화에 젖어 살던 이스라엘안에서도 이런 관습이 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열왕기 하권을 보면 유다 임금 아하즈는 이방 민족들의 역겨운 짓을 따라 자기 아들마저 불 속으로 지나가게 했으며 므나쎄왕 또한 바알 제단을 세우고 자기 아들을 불 속으로 지나가게 합니다. 이후 요시아왕은 인신제사를 지내던 벤힌놈 골짜기의 토펫을 부정한 곳으로 만들어 아무도 제 아들딸을 불 속으로 지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두 달 뒤에 입타는 서원한대로 딸을 바칩니다. 이로부터 이스라엘의 딸들은 입타의 딸을 생각하며 해마다 집을 떠나 나흘 동안 애곡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서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께 서원을 할 경우, 그것을 미루지 말고 채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 반드시 그것을 너희에게 요구하실 것이고, 너희에게는 죄가 될 것이다. 아예 서원하지 않으면 죄가 될 일도 없다. 너희 입으로 주 너희 하느님께 스스로 서원한 대로, 너희 입에서 나온 것을 명심하여 실천해야 한다." (마태오 23장)  서원은 정결한 마음으로 행해야하며, 목적을 이루기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목적이 되도록 하는 서원이 올바른 서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서원을 기꺼이 받으시지만 우리가 거룩한 생활을 하는 것을 더 기꺼워하실 겁니다.

서원은 서원이지만 그 서원이 하느님 보시기에 옳지 못한 서원이었다면 지켜야 할까요? 입타의 서원은 우상과 하느님을 제대로 구분못한 무지와 불신앙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레위기 5장과 27장을 보면 서원을 물리는 경우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입타는 자신의 서원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고 회개한 후 사제를 찾아가 서원을 물려야 했습니다.

입타의 딸이 죽은 후 에프라임 사람들이 입타에게 몰려와서 어찌하여 암몬 자손들과 싸울러 갈 때 자기들을 부르지 않았느냐고 따지며 입타와 함께 집도 불태워 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입타는 전쟁전에 그대들을 소집했는데 응하지 않았으면서 지금와서 싸우러 드느냐며 분노합니다. 그리고 길앗사람들을 소집하여 에프라임으로 가는 요르단 건널목을 점령하고 도망하는 에프라임인들에게 한 단어를 발음해 보라고 하면서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죽여 버립니다. 그때에 에프라임에서 사만 이천 명이 죽게 됩니다.

이스라엘은 12지파 공동체로 되어있습니다. 어떤 지파는 크고 강력했고 어떤 지파는 숫적으로도 열세인 지파도 있었습니다. 에프라임 지파는 큰 지파여서 다른 지파보다 우위에 서려고 했고 길앗 사람들을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기드온시대에도 에프라임지파는 전쟁이 끝나 후 시비를 걸었지만 기드온은 그들을 좋은 말로 달랬습니다. 그러나  딸의 죽음으로 상심해있는 입타에게 에프라임사람들이 와서 비난하니 화가 폭발합니다. 감정 싸움이 커져 결국에는 수만명의 동족을 죽이는 비극을 가져옵니다.  그후 입타는 여섯해 동아 이스라엘의 판관으로 일하다가 죽어 길앗에 있는 자기 성읍에 묻힙니다.

아들을 번제물로 바치려했던 아브라함과, 사람을 인신제사로 바친다는 서원을 하고 어쩔 수없이 외동딸을 번제물로 바친 입타…아브라함에게는 감사와 찬미, 입타에게는 비극…아브라함은 부활을 믿었고 그래서 믿음으로 아들을 바쳤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어리석음때문에 딸이 번제물이 되어가는 것을 보며 통곡했을 입타에겐 오로지 후회와 절망만이 그를 엄습했을 겁니다. 그가 다른 판관들에 비해 6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판관을 하다 죽은 건, 상심과 회한이 그를 순식간에 늙게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리해 봅니다.

주님, 당신은 저희의 어리석음에 안타까워하시지만 분노하시지는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당신은 저희의 분별없음에 가슴아파하시면서 저희가 당신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며 살기를 바라신다고 믿습니다.

주님, 오늘 하루만이라도 저희의 몸과 마음이 온전히 당신에 마음에 드는 산 제물로 바쳐질 수 있도록 저희를 거룩함으로 이끌어 주소서